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92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3 (ZER-0) -- >
그렇게 한참 BPA가 분주하게 돌아가는 사이에 아침은 밝았고, 포르투갈 총 대사관은 한바탕 난리가 일어났다.
새벽 6시쯤에 연합군 공군 수송기가 리스본 공항에 떡하니 나타나더니, 그 안에 탑승한 무장 병력이 우르르 총 대사관으로 몰려가 점령한 것이다.
"도,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오?"
포르투갈 엘데르 총통과 그의 보좌관 들은 온통 좌불안석이었다.
갑자기 그의 집무실에 침입한 군인 들은 하나같이 날카로운 눈으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난 연합군 공수부대장 카일 중령이다. 너희는 USN 헌법 제 290조 4항인 '생존자 보호 특별법'을 어겼으며, 연합군 보안 특령 제 8조 1항인 '반역자 은닉 죄'에 의거하여 전원 체포 한다."
보기에도 험악하게 생긴 중령이 딱딱하게 죄목을 늘어놓자, 엘데르 총통은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요? 우리가 반역자를 숨겼다니?"
"지금이라도 사실을 말한다면 죄를 덜어주겠다. 반역자 '설화'는 어디있나?"
"설화? 방금 설화 장군이라고 그랬소?"
-퍽!
느닷없이 주먹이 날라오자 엘데르 총통이 휘청거렸다.
다행히 곁에 서있던 그의 보좌관 들이 아니었다면 그대로 땅바닥에 쳐 박힐 판이었다.
"이, 이게 무슨 짓입니까?"
엘데르 보좌관 중 한명이 발끈하자 카일 중령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장군? 누가 반역자를 장군이라고 하는 거지?"
"누구긴 누구야! 설화 중장이야말로 장군이지?! 그걸 네 놈은 몰라서 묻는 거냐?"
엘데르 총통이 입에 고인 피를 내뱉으며 소리를 지르자 카일 중령의 얼굴이 싹 굳어졌다.
"혹시나 했더니 너희 역시 반역자로구나. 그럼 더 이상 볼 필요 없겠지."
카일 중령이 망설임없이 허리춤에서 권총을 뽑아 들었다.
엘데르 총통은 속으로 흠칫거렸지만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다.
"날 죽인다고 하더라도 설화 장군님은 못 찾을 것이다."
"호오, 그래?"
"또한 설령 안다고 하더라도 절대로 알려주지 않을 거다."
-철컥!
카일 중령이 권총을 장전하고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아, 그럴 필요없어."
"뭐?"
"구역질나는 쥐새끼가 어디에 숨었있는지 잘 알고 있거든."
-탕!
카일 중령이 망설임없이 방아쇠를 당기자, 엘데르 총통의 이마 정 중앙에서 검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너희도 이렇게 되기 싫으면 우리에게 협조하는게 좋을 거다."
"....."
일개 중령이 민족을 대표하는 총통을 아무렇지 않게 쏴 죽이자 모두 페닉 상태에 빠져버렸다.
"이 자의 목을 베서 광장에 높이 효수하고 나머지는 연합군 재판소에 회부한다."
"옛!"
카일 중령의 명령은 차라리 사형 선고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포르투갈은 연합군 손에 넘어갔고 카일 중령은 망설임없이 BPA로 내달렸다.
"......"
한참 복도를 바쁘게 거닐던 설화가 갑자기 멈춰서자, 초와 브리튼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언니, 왜 그래?"
"아, 아니. 갑자기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
"뭐? 또?"
초는 깜짝 놀라 설화에게 되물었다.
그럴만도 했다.
설화가 저번에 저런 반응을 보였을때, 안타깝게도 비슬리씨가 죽음을 맞이했었다.
"젠장. 뭐지? 뭔가 섬뜩한 기분이 드는데?"
"그냥 기분 탓일 거야. 아무래도 오늘이 날인만큼 긴장해서 그럴 수도 있어."
초가 억지로 웃으며 설화를 안심시켰지만 그녀 역시 심난하기 그지없었다.
연합군이 어떻게 나올지 전혀 예상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걱정만 한다고 될 일은 전혀 없었다.
"소장님! 큰 일 났습니다!"
갑자기 브리튼이 뒤에서 헐레벌떡 뛰어오자 설화는 심장이 덜컥 내려 앉은줄 알았다.
"무슨 일이야?"
"그게..."
설화가 대신 대답하자 브리튼이 잠시 망설였다.
"말씀드려도 괜찮아."
초가 괜찮다는 표정을 짓자 브리튼이 고개를 끄덕였다.
"상급 클래스 인원 들 절반이 BPA를 빠져 나갔습니다."
"뭐?"
"그게 정말이야?"
설화와 초가 동시에 되묻자 브리튼이 난처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연합군하고 싸우기는 싫답니다...."
"이런 젠장! 누가 꼭 싸운대?"
"......"
초는 이마에 손을 얹으며 잠시 쭈그려 앉았다.
"그럼 지금 나머지 인원 들은 뭐하고 있어?"
"그게....."
"빨리 대답해!"
설화가 소리 지르자 브리튼이 겨우 입술을 떼었다.
"그 인원 들도 BPA를 떠나는 한이 있더라도 연합군에 대앙하기 싫답니다. 그들 역시 짐을 싸고 있습니다."
"도대체 당신이랑 지오는 뭐하고 있는 거야?!"
"죄, 죄송합니다. 하지만 워낙 강하게 나가서...."
사실 그건 브리튼의 잘못은 아니었다.
상급 클래스는 졸업반을 앞둔 학생 들이 많았고 그들은 USN과 연합군에서 일하기를 원했다.
다만 아카데미 출신이라는 점에 한가닥 희망을 걸었을 뿐이었다.
"이제 어떡하지?"
"어떡하긴.... 어쩌면 나 때문에 벌어진 일 같은데 내가 어떻게든 해결해 봐야지."
설화는 모든걸 체념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그때 밖에서 시끄러운 엔진 소리와 함께 시끌거렸다.
"뭐지?"
설화와 초가 창밖을 내다보니 수많은 군용 트럭 들 사이로 무장한 군인 들이 서있는게 보였다.
"당신 들 도대체 여기서 뭐하는 거야?!"
이미 밖에 나와 있던 지오가 크게 소리를 지르자 군인 들이 움찔거렸다.
거대한 체구에서 나오는 고함이라 그 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린 탓이었다.
그때, 지오만한 체격의 남자가 군인 들 사이를 헤집고 앞으로 나왔다.
"저 자식은....."
"왜? 아는 사람이야?"
설화가 단번에 그를 알아보고 인상을 구기자 초가 다급히 물었다.
"응. 잘 알다마다. 인간 쓰레기 중의 쓰레기 모하마드 카일 중령이라고, 아주 밥 맛 떨어지는 새끼지."
아니라 다를까 카일 중령이 가슴팍에 힘을 주며 입을 열었다.
"나는 연합군 소속 공수 부대장 카일이다! 너희가 반역자 설화를 숨겼다는 사실을 다 알고 있다. 당장 그년을 내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