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스트 데드-157화 (155/262)

< -- 157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외전2 (그녀의 기억) -- >

"....."

진기만은 튀어나올 듯한 두 눈으로 사진을 노려보았다.

가슴이 주먹만큼 뚫린체 피를 흘리고 있는 그는.....

분명 이철원이었다.

"그 여자가 한 짓이요."

"......"

진기만은 힘없이 사진을 떨어트리고 고개를 돌렸다.

시커먼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너무나 보기 싫었다.

도대체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하는 건지.....

"그 여자는 어떻게 됐습니까?"

"우리가 알아서 처리 했습니다."

-쾅!

진기만이 사정없이 벽을 치자, 뒤에 서있는 요원 들이 움찔거렸다.

"씨발. CIA면 대한민국에서 마음대로 휘젓고 다녀도 된다 이거냐?"

"이런 이런."

그러나 스캇은 입꼬리를 슬쩍 올리며 고개를 천천히 가로 저었다.

"우리는 당신 조국에 도움이 될 일을 하고 있는 거다."

"웃기지마. 너희가 북한까지 꼬드겨서 뭘 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만, 중국과의 전쟁을 한반도에서 벌일려는 수작 아닌가?"

스캇은 그제서야 얼굴에 웃음기를 지워버렸다.

"너희는 나가있어."

"예."

요원 들이 병실을 나가자 스캇은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진기만. 당신은 내가 하는 말(영어)을 제대로 알아 들을 수 있나?"

"엿같은 소리는 못 알아 듣겠는데?"

- 우당탕!

"크학!"

스캇이 진기만의 머리채를 붙잡고 고개를 뒤로 젖혔다.

"이제부터 엿같은 소리도 알아 먹어야 할거야. 이철원은 우리에게 있어서도 상당히 아까운 존재였다. 그런 존재를 잃는다는것은 양국에 큰 치명타야."

"왜? 애국심에 눈이 가려진 순진한 놈 꼬드겨서 너희 좋을대로 다룰 수 있어서? 크큭. 너희 미국은 항상 그 따위였지. 동맹이니, 평화니, 허울 좋은 말만 앞세워서 너희 이득만 채웠으니까. 아마 한반도에 선긋기를 했을때부터 그랬다지?"

진기만이 이를 갈며 말하자 스캇이 피식 웃으며 그를 놓아주었다.

"조국의 분단이 우리 잘못이라고 생각하나?"

"그럼 아니었나? 미국과 소련이 세계 주도권을 갖기 위해 한반도를 갈라놓고 너희 마음대로 전쟁을 벌였던것 말이다."

"삐툴어진 국가관은 오히려 해가 된다. 진기만."

"닥쳐. 소련도 마찬가지이지만 너희 미국도 만만치는 않아. 너희 미국의 욕심은 전세계를 위험에 빠트리는 거다....."

진기만은 잠시 숨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

"이, 빌.어.먹.을.양.키.새.끼.야."

"........"

스캇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지만 몸이 살짝 움찔거렸다.

"뭐, 이미 은퇴한 내가 감나라 배나라 할 입장은 아니니까 더 이상 지껄이지는 않으마. 하지만!"

진기만은 스캇의 푸른 두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그 여자는 대한민국 영토에서 붙잡혔다. 정식 루트대로 국정원에 이 사실을 알리고 일을 처리해라. 만약 그렇지 않을 경우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을 하나도 빠짐없이 널리널리 알려줄거다."

"이철원은 끝내 그 여자에게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런 전우의 의지를 손쉽게 짓밟겠다는 거냐?"

"흥. 너보다는 내가 더 철원이를 더 알아."

진기만은 콧웃음치면서도 속으로 쓰라린 감정을 겨우 추스려내야 했다.

본인이 직접 이런 상황에 부딪히다 보니 이철원 혼자 감당 해야 할 몫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알것 같았다.

"아니. 넌 이철원에게 들은 사실만 가지고 모든것을 판단하고 있다."

"그럼 이철원은 너희에게 거짓만 듣고 다녔다는 거냐?"

"그건 아니다. 다만 일의 본질을 몰랐을 뿐."

"일의 본질?"

진기만이 침상에서 몸을 똑바로 하고 앉자, 스캇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좀 내 말을 제대로 들을 맛이 나나?"

"헛소리라고 판단되면 내 마음대로 할 거다."

"좋아. 그 분께서도 널 지목했으니까 사실대로 알려주지."

"무슨 소리야? 그 분이라니...."

진기만이 당황해하자 스캇은 바로 입을 열었다.

"일단 내 말 들어. 나는 CIA 소속이긴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곳에 속해 있다."

"중요한... 곳?"

"그래. 이 여자를 붙잡는 계기로 우리는 인류 역사에 있어서 아주 큰 프로젝트를 실행할 거다."

순간.

진기만의 머릿속에 이철원과 나눴던 이야기들이 번개처럼 떠올랐다.

미국과 중국의 바이오닉 전쟁.

그리고 세계 3차 대전.

"네 놈 정체가 뭐냐?"

진기만이 경계했지만 스캇은 쓰윽 다가왔다.

"S.B.I.C."

"그게 뭐냐? 미국 새로운 비밀 조직이냐?"

진기만이 짜증스러운 얼굴로 물었지만 스캇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

"S.B.I.C. 새로운 인류를 건설할 집단이지."

"......."

진기만은 들어본적도 없는 이름이었지만 스캇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그는 진기만의 귀에 대고 한참 뭐라고 떠들어댔다.

"마, 말도 안돼...."

"앞으로 10년. 믿건, 안믿건 그건 네 자유다. 그럼....."

스캇은 입만 벌린체 벙쪄있는 진기만을 뒤로 두고 유유히 병실 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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