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스트 데드-169화 (167/262)

< -- 169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3 (ZER-0) -- >

그로부터 3일후.

사태는 아주 긴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설화는 명령 불복종이라는 이유로 군복을 벗어야 했고, 비슬리씨는 하원 의원을 스스로 그만뒀다.

비슬리씨는 상원과 원로 들이 권력의 맛에 찌들어 예전의 대의 명분을 잃어버린것 같다며 분노했다.

그리고 그는 집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설화의 표정은 꽤 여유로웠다.

마치 지겨운 무언가를 덜어낸 사람 같았다.

"엄마. 지금 편해?"

"응."

스탠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이었지만 설화는 소파에 앉아 커피를 홀짝일 뿐이었다.

"USN이 핵 사용을 허락하고 연합군에게 그 권한을 위임하면 심각한 일 아니야?"

"그래? 그럼 자기네 들이 알아서 하겠지. 설마 같은 생존자 들에게 핵이라도 날리겠어?"

"엄마!"

스탠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설화가 커피잔을 내려놓고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엄마. 지금 사람 들이 뭐라고 그러는줄 알아? 엄마가 부하 들을 버리고 책임 회피하려고 스스로 군복을 벗엇다고 뒤에서 욕하고 있다고."

"....."

설화는 한동안 스탠을 쳐다보며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더니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자기 방으로 들어가더니 문을 거칠게 닫아버렸다.

"휴...... 정말 어쩔려고 저러는지...."

스탠은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설화의 방문을 쳐다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

반면 설화는 방문 가까이 귀를 대고 스탠이 자기 방으로 들어가기를 기다렸다.

특수부대 엘리트였던만큼 그녀는 작은 소리를 감지해낼 수 있었다.

또한 그것은 시크릿-X의 능력이기도 했다.

-쿵....

2층 방문이 닫히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설화는 비로서 노트북을 꺼내 e-mail을 열었다.

예상대로 비스크 대장으로부터 중요한 메일이 한통 도착했다.

- 부하 군복을 강제로 벗겨놓고 있으려니 마음이 불편하군.

아무튼 자네가 잘 이해해주리라 믿겠네.

사실 어제 하루종일 우리의 계획을 생각해보았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첩보기관 보다는 자네가 진짜 첩보를 해야한다는 판단이 들었네.

"결국 나보고 현장에서 뛰라는 거잖아."

설화는 툴툴거리면서 마우스휠을 굴렸다.

- 그런데 아무래도 그 빌어먹을 찰스 국장도 우리의 움직임을 예상한 모양이야.

다행인지 몰라도 오늘 다시 연락해봤는데 물증없이 심증만 있더군.

하지만 그쪽에서 깸새를 눈치챘다면 우리는 하루 빨리 움직여야 해.

아마 연합군 정보 기관에서 곧 자네 집을 감시할테니, 스탠도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할거야. 물론 아무렇지도 않게 말이야.

이제 그들의 힘이 필요할 때야.

설화는 잠시 팔짱을 끼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스탠에게 집을 옮기겠다는 소리를 하는건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연합군 정보 기관이 비스크 대장과 설화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다면 사태의 심각성은 충분했다.

게다가 연합군 정보기관이라면 설화의 과거에 대해서 충분히 알고도 남을 일이었다.

결코 쉽지가 않은 일이다.

'비스크 대장은 연합군을 의심하고 있고 연합군 정보 기관 역시 비스크 대장을 상당히 신경쓰고 있어. 그런데 그 사이에 내가 끼어있는 것은 분명하고 말이야.'

설화는 자리에서 일어나 턱에 손을 괴고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결국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지는 격이야. 그리고 두 거인 들도 내 과거를 어떻게든 이용하거나 발목을 잡을테니 말이야.'

설화의 냉정한 생각은 결코 틀린게 아니었다.

비스크 대장이나 연합군은 설화가 과거에 중국 최고 첩보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연합군 측에서는 설화의 갑작스러운 파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이게 바로 설화가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었다.

침투 형식의 첩보 작전이라면 분명 얼굴을 감춰야했다.

그렇다고 비스크 대장이 그런걸 고려하지 않고 설화에게 무작정 강요만을 한것은 아니었다.

비스크 대장은 마지막에 이런 말을 남겼다.

- 이제 그들의 힘이 필요할 때야.

'훗. 짐작이 가는군. 그걸 하자는 거지?'

설화는 비스크 대장의 넉살에 헛웃음을 내뱉었다.

'결국 그 들이 빛을 발휘할 때인가?'

설화는 휴대폰을 들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나야."

- 예! 설화 중장님!

"예의 차릴 필요 없어. 나 짤렸다.

- 아,예? 그, 그러십니까?

설화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지만 상대방은 무척이나 당황스러운 모양이었다.

"얘들 잘 있냐?"

- 예! 철저하게 준비했기 때문에 언제든지 작전에 투입될 수 있습니다.

"좋아. 아무래도 움직일 때가 온것 같다."

- 그렇습니까?

설화가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자 상대방도 잔뜩 긴장한 모양이었다.

"정확히 이틀 후에 집을 정리하고 내려가겠다. 너희 대장한테도 알리도록!

-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설화가 뭔가 생각나는지 다시 입을 열었다.

"스탠도 내려간다고 알려주고...."

- 아..... 알겠습니다!

설화는 통화를 끊고 책상 위에 걸터 앉았다.

그리고 뭔가 심각한 고민이 있는지 인상을 찌푸렸다.

아까 비슬리 대장으로부터 온 메일을 읽었을 때나, 어디론가 전화할 때 보다 더 심각했다.

"젠장. 스탠 그 녀석을 어떻게 설득시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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