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스트 데드-191화 (189/262)

< -- 191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3 (ZER-0) -- >

"너 지금 그게 무슨 소리야?"

설화가 표정을 싹 바꾸고 물었다.

그건 죽을 때까지 무덤으로 가져가야 할 비밀이었다.

"엄마. 더 이상 날 속일 생각 하지마. 나도 엄마처럼 시크릿-X 바이러스에 감염됐잖아."

"어디서 무슨 소리를 들은 거냐고!"

결국 설화가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다가 뭔가 짐작이 갔는지 한번 숨을 내쉬고 마음을 진정시켰다.

"설마 비슬리씨가 그러디?"

"누가 나한테 말해주는게 뭐가 그렇게 중요해?"

"중요해. 난 언젠가 때가 되면 너에게 진실을 말해주려고 했어."

"왜?"

"네가 지금 알면 힘들어 할 테니까."

"천만에...."

스탠은 전혀 아니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히려 이런 사실을 늦게 알려줬기 때문에 엄마에 대한 믿음이 점점 사라지고 있어."

"아, 그래서 이제 알았으니까 나랑 상종 안하겠다?"

"그런 말이 어디있어?!"

"네 말이 그렇잖아! 나는 뭐 숨기고 싶어서 숨긴건 줄 알아?"

"그럼 여태까지 왜 숨겼는데?"

"그건....."

순간 설화의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자신도 모르게 초를 쳐다볼뻔 했다.

"그건... 네가 알게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뻔하기 때문이야."

"왜? 나도 엄마처럼 생존자 들을 위해 희생할까봐?"

"....."

말문이 막힌 설화는 그냥 제 자리에 털썩 주저 앉고 말았다.

도무지 어디서 뭐가 어떻게 잘못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엄마. 나도 이제 자랄만큼 자랐어. 그리고 학교를 졸업하고나서 무엇을 해야할지 충분히 고민했고 말이야."

스탠 역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의자에 앉자 차분하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비슬리씨 말대로 평범한 행정 사무직을 생각해봤지만 나랑 어울리진 않아."

"왜?"

"하루종일 책상 앞에 앉아 키보드나 두드려 대는건 나에게 있어서 정말 비생산적인 일이거든."

"참...."

설화는 혀를 차며 기가막혀 했다.

누가 이승철 아들 아닐랄까봐 가만히 앉아 있지를 못한걸 꼭 닮은것이다.

더욱 기막힌건 초의 표정이었다.

추억에 잠긴 그녀의 눈은 감동의 눈물까지 맺혀있었다.

'날 아주 쌍으로 엿먹이려는 모자(母子)로군....'

"난 그래서 결심했어. 이왕 이렇게 된거 아카데미에서 열심히 배운 다음 이 힘을 써먹기로 말이야."

"......"

초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설화는 아주 가관이라는 표정이었다.

"누가 널 받아주기라도 한대?"

스탠은 말없이 초를 쳐다보았다.

"에... 엥?"

한참 멍때리던 초가 갑작스러운 스탠의 눈길에 깜짝놀랐다.

"소장님! 제가 알기로는 BPA는 시크릿-X를 잘 받아들이는 사람 들의 특수한 능력을 키운다고 들었어요. 저도 그럼 해당 사항이 되질 않나요?"

"그, 그게...."

"저는 이곳에 오고 나서 결심했어요! 제가 할 일은 이미 정해졌다구요."

"....."

초는 입을 벌린체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고, 설화는 이마에 손을 얹고 고갤 숙였다.

"언니. 어떡하지?"

겨우 정신차린 초가 조용히 소곤거리자 설화는 머리를 북북 긁었다.

"몰라, 썅! 아휴! 어떻게 된게 지 애비 아들 아니랄까봐 저렇게 고집 불통인거냐?!"

설화는 볼멘 소리로 툴툴거렸지만, 이미 스탠을 설득하기 글렀다고 여긴것 같았다.

그럼 초 역시 더 이상 선택 권한이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친아들이라고 해서 무작정 BPA 일원으로 받아들일 생각은 없었다.

"좋아. 하지만 조건이 있어."

"뭔데요?"

"BPA에 들어가려면 7개월간의 수습기간이 있어."

"수습 기간이요?"

"그래. 일종의 자질 시험 기간이야. 이 기간 동안 시크릿-X를 얼마나 잘 컨트롤 할 수 있는지 보는 거야. 그래야 BPA에서 특별한 힘을 키울수가 있어."

"좋아요. 뭐 그 정도라면 망설일 필요도 없죠."

스탠이 혼쾌히 대답하자 초가 설화를 쳐다보았다.

설화는 팔짱을 낀체 스탠을 노려보았다.

"뭐, 네 뜻이 정 그렇다면 난 더 이상 말리지 않겠어. 하지만 비슬리씨 죽음을 헛되이 해서는 안될 거야. 들어갈 때는 네 마음대로였겠지만, 중도에 포기하거나 이곳에서 한 발자국이라도 벗어나려고 한다면 그땐 내가 널 뭉게버릴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어?"

말 그대로라면 아들에게 하는 말 치곤 상당히 살벌했지만, 오히려 스탠은 두고 보라는 듯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내 근성이 그렇게 형편없는 줄 알아? 한번 마음을 먹으면 지옥 끝이라도 남을테니까 두고 봐."

"흥! 허세부리기는.... 엄마 초 소장하고 할 이야기 있으니까 그만 나가봐."

"응."

스탠이 나가자 설화는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째 지질이도 말 안 듣는건 너랑 승철이랑 판박이냐?"

"그래도 얼마나 남자답고 멋있어?"

초가 아직도 감동어린 표정을 지우지 못하자 설화는 꼴 사납다는 얼굴이었다.

"남자답기는 개풀.... 완전 개 황소 고집불통인데. 아무튼 스탠은 이제 내가 아니라 네가 돌봐야 할거야. 뭐 스물살을 넘긴 나이라지만 아직 안심하긴일러. 저 자식 안 그래도 고지식한데 비상식적인 것을 보면 절대로 그냥 넘기지 않을 거야."

"그래. 무슨 말인지 알아."

초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뭔가가 생각났는지 설화를 쳐다보았다.

"그런데 언니는 지금부터 어떻게 할 거야?"

"일다 급한 불을 꺼야겠지... 연합군 놈들이 내일 오기 전에 어떻게든 방비는 해야 돼."

"으음... 그럼 그 다음에는?"

"글쎄.... 그 다음은 나도 예측 못하겠다."

"왜?"

"연합군 놈 들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까. 그 다음은 내일을 넘기고 나서 생각해야 할거야."

"휴..... 그럼 일단 나는 BPA에 비상 발생시 메뉴얼대로 준비는 해놓을게."

"그래. 하지만 너무 연합군을 자극 시키지 않는 정도가 좋을 거야."

"응. 난 이제 BPA를 둘러봐야겠어."

"그렇게 해."

초가 회의실을 나가자 설화는 텅 빈 자리를 홀로 지키고 있었다.

"비슬리.... 당신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을게."

설화는 창문 밖 하늘을 쳐다보며 쓸쓸하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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