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스트 데드-180화 (178/262)

< -- 180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3 (ZER-0) -- >

- 끼이익

초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왠일인지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빈집에 온 것같은 적막함마저 느껴졌다.

"어디갔지?"

초가 쓰윽 안으로 들어오자, 브리튼과 아이 들이 문 안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이상한데요? 너무 조용한데...."

브리튼이 여기 저기 둘러보며 이제 막 부엌 안으로 들어설려는 찰나 멈칫거렸다.

"조용한데 뭐?"

"아, 그게...."

초가 되물었지만 브리튼은 벙찐 표정으로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에이, 뭔데 그래?"

결국 초가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부엌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나 본인도 브리튼과 똑같은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여, 왔냐?"

"어, 언니. 이게 어떻게...."

"뭐가 어떻게야. 이거 덩치만 산만하지 비실비실하다."

초의 눈이 잘못되지 않았다면 설화가 사무엘을 깔고 앉아 생수병을 벌컥벌컥하는 모습은 분명 사실이었다.

더군다나 사무엘은 입에서 피를 흘리면서 기침을 내뱉고 있었다.

의식은 없어보였다.

"언니! 이게 무슨....."

"이럴 수가! 얘들아! 빨리 사무엘을 옮겨서 치료해."

"....."

초와 브리튼이 경악하며 어쩌할 바를 몰랐다.

그나마 브리튼이 겨우 정신을 차리고 사무엘을 치료하게 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설화는 무덤덤했다.

"뭐 내 앞에서 까불지 않도록 손만 봤으니까 그렇게 걱정 안해도 돼."

"......."

초는 그런 설화의 모습이 기가 막히고 화까지 났지만, 생각해보면 시비는 사무엘이 먼저 걸었다.

게다가 설화가 저렇게 말할 정도라면 사무엘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 싶었다.

"뭐, 파워는 그럭저럭 쓸만한데 순발력, 예측성, 스피드도 다 뒤 떨어져. 이런 애들 가지고는 같이 일 못하지, 초소장."

"그게 무슨 말이야? 언니."

초는 불쾌하듯 되물었다.

"기분 나빴다면 미안. 하지만 너무 한가지 능력에만 쏠려 있다는 뜻이야."

"휴우...."

설화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말했다.

사실 사무엘의 파워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하지만 부족한 부분이 아예 없는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자존심 강한 초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S-X 약물은 사무엘의 파워를 최대한 끌어내고 있어. 하지만 언니 말대로 신체 능력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약물이 모든것을 향상 시키는것은 아니야. 약물을 투여받은 사람 들이 자신의 의지에 따라 잠재 능력을 끌어올리는 수준이 천차만별이랄까..."

"그렇군. 그럼 약물이 문제가 아니라 이 놈들의 의지가 문제라는 거네."

설화가 뻐근한 허리를 쭉 펴며 초와 브리튼 뒤에 서있는 아이 들을 쳐다보고 피식 웃었다.

"목적의식도 없는 아이 들이라.... 뭐 키우면 쓸만하겠지만 시간이 별로 없어서 탈이야."

"저기요."

소라가 다소 굳은 표정으로 앞으로 나섰다.

"뭐지?"

"당신이 꽤 유명한 장군이라는 것도 잘 알겠고 실력도 꽤 있다는 것도 알겠는데 당신도 부족한 점이 있네요."

소라의 말이 당돌했는지 설화는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내가 부족한 점이 뭐지?"

"당신의 명성에 비해 너무 거만하네요."

"그래? 그럼 넌 뭘 제일 잘하지?"

"저는 정보 수집에 능해요. 아마 생존자 들 중에서 저만큼 해킹을 잘하는 사람은 없을 거에요."

오히려 자기 자신을 자랑하는 소라의 모습이 어이가 없었는지 설화는 기가막힌 표정을 지었다.

"지금 네가 나보다 제일 거만하다는 거 알고 있냐?"

"아뇨. 지금 여기서 제 실력을 모르는건 당신 뿐이지만, 당신 실력을 제대로 아는건 소장님과 부소장님 뿐이죠."

"....."

설화가 '뭐 이런 놈이 다 있어?'라는 표정으로 초를 쳐다봤지만, 그녀는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초까지 그렇게 나오자 설화는 말문이 막혀버렸다.

"원하신다면 연합군 정보를 빼볼까요?"

"뭐?"

"소라. 그만해."

브리튼이 정색하며 말렸지만 설화는 손을 들었다.

"연합군 정보라.... 어디까지 할 수 있는 거지?"

"언니!"

도저히 안되겠는지 초마저 설화를 말렸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좋아. 그럼 내가 원하는 정보는...."

설화는 입꼬리를 올리며 소라에게 다가섰다.

"연합군 본부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고 싶어."

"예?"

"엥? 그게 무슨 말이야, 언니?"

모두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설화를 쳐다보았다.

그럴만도 했다.

느닷없이 연합군의 위치를 묻는 이유가 없었다.

"언니. 연합군 본부는 독일 빌헬름스하펜에 있잖아."

"아니에요. 진짜 연합군 본부는 그곳에 없죠."

"뭐라고?"

모두가 페닉에 빠진 상태였지만 설화와 소라는 달랐다.

설화는 점점 드러나는 소라의 정보력에 새삼 놀라면서도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다.

"빌헬름스하펜은 연합군 항공모함 전초기지일 뿐이에요. 연합군 핵심 인물 들과 정보국은 항상 옮겨 다니죠."

"...."

이 정도라면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첩보 수준이었다.

소라 말대로 연합군은 항상 장소를 옮겨다니며 그들의 본기지를 숨겨왔었다.

"허세를 부리는줄 알았더니 정말 쓸만한 머리를 가지고 있군. 하지만 정확한 정보를 내게 말해주면 더 좋을텐데 말이야."

"정확한 정보는 저도 위성을 해킹해서 알아야 합니다. 제 실력으로는 아마 7시간쯤 걸릴 겁니다. 그나저나 이제 장군님 차례입니다."

설화가 기껏 칭찬을 했지만 소라는 냉랭한 표정으로 받아쳤다.

"좋아. 내가 너에게 어떤 능력을 증명해 보이면 되는 거지?"

"제가 장군님에게 보고 싶은 능력은 다름 아닌....."

"다름 아닌?"

"리더십입니다."

"리더십?"

"예."

간단한듯 싶으면서도 왠지 어렵게 느껴지는 요구 사항이었다.

'언니는 중장까지 올라간 군인이야. 리더십은 더 이상 말할 필요는 없을텐데....'

초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정작 당사자인 설화는 달랐다.

"우리는 개개인의 특성이 매우 강해요. 그래서 융합이 잘 되지가 않죠."

"흐음.... 그건 좀 어렵겠지만 해볼게. 그나저나 네 실력이라면 내가 왜 군복을 벗었는지도 아는 건가?"

"예. 영국에 있는 네티즌 들이 그러더군요. 장군님 부하 들이 발칸반도에서 개죽음을 당하고 그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군복을 스스로 벗었다구요. 하지만 저는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믿지는 않아요."

"왜지?"

"아무리 중장까지 올라갔다고 하지만 그런 리더십이라면 저희는 커녕 아카데미 초급생 들조차 컨트롤 하지 못하실게 뻔하니까요."

"소라. 말이 너무 심하다."

"아니야. 그 말이 맞아."

브리튼이 엄하게 꾸짖었지만 설화는 손을 들고 고개를 저었다.

"내 불찰로 인해 부하 들이 억울한 개죽음을 당했지. 하지만 그런 부하 들을 위해서라도 내가 지금 멈추면 안돼. 또한 연합군과 USN은 예전같지 않아. 분명 연합군과 USN이 뭔가를 감추고 엄청난 일을 꾸밀지 모를 일이지."

"그 말뜻 이제 알 것 같네요."

소라는 설화의 말을 단번에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장군님은 포르투갈에 심심해서 오신게 정말 아니었군요."

"..크큭. 너 생각보다 재미있는 놈이다?"

설화는 킥킥거리면서 소라에게 조금 더 다가섰다.

"넌 일단 합격이다. 뭐 더 이야기 해봐야 겠지만..... 난 네 능력이 필요해."

"뭐, 아무 쓰잘데기 없는 제 능력이 필요하시다니 이 저택 안에 계시는 한에서는 도와 드리겠지만.... 제 조건은 변함이 없어요. 저희 모두를 통솔할 줄 알아야 제가 옆에서 장군님을 도울 겁니다."

"내게 내는 숙제인가?"

"뭐 그렇다고 해두죠. 그럼 저는 연합군 놈들이 어디서 짱박혀 있는지 찾아낼테니 장군님도 최선을 다하세요."

"그러지."

소라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 모습에 설화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자 초는 괜시리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언니. 미안해. 저 애가 좀 버릇이 없어서....."

"크크큭...."

"어, 언니?"

초가 안절부절 못했지만 설화는 어깨를 들썩였다.

그리고는....

"크크큭... 하하하하! 아주 재밌는 놈이야. 나 여기 너무 마음에 들어! 그리고 이 아이 들도."

"....."

"고맙다, 동생아. 네 덕분에 좋은 인재 들을 얻을수 있겠다."

설화마저 호탕하게 웃으며 부엌을 나가버렸다.

결국 초와 브리튼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멍청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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