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스트 데드-179화 (177/262)

< -- 179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3 (ZER-0) -- >

브리튼은 안절부절하며 집 밖에서 서성였다.

반면 초는 인도에 쭈그리고 앉아 지루한 표정을 지었다.

"야. 정신 사나워. 그만 돌아 다녀."

"하지만 소장님."

"아이씨. 정신 사납다고!"

"......"

초가 빽 소리를 지르자 브리튼이 끽 소리 안하고 제자리에 멈춰섰다.

"그나저나 소라(そら)랑 왜 또 시비가 붙은 거야?"

"그게.... 오늘 아침에 사무엘이 소라의 노트북을 만졌나 봅니다."

브리튼이 실토하자 초가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 자식은 내가 그렇게 경고했는데 왜 또 남의 물건을 함부로 만진 거야?"

"그게 50-Cent 노래 다운 받아서 듣겠다고...."

"지랄 들을 하고 자빠졌네!"

초가 거칠게 욕을 내뱉자 브리튼이 움찔거렸다.

몇일 같이 있었다고 설화에게 물이라도 든 모양이었다.

"야, 소라!"

초는 계단에 쭈그려 앉아 사과를 먹고있는 소라를 불렀다.

하지만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귀에 이어폰을 끼고 있는 탓이었다.

결국 브리튼이 작은 한숨을 내쉬며 그에게 다가가 어깨를 흔들었다.

"소라야. 소장님이 너 부르신다."

"....."

소라는 허리를 구부정하게 굽히며 다가왔다.

"왜요?"

"너 왜 자꾸 사무엘의 성질을 건드는 거야? 그러다가 정말 사무엘에게 맞으면 어쩌려고?"

"걔는 저 못 때려요."

소라가 아무렇지않게 대답하자 오히려 당황스러운건 초였다.

"뭐?"

"사무엘이 무식한 놈이기는 해도 아무렇게나 주먹을 휘두르는 놈은 아니니까요."

"아까 너한테 주먹을 휘두르려고 했는데?"

초가 되물었지만 소라가 피식 웃었다.

"그 자식 그렇게 겁만 줘요. 제가 겁이라도 먹길 바라니까요. 그걸로 지가 이겼다고 생각하는 단순한 놈이에요."

"......"

초는 차마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언니. 우리 아무래도 괜히 나선것 같아.....'

초가 멍때리는 사이 소라는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그 아줌마 정말 큰일이에요. 사무엘이 저렇게까지 맞았다면 분명 자기 힘을 조절하지 못하고 무식하게 덤빌텐데."

엉뚱한 사람을 걱정하는 소라의 모습이 어이가 없었는지 초가 헛웃음을 내뱉었다.

"걱정하지마. 설화 언니가 그렇게 쉽게 당하는 사람인줄 알아?"

"....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설화....라구요?"

소라가 정색을 하며 묻자 초가 움찔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으, 응. 뭐 아는 사람이야?"

"모를리가.... 설화 육군 중장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있어요. 더군다나...."

"더군다나 뭐?"

설화가 재촉하듯 되묻자 소라는 깊은 눈매를 드러내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설화라면 카스티야 전투에서 홀로 싸운 일화로 유명하죠. 물론 그 사실이 몇 사람 들에게서만 떠도는 소문이라고 하지만, 이미 날고 긴다는 정보통 사이에는 유명한 이야기에요."

"....."

초는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소라의 정보력에 속으로 경의를 표했다.

소라는 사무엘과 반대로 지능이 비상식적으로 높았다.

공식적인 IQ는 178.

나서는걸 싫어하고 혼자 있는걸 좋아하는 성격이라 주위에 친구는 없었다.

아니, 그의 친구는 유일하게 노트북 하나뿐이었다.

그에게 노트북은 세상을 열고 들어가는 유일한 문이었다.

"카스티야 전투..... 자세히 말해줄래?"

"흐음. 설화 장군님하고 보통 사이는 아닌것 같으신데 설마 못 들으신건가요?"

"쓰읍! 어른이 물어보는데 말이 많아. 말이. 어서 말해봐."

초가 인상을 쓰자 소라는 불평 가득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쳇! 설화 장군은 오랜 행군으로 지친 1사단을 전선 40km 밖에서 쉬게하고 정예 특수부대 100명만 이끌고 이베리아 반도 중앙산맥으로 진군했어요. 그때 당시 이베리아 반도에 있는 감염자의 수는 무려 1만. 무자비하게 몰려오는 감염자를 상대로 자신의 오른팔을 검으로 변형시켜 상대했죠. 아마 아침 7시에에 전투를 시작해서 밤 8시쯤에 감염자 들을 모두 몰살시켰어요. 경의롭게도 아군의 피해는 단 한명도 없었죠."

"......"

초는 물끄러미 소라를 쳐다보았다.

"너 그거 군 특수 기밀인거 알고 있지? 이 사실을 다른 누군가에게 말했다가는 바로 납치당할 수도 있어."

"알아요. 저도 이거 국방성에서 해킹한 기밀 문서거든요."

"....."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말하는 소라의 모습에 초는 기가 막혔다.

하긴 저런 무식한 배짱이 있으니 사무엘을 아무렇지도 않게 상대하는 것이다.

"그럼 이 사실은 왜 은폐가 된거지?"

"이 사실이 은폐된 까닭은 우리 아카데미 출신 들처럼 바이러스를 몸에 담고 있는 사람 들을 꺼려하는 생존자 들 때문이죠. 특히나 설화 장군은 능력도 비상하지만 최초로 시크릿-X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구요....."

"맞아. 그럼 그 사람이 왜 너희 들을 찾아왔을까?"

초는 이왕 이렇게 된거 소라의 능력을 더 실험해보기로 했다.

"설화 장군님은 전역하신지 몇 일 되지 않으셨잖아요. 아니.... 전역이 아니라 군복을 스스로 벗었다고 해야하나....? 전투가 한참인 발칸반도 전선에서 갑자기 복귀하자마자 그만뒀으니까요."

소라는 잠시 말을 멈추고 잠시 생각에 빠졌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어떠한 모함에 의해서라던가.... 아니면 뭔가 꾸미고 있겠죠. 그리고 저희가 필요해서 왔다면 둘 중 하나네요."

"뭔데?"

소라가 알겠다는 듯 말을 이었다.

"하나는 전역하고나서 소장님을 만나려고 포르투갈에 여행을 왔을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다른 특수 임무를 맡고 아카데미에서 특수요원을 선발하러 오셨겠죠."

"......!"

반면 초는 놀란 기색이었지만 이내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았어. 둘 다야."

"과연 그렇군요."

소라가 고개를 끄덕이자 초는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뭐, 여기까지 왔는데 더 이상 숨길 필요는 없겠지. 지금 여기에 서있는 우리는 연합군과 전면 대응한다."

"예?"

"뭐라구요?"

브리튼은 물론 저택 안에 있던 아카데미 출신 들이 놀라 동시에 소리쳤다.

그럴만도 했다.

그동안 연합군으로 수없이 인재를 배출했던 아카데미에서 갑자기 그 들에게 전면 대응을 하겠다는 것이다.

"소장님! 그건 안될 말입니다. 아카데미가 어떻게 세워졌는데요."

제일 먼저 브리튼이 강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초는 그것마저 예상했는지 차분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아카데미가 아니야. 내가 분명 말했잖아. 여기에 서있는 우리라고."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브리튼이 복잡한 표정으로 되물었지만 소라는 단번에 그 말을 알아들었다.

"BPA 아카데미에서 졸업한 학생 들은 두가지 길을 가게 되죠. 특별히 선별된 인원 들은 연합군이나 USN에서 일하게 되는 거고, 나머지는 평범하게 사는 거 말이에요. 그에 반해 우리는 아카데미와 별 상관없는 사람 들이 아니었던가요?"

"잘 아는군. 하지만 한가지가 틀렸어."

초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아카데미와 너희는 별 상관없을지 몰라도 나와 브리튼, 지오에게는 특별하다는 거. 너희는 연합군과 USN에 일하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자원 들이야."

"그럼 저희는 누구를 위해 일해야 하나요?"

"당연히 생존자 들을 위해서지."

새초롬하게 생긴 여자 아이가 묻자 초는 당연하다는듯 대답했다.

그러자 소라를 비롯한 여러 아이 들이 하나 둘씩 미소를 지었다.

브리튼은 이 상황을 안심해야할지 걱정해야할지 속으로 갈팡질팡하고 있지만 말이다.

-우당탕탕!

"이게 뭔 소리야?"

갑자기 땅이 꺼지는 듯한 소리가 들리자 초가 당황하며 물었다.

"설화님과 사무엘이 한바탕 붙었나 보네요."

"아, 맞다!"

초가 박수를 치며 아차하는 표정을 짓자 브리튼이 이마에 손을 짚었다.

"이만 말리셔야 할것 같습니다. 싸움이 좀 길어진것 같거든요."

"그래. 그러자. 다시 잠잠한것 같은데...."

초와 브리튼은 다시 저택 현관문 앞으로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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