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스트 데드-153화 (152/262)

< -- 153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외전2 (그녀의 기억) -- >

이철원과 진기만은 해안도로를 달렸다.

목적지는 딱히 정해져 있지 않았다.

그저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세상의 시름을 잠시 잊을 뿐이다.

"야. 이거 남자 둘이 밤에 드라이브 가는 것도 기분이 참 뭣 같구만."

"참. 선배님도..."

진기만이 투덜거리며 담배 연기를 내뿜자 이철원이 피식 웃었다.

"아무튼 날 끌어들일 생각하지 말아라. 난 배타는게 너무 행복한 놈이니까."

"예. 저도 그걸 잘 알고 있으니까 선배님께는 고민만 털어놓을 겁니다."

"그래. 한번 말해봐라. 미국이 뭐 어떻다고?"

"말 그대로 외계 물질을 지구에 반입했습니다. 러시아와 우주 비밀 조약을 완벽히 무시하면서요."

"참...."

진기만은 확실히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뭐 에어리언이라도 만든다고 그러디?"

"그런건 아니고 온전히 중국을 견제할 목적이랍니다"

"중국?"

진기만이 의외로운 표정으로 되묻자 이철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중국은 20년 전부터 바이오 연구를 해왔습니다. 말 그대로 암암리에 마루타가 공공히 자행됐었죠."

진기만은 씁쓸한 표정으로 담배 하나를 더 꺼내물었다.

"그런 바이오 연구라면 살인기계라도 만들었겠군."

"예. 지금 그런 살인 기계 들이 미국과 우리 나라, 그리고 일본에 많을 겁니다."

"큰일이군..."

진기만의 표정은 점점 굳어졌다.

아무리 끼어들고 싶은 일이 아니더라도 본능적으로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윗 분들 생각은 어떻대?"

"미국과 긴밀히 협조하는 중입니다. 아무래도 지리적으로 우리나라가 제일 가깝다보니 미국에서 신경을 많이 쓰더군요."

"신경을 많이 쓴다고?"

진기만이 의외라는 표정으로 되묻자 이철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래서인지 사태가 긴박하게 돌아갈 정도입니다. 심지어 각국 첩보 기관에서는 한반도를 무대로 중국과 미국이 부딪힐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뭐, 그건 옛날부터 나온 이야기 아닌가?"

진기만이 별거 아니라는 듯이 넘길려고 했지만 이철원은 완강히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이번엔 미국이 작정하고 북한까지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북한?"

"예."

"북한은 갑자기 왜?"

"그게...."

이철원이 잠시 머뭇거리자 진기만이 싱겁다는 표정을 지었다.

"기밀이면 말하지마, 임마."

"아닙니다. 그게 아니라 북한이 미국과 공조하는 댓가로 핵실험을 극비리에 허가를 받은 상태입니다."

"뭐?! 이것 들이 단체로 미친거 아니야?"

진기만이 흥분하자 이철원이 자기도 모르게 팔을 들어 말렸다.

"선배님. 진정하십시오. 지금 상황이 매우 어렵습니다."

"상황? 무슨 상황? 북한이 핵 개발을 대놓고 하는것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 뭔데? 말이야 바른 말이지 그 자식 들 핵무기 내세워서 심심할때마다 협박이라도 하면 우리가 더 난처해진다고!"

"그보다 중국이 개발한 바이오 기술이 너무 심각할 정도입니다. 중국군 전체가 살인기계가 되서 전쟁이라도 치룬다고 생각해보십시오.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는게 빠르겠습니까? 아니면 이미 살인기계가 돌아다니는 중국이 빠르겠습니까?"

"....."

그건 맞는 말이었다.

현재 중국의 기술력이라면 살인기계 100만 대군 쯤은 쉽게 만들 것이다.

이철원이 침착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중국은 우리가 상상한 그 이상으로 위험한 국가입니다. 어떻게든 동아시아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미국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에 미국 최우방국인 우리나라를 경제든 외교든 집중 견제를 하고 있는 겁니다."

그 말은 사실이었다.

중국은 육지로는 동북공정으로 한반도 역사 자체를 흡수하려했고, 해상으로 대만과 함께 일본과 센카쿠 열도를 두고 분쟁하고 있다.

중국같은 큰 국가가 자꾸 이런 분쟁을 일으키는 이유는 큰 그림에서 보자면 확실하게 나타난다.

동아시아 재패를 통한 미국과 같은 세계 일인자를 꿈꾸는 것이다.

"그래서 자기네 들이 원하는게 뭔데? 뭐 미국이랑 진짜 전쟁이라도 하겠다고?"

"예. 어쩌면 세계 3차 대전이 진짜 일어나 수도 있겠죠...."

이철원은 굳은 표정으로 딱딱하게 대답했다.

그 모습에 진기만은 정말로 사태가 심각해졌음을 느꼈는지 머리를 북북 긁어댔다.

"그럼 그 외계 물질로 도대체 뭐하겠다는 거야?"

"바로 그게 제 고민입니다. 미국이 시크릿-X라고 붙인 그 물질은 지구의 생명체에 감염될 경우 매우 공격적으로 변한다고 합니다."

"공격적으로?"

"예. 51구역에서 현재 임상실험을 진행 중입니다."

"뭐? 51구역에서?"

진기만이 깜짝 놀라며 벌떡 일어섰다.

자동차 천장에 머리를 부딪혔지만 게의치 않았다.

"역시 선배님도 51구역을 심각하게 생각하시고 계시군요."

"당연하지, 임마. 51구역이 애들 놀이터도 아닌데...."

"그러니까 말입니다. 미국이 2차대전를 승리하고나서 독일에서 빼갔던 모든 최첨단 기술이 외계인 들의 의해 만들어진 것이니까요."

그건 진기만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 당시 히틀러의 나치가 어떻게 외계인과 접촉했는지는 아직도 의문이지만, 연합군이 2차 대전 승리 이후 최첨단 기술의 최대 수혜자는 미국과 러시아였다.

물론 냉전 시대 당시 러시아가 채제 불안으로 스스로 무너지고 말았지만, 아직도 그들의 저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어찌되었건 그 당시 최첨단 기술을 집약한 곳이 바로 51구역이었다.

그 51구역에서 외계 물질을 실험하고 있다면 분명 심상치 않은것이 탄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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