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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데드-147화 (146/262)

< -- 147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시즌 2 : 소용돌이 -- >

"이제 너희 들이 무슨짓을 하던지 신경쓰지 않을게. 부디 내 마음을 이해해주길 바래."

김원중은 덤덤하게 말한 후 브라운 박사와 예선이 사이를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다.

"......"

망연자실.

예선이는 텅 빈 머릿속을 어떻게 채워야할지 몰랐다.

그건 브라운 박사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넓은 이마를 만지작 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크아악!

브라운 박사와 예선이가 벌떡 일어섰다.

머리 위로 공포가 짓눌린것 같았지만 정신을 안차릴 수가 없었다.

"감염자 들하고 거리가 가까운 모양이야. 이거 큰일인데?"

"어서 위로 올라가요!"

브라운 박사와 예선이는 황급히 지상으로 올라왔다.

하지만 감염자 들의 울부짖음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까이 들려왔다.

"저는 승철이를 깨울게요. 박사님은 다른 사람 들 좀 깨워주세요."

"그러지."

예선이는 힘껏 2층으로 뛰어갔다.

그런데 갑자기 복부 아래가 심하게 조여왔다.

"으윽! 왜, 왜 이러지?"

마치 쇠로 만든 허리띠가 복부를 조이는듯 했다.

- 쿠아아악!

감염자 들의 고함 소리가 귓전에 울려퍼졌다.

예선이는 아픔도 잊고 벽을 기대가면서 겨우 방문 앞에 멈춰섰다.

- 덜컥!

갑자기 문이 열리는 바람에 예선이는 앞으로 쓰러질뻔했지만 누군가 부축해줬다.

"...승철아?"

예선이를 일으킨 사람은 다름 아닌 이승철이었다.

그의 눈빛은 비장했고 팔뚝만 남은 왼팔은 서슬퍼런 철검이 튀어나왔다.

"김원중 그 자식이지?"

"어? 응...."

"뭐하려고 갔었냐?"

마치 모든것을 다 알고나 있었다는 말투였다.

하지만 그런게 중요한게 아니었다.

이승철이 저렇게 서있는것만 봐도 예선이는 마음이 든든했다.

"설화 언니 연구 자료 좀 챙기려고... 아무튼 지금 상황이 안좋아. 연구실 문은 다 강제로 닫혔고 지하에서 감염자 들이 올라오고 있어. 아마 어느 정도 때가 되면....."

예선이는 말을 흐렸지만 이승철은 알았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여차하면 폭발 시키겠다는 거군. 나참...."

이승철은 혀를 차면서 예선이를 일으켰다.

"여기 있으면 위험하니까 내 뒤에 꼭 붙어 있어."

"응."

이승철과 예선이는 다시 1층 로비를 향했다.

하지만 이미 그곳은 감염자 들로 가득차 있었다.

문제는 생존자 들이 계단으로 올라오는 감염자 들은 막대기 같은 걸로 막고 있었다.

숫적 열세가 분명해 보였다.

-쩌어억!

이승철이 순식간에 달려들어 길게 팔을 휘두르자 감염자 목이 달아났다.

"오, 승철!"

브라운 박사가 반가운 얼굴을 했지만 이승철은 애써 무시하고 감염자 들을 상대했다.

이제는 먹고 사는 일이 이런것 들이라 덤덤하게 감염자 들을 상대했지만 이승철은 자꾸 뒤가 캥겼다.

'맞아! 김원중!'

이승철은 무의식적으로 2층을 올려다 보았다.

과연 김원중은 그 자리에 서있었다.

김원중 역시 이승철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큰 가방을 메고 있었는데 분명 그 안에 폭탄이 들어있는게 확실했다.

"이승철! 과연 네가 어디까지 사람 들을 챙길 수 있을까?"

"뭔 개소리냐?"

이승철이 따지듯 묻자 김원중이 의미심장한 얼굴로 왠 007 가방을 꺼내들었다.

"어차피 이 연구실 문은 열리지 않아. 헛수고 일 뿐이야. 대신 내가 고통없이 모두 눈을 감게 해줄게."

김원중은 가방을 열고 뭔가를 조작했다.

그리고 사람 들이 모두 볼 수 있도록 가방을 돌려서 보여주었다.

"젠장. 시한 폭탄인가?"

브라운 박사가 낭패어린 얼굴로 중얼거리자 모두가 절망에 빠진 표정을 지었다.

이승철은 끈덕지게 달라붙는 감염자 한 놈을 발로 세게 차버리고 주위를 살펴보았다.

문이 어떻던지간에 어떻게든 예선이를 살려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혹시....'

이승철 눈은 예선이 가슴 아래로 향했다.

'만약 맞다면 내 목숨을 걸어야겠지.'

이승철은 희미한 미소를 띄우고 조금 더 주위를 살폈다.

'저 곳이다!'

이승철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굳게 닫힌 철문 옆에 어른 하나가 겨우 통과할 수 있는 크기의 유리창이 보였다.

저 유리만 깰 수 있다면 분명 탈출은 가능해 보였다.

"흐압!"

이승철은 젖먹던 힘을 짜내어 감염자 들을 베어냈다.

다행히 숫자가 얼마 되지 않아 단시간 내에 모두 없앨 수 있었다.

"다 들 날 따라와!"

이승철이 뛰자 뒤에 따르던 생존자 무리 들이 우르르 뛰어왔다.

-끼긱!

그 사이 이승철은 철검으로 유리창을 깰려고 했지만 의외로 단단했다.

"10분 남았어!"

굳이 안 그래도 되는데 김원중이 크게 소리쳤다.

"정말 저 입 좀 다물었으면 좋겠군."

브라운 박사가 초조함 반 짜증 반 섞인 말투로 말했지만 이승철은 애써 무시했다.

겨우 유리창에 금이 약간 갈 정도였다.

'어떡하지?'

초조해하는 이승철의 눈에 유리창 모서리의 틈이 보였다.

'저거다!'

이승철은 다시 철검을 유리창에 박았다.

그리고 온 힘을 주어 왼팔을 움직였다.

-끼기긱!

듣기 거북한 긁히는 소리가 나자 모두가 본능적으로 귀를 막았다.

하지만 이승철은 게의치 않고 유리창을 잘라냈다.

-덜컥!

결국 사방이 잘린 유리창이 밖으로 떨어지자 모두가 기쁨에 찬 표정을 지었다.

"나가자마자 최대한 뛰어요!"

이승철은 브라운 박사부터 시작해서 생존자 들을 부축해 어떻게든 밖으로 나가게 했다.

"안돼!"

그 모습을 지켜보던 김원중이 급하게 총을 꺼내들었다.

-탕!

다행인지 불행인지 총알은 벽에 박혔고, 그 사이 브라운 박사와 어린 꼬마 들이 빠져나갔다.

이제 남은 사람이라고는 이승철, 예선이, 잭이었다.

"빨리 빠져 나가요. 폭탄이 이제 곧 터질거에요."

"예선씨부터 나가게 하죠."

이승철은 고개를 끄덕이고 예선이를 밖으로 나가게 했다.

"자아, 다음은 승철씨가 나가요."

잭이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지만 이승철은 고개를 저었다.

"전 두 팔이 불편해서 안되요. 먼저 나가요."

"하지만...."

-탕! 탕!

김원중의 사격 솜씨가 엉망이라서 다행이었다.

하지만 시한 폭탄 타이머는 얼마 남지 않았다.

"빨리 빠져 나가요. 난 내가 나갈 수 있어요."

"......."

"빨리!"

결국 잭은 이승철에게 떠밀려서 밖으로 빠져나갔다.

"승철아! 빨리 나와!"

밖에서 예선이의 고함 소리가 들렸지만 이승철은 뒤돌아섰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총을 겨누고 달려오는 김원중을 두 팔을 벌려 맞이했다.

-탕!

가슴에 총알이 박히고 허벅지에 총알이 박혔다.

밖에서 예선이 고함 소리가 들렸지만 이승철은 눈을 감았다.

그는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다.

'자유야.... 난 이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이승철의 눈에서 눈물 한방울이 떨어졌때 거짓말처럼 시간이 멈췄다.

그리고 정확히 3초 후.

바이오센터는 엄청난 폭파음과 함께 어마어마한 화염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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