< -- 193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3 (ZER-0) -- >
"뭐? 이런 짬밥도 안되는 새끼가 누구 존함을 함부러 지껄여?"
지오가 시커먼 눈썹을 치켜뜨며 카일을 노려보았다.
그건 카일도 마찬가지였다.
"너야 말로 어디서 굴러 먹은 개 뼉다구냐? 죽고 싶어서 환장했구나?"
"죽여? 누굴? 나를? 크하하하!"
지오가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으로 실소를 내뿜으며 당당히 걸어나갔다.
"야, 저 자식 미쳤냐? 좀 말려봐!"
-짝!
설화가 깜짝 놀라며 브리튼의 등짝을 세게 후려쳤다.
"커헉! 괘, 괜찮을 겁니다."
브리튼은 두 손으로 등 뒤를 더듬거리며 간신히 대답했다.
심장이 튀어 나올 정도로 놀라면서도 등 뼈가 다 으스러지는 줄 알았다.
"뭐? 야, 내가 대충 수를 세어봐도 1000명이 넘어 가는데 저걸 쟤 혼자 어떻게 상대해?"
"총만 아니면 1000명은 가뿐해."
".......뭐?"
초가 덤덤하게 대신 대답하자 설화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지오는 그야말로 인간 병기야. 내가 저럴것 같아서 약물 투여할 때 그렇게 신신당부를 했는데 스스로 육체를 단련 시켜버렸어."
"......."
설화는 얼이 빠진 표정으로 지오를 쳐다볼 뿐이었다.
"어이, 거기 대머리 독수리. 연합군에 있으면 뭐 그렇게 잘난줄 아냐? 어차피 군바리 주제에 깝죽대지 말라고."
지오는 군모를 벗은체 선글라스를 낀 카일의 모습이 영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 바람에 카일은 표정은 싹 굳어졌다.
"정말 죽고 싶어서 환장했군."
카일이 망설임없이 허리춤에서 권총을 꺼내들었다.
아침에 엘데르 총통의 이마를 겨냥한 그 총구가, 이번에는 지오의 이마를 겨누었다.
"풉! 이런 장난감으로 날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냐? 괜히 장난감가지고 놀다가 혼나지나 마."
-탕!
지오가 실소를 내뿜자 카일은 방아쇠를 당겼다.
"힉!"
그 모습에 설화는 깜짝 놀라며 두 눈을 질끈 감으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런데 이상했다.
비명이라던지, 털썩 주저 앉는다던지, 뭔가 소리가 들려야 하는데 너무나 조용했다.
"내가 말했지? 장난감으로 놀지 마라고."
지오는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오른손 검지와 엄지에 쥐고 있던 총알을 가루처럼 뭉게버렸다.
"쟤, 뭐, 뭐야? 총알을 손으로 잡은 거야?"
"응. 저 정도는 뭐 껌이지."
설화가 눈이 튀어 나올 정도로 놀랐지만 초는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역시 만만치 않군."
카일 중령이 씩 웃으며 권총을 던져 버렸다.
"무슨 개수작이냐? 이제는 날 벌집으로 만 들거냐?"
지오가 눈을 부라리자 카일 중령은 말없이 입고 있던 군복 상의를 벗었다.
"사나이는 주먹으로 싸워야 말이 통하지 않겠나?"
"아. 그래서 지금 나랑 한판 뜨시겠다?"
카일 중령이 탄탄한 근육이 드러나는 상체를 내밀자 지오는 팔 소매를 걷어붙혔다.
검은 셔츠에 가려진 그의 팔 근육 역시 만만치 않게 단단해 보였다.
"덤벼. 군바리."
지오가 손을 까닥이자 카일 중령이 갑자기 눈 앞에서 사라졌다.
"젠장! 왼쪽이야!"
설화가 크게 소리쳤다.
일반인 눈에는 워낙 빨라 안 보일지 몰라도 그녀의 눈에는 분명히 보였다.
하지만 그녀의 다급한 외침이 아니더라도 지오가 얼른 두 팔로 자신의 왼쪽 얼굴을 막았다.
-퍽!
카일 중령의 높은 발차기가 마치 거대한 망치로 내려친 느낌이었다.
'이 자식이 어떻게 이런 괴물 같은 힘을.....'
지오는 입술을 깨물면서 카일의 워커를 밀어내고 얼른 뒤로 물러섰다.
두 팔이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후들거렸지만 꾹 참고 주머니에 손을 찔렀다.
"뭐야? 그것도 공격이라고 하는 거냐? 이거 우스워서 내 두 팔을 굳이 쓸 필요가 없겠다."
"운 좋게 막아놓고 큰 소리는...."
카일 중령의 얼굴에 여유가 사라졌다.
아무래도 상대가 상대이다 보니 적당히 상대할 수가 없었다.
"네 놈도 TYPE A냐?"
"알게 뭐냐?"
지오가 슬며시 물었지만 카일은 날카롭게 반응했다.
"쳇! 까다로운 놈! 그럼 이번엔 내가 공격하지!"
지오가 주먹을 꽉 쥐자 그의 손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묵사발이 무슨 뜻인지 알려주지!"
지오가 거대하게 부푼 오른팔을 한번 휙 두르자 거대한 바람이 지면을 휘날렸다.
-쿵!
하지만 주먹이 달려듬과 동시에 카일이 공중으로 높게 치솟았다.
"젠장. 아주 극과 극의 싸움이로구만."
"뭐가?"
설화가 낭패어린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자 초가 얼른 되물었다.
"지오가 힘으로 밀어붙이는 타입이라면 카일은 스피드로 제압하는 타입이야. 이렇게 되면 지오가 살짝 불리해져."
"아냐! 지오에게 한번 맞으면 뼈도 못 추스를 걸?"
초가 강하게 반박했지만 설화는 고개를 저었다.
"지오가 힘이 세다는건 알겠는데 저 주먹을 계속 카일이 피한다면 어떨지 생각 안해봤어?"
"......."
막상 생각해보니 그것도 맞는 말 같았다.
카일의 스피드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빨랐다.
지오가 아무리 막강한 주먹을 휘두른다고 한들 카일은 우습게 다 피할것이다.
"언니 그렇다면 지오가 금방 지쳐 버리는거 아닐까?"
"당연하지. 저 멍청한 깡통 대가리 힘만 믿고 까불다가는 정말 뒤질 수도 있어. 그나저나 저 카일이란 놈은 어떻게 저런 스피드가 나오는 거야? TYPE A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인데...."
"아, 그게...."
초가 머뭇거리다가 결국 모든걸 체념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지오가 브라운 박사에게 발견되지 전에 만든 살인 병기야."
"뭐?!"
설화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브라운 박사가 어째서?"
"연합군이 특수 병기가 필요하다고 압박을 하니까 어쩔수 없이 만들었지 뭐."
"이런 미친놈 들...."
설화가 거친 욕설을 내뱉는 사이 지오와 카일 중령의 싸움은 더 치열해졌다.
지오가 회심의 공격을 하면 카일 중령은 귀신같이 피하는게 벌써 수십번째였다.
오히려 카일 중령은 기회가 될 때마다 지오의 급소를 노려댔다.
"헉헉!"
지오는 거친숨을 내몰며 휘청거렸다.
설화 말대로 시간이 지날수록 지오의 체력에 슬슬 한계가 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반면 카일 중령은 약간의 땀을 흘렸을뿐 아직도 쌩쌩한것 같아 보였다.
대신 그 들이 서있는 땅은 마치 폭격이라도 맞은것처럼 움푹 패인 곳이 여러곳 보였다.
"커헉!"
결국 지오는 밀려오는 체력의 한계를 버티지 못하고 한쪽 무릎을 꿇어버렸다.
"겨우 이 정도냐?"
"크흑...."
카일 중령의 입꼬리가 심하게 올라가자 지오가 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이제 죽어줘야겠어. 너무 시간을 끌었거든."
카일 중령이 지오 앞에 바짝 다가섰다.
그리고 그의 관자 놀이를 응시했다.
"젠장! 결국 내가 나서야겠군!"
설화가 다듭하게 창틀에 올라섰다.
"언니 위험해!"
초가 깜짝 놀라 말리려고 했지만, 설화는 이미 공중에 붕 떠있는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