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45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시즌 2 : 소용돌이 -- >
"이봐, 김군. 다 좋은데 그 총은 좀 내려놔. 애 들 정서에도 안좋으니까."
브라운 박사가 침착하게 그를 말려보려고 했다.
하지만 김원중은 더 이상의 접근을 원하지 않았다.
"멈추세요."
김원중 총구가 홱 돌아가자 브라운 박사가 멈칫했다.
"도대체 뭐하는 거야?"
"상관마요. 그냥 내 선택일 뿐이에요."
"선택? 그럼 여기 있는 사람 들의 선택은 상관이 없다는 건가?"
"다들 망설이고 있잖아요!"
김원중이 소리 지르자 모두가 벙찐 표정을 지었다.
"그, 그게 무슨 말인가?"
"아스카디아, S.B.I.C... 더 이상 인류에게 희망은 없어요."
"......"
로비에 모인 생존자 들은 더욱 혼란에 빠진 표정이었다.
김원중 말이 아예 틀린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사람 들 생각이 이렇게 극단적이지는 않았다.
"그러니까 자네 말은...."
브라운 박사가 복잡한 표정으로 넓은 이마를 긁적이며 어렵게 말을 이었다.
"지금 우리가 아무렇지않게 대충 죽어도 상관없다는 건가?"
"그런건 아니에요. 전 마지막을 뜻 깊게 보낼 생각이에요."
"아이고. 누가 보면 새해를 맞이하는 줄 알겠네.~"
설화가 비꼬자 예선이가 옆구리를 쿡 찔렀다.
그러나 김원중은 아랑곳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다 들 어떻게 생각하던지 상관없어. 난 내 나름대로의 길을 갈거야."
"그러니까 그게 죽는 거다?"
"그런셈이지....."
브라운 박사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이승철에게 다가갔다.
"김군이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상당히 정신적 충격이 온것 같아."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럼 어쩔셈인가?"
"....."
이승철은 입을 굳게 다물고 생각에 잠겼다.
'망설이지 말아라.... 니 갈 길을 가라.'
자유가 마지막에 했던 말.
이승철은 그 말을 계속해서 되씹었다.
만약 예전의 이승철이었다면 분명 김원중을 살리려고 필사적으로 나섰을 것이다.
'어차피 너의 선택은 누군가에게 최고의 선택이 될 수도, 최악의 선택이 될 수도 있어.....'
"승철아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예선이가 조급하게 묻자 이승철은 감았던 두 눈을 떴다.
"좋아. 김원중! 넌 너의 길을 가도록 해. 난 나의 길을 갈테니까."
"무, 무슨 말이야, 그게?"
오히려 김원중이 당황해서 되묻자 이승철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난 네 결정을 존중한다. 그런데 난 살아서 할 일이 아직 남은것 같다. 하지만 그건 일단 내 사정이고... 나머지 사람 들은 어때? 지금 남은 인생 다 끝장낼 거야?"
"....."
모두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기만 했다.
그때 잭이 입을 열었다.
"난 내 고향 스위스에 가고 싶어! 그리고 형한테 무사히 돌아오겠다고 약속했고 말이야. 안 그래요, 박사님?"
"그랬었지."
브라운 박사가 양 눈썹을 올리며 대답하자 모두들 피부가 다른 이방인을 쳐다보았다.
그들은 서로 미소를 지었다.
희망이 보이기도 했다.
"저희도 스위스 갈래요!"
"저도요!"
아이 들이 소리지르자 이승철은 예선이를 쳐다보았다.
"나도 가고 싶어. 스위스는...."
예선이는 양 볼을 붉히며 말을 이었다.
"내가 신혼 여행으로 꼭 가고 싶은 곳이었거든."
"오~"
모두가 이승철과 예선이를 쳐다보자 예선이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어졌다.
이승철은 애써 아닌척하면서 설화를 쳐다보았다.
"누난...."
"나한테 선택권이 있을것 같냐? 니네 좋을대로 해라."
설화다운 대답에 이승철이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김원중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봤지. 여기 아직 살겠다는 사람 들이 많다. 그러니까 내일 정오까지 시간을 주라. 그 사이 우리는 우리 길을 갈테니까."
"그러시던지."
김원중은 약간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사람들 사이를 가로 지르면서 성큼성큼 가버렸다.
브라운 박사는 모두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좋아. 그럼 우리가 가야할 날짜는 모두 정해졌군. 그대신 군용기라 승차감은 무척 별로일거야. 다들 짐 적당히 싸고 내일 오전 11시까지 지금 이곳에서 다시 모이는 거야. 알았지?"
"예!"
모두 힘차게 대답하자 브라운 박사는 빙긋 미소를 지었다.
"좋아. 그럼 내일을 위해 우리는 오늘을 준비하자고."
모두 흩어지자 이승철과 예선이는 같은 복도를 거닐었다.
"......"
"우리가 언제부터 같이 있었지?"
"어, 어? 그게...."
예선이가 뜬금없이 묻자 이승철이 무척 당황스러워 했다.
"쓰읍.... 그러고 보니까 아프다는 핑계로 계속 내 옆에 있긴 했는데...."
예선이가 허리춤에 손을 올리고 가늘게 눈을 뜨자, 이승철이 계속 다른곳을 쳐다보았다.
"날 보시지?"
예선이가 이승철 얼굴을 붙잡고 자신의 얼굴에 가까이 대었다.
"이제 넌 날 피할 수 없어."
"커헉!"
이승철 얼굴이 새파랗게 변하자 예선이가 깔깔 거리면서 웃어댔다.
"하하! 야, 장난인데 뭘 그렇게 정색하냐?"
"아, 아니 그게..."
"괜찮아, 임마! 우리 이미 한 이불에서 잤잖아. 이제 매일 잘건데, 뭐!"
예선이가 호탕하게 웃으며 이승철 등을 쳐댔다.
"그, 그게 아니라... 바, 발이...."
"응?"
이승철이 결국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허리를 숙이자 예선이가 그때서야 상황 파악을 했다.
그녀는 이승철의 발을 밟고 서 있었던 것이다.
아까 얼굴을 들이댈 때 밟은것 같았다.
"미, 미안...."
"......."
이승철은 허리를 숙이고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고 예선이는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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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시 바로 폭풍 연재!!ㅋㅋㅋㅋ
흠흠 농담이구요.ㅋ
다음 연재는 9시~10시 사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