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44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시즌 2 : 소용돌이 -- >
그날 밤은 무척 깊고 오래 흘렀다.
모두가 근심어린 얼굴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이승철은 침대에 누워있는 예선이를 지그시 내려다 보고 있었다.
이제는 백신이나 생존자 들에 대한 걱정도 되지 않았다.
그저 눈 앞의 예선이만 보일 뿐이었다.
'어디가 안좋나..?'
이승철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고보니 예전부터 몸이 이상하다고 했다.
"으음...."
한참 누워있던 예선이가 얼굴을 찡그렸다.
"답답해.... 문 좀 열어...."
"그, 그래."
이승철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쓸쓸한 늦가을이 그런지 차갑고 날이 선 바람이 이승철 얼굴을 때렸다.
"몸은 좀 괜찮아?"
"잘 모르겠어...."
예선이가 몸을 뒤척이며 반대로 눕자 이승철은 한숨을 푹쉬었다.
'잠깐... 설마?'
이승철은 움찔하며 예선이를 쳐다봤지만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
'그래. 아무래도 그럴리는 없겠지...'
이승철은 쓴웃음을 지으며 창틀에 두 손을 얹고 바깥 풍경을 쳐다보았다.
사방이 숲이고 간간히 감염자 들과 동물 들간의 울음 소리가 들렸지만 그다지 감흥은 없었다.
"응?"
바로 그때.
이승철의 눈에 바이오센터 입구에서 서성이는 누군가를 발견했다.
"누구야, 저거?"
이승철은 주의 깊게 그를 주시했다.
시커먼 그림자에 가려져 뚜렷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다지 먼 거리가 아니기 때문에 움직임 정도는 파악할 수 있었다.
그는 매우 불안하고 초조한 눈치였으면 등 뒤로 큰 가방 같은것을 매고 있었다.
-띠릭!
바이오센터 전자 보안 패드가 작동되는 소리가 들렸다.
이 건물에는 모든 문에 보안 패드가 부착되어 있다.
그러하면 이 바이오센터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 된다.
이승철은 숨 죽이고 그가 하는 행동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 보안키가 해제 되었습니다. 출입을 허용합니다.
낭랑한 목소리가 들리고 문이 덜컥 열리자 건물 내부 빛이 쏟아져 나왔다.
"김원중?"
이승철의 눈이 가늘해졌다.
그는 어울리지도 않은 허름한 여행 가방을 메고 있었다.
"도대체 뭐가 있길래...."
무엇이 담겨 있는지는 전혀 감을 잡을수 없었다.
김원중의 표정만 봐도 심상치 않은 무언가가 있는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더 이상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아까 식당에서 김원중의 말과 행동 그리고 표정이 너무 마음에 걸리던 참이었다.
"저기요."
1층까지 한달음에 달려 내려간 이승철은 김원중을 멈춰세웠다.
"뭐, 뭡니까?"
아니라다를까 김원중이 깜짝 놀라며 크게 당황해했다.
"거, 가방 안에 뭐에요?"
"그, 그냥 연구 자료에요."
"확실해요?"
"남의 일에 무슨 참견을 그렇게 합니까? 백신 연구 자료라구요."
김원중이 정색을 하며 소리치자 이승철의 의심은 더욱 짙어졌다.
"그럼 그 안에 있는것 좀 봅시다. 나도 황주선한테 들은게 많아서 도움이 될 수 있잖아요."
"됐어요. 저 혼자 봐도 되는 겁니다."
"그럼 가방만 열어봐요. 그냥 살펴만 볼테니까."
"미쳤습니까? 왜 제가 그렇게 해야 합니까?"
이승철과 김원중 간의 냉랭한 기류가 흘렀다.
"아니,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때 아닌 소란에 설화와 잭이 눈을 비비면서 나오자 김원중은 더욱 눈치를 살폈다.
"당장 가방 안에 있는거 꺼내. 그렇지 않으면....."
"그렇지 않으면 뭐? 또 애꿎은 사람 죽일텐가? 자유처럼?"
"야, 너 입 안닥쳐!"
김원중이 입꼬리를 올리자 설화가 큰 소리로 경고했다.
그러자 바이오센터 안에 있던 사람 들이 우르르 몰려 나왔다.
"뭐야? 왜 그래?"
"일 크게 만들지 말고 빨리 그 가방 안에 있는거 꺼내."
이승철이 살기를 띄우면서 경고하자 예선이가 깜짝놀라 그의 옷자락을 잡았다.
하지만 이승철은 살기등등한 눈빛으로 김원중을 쳐다볼 뿐이었다.
김원중은 체념한 표정으로 한숨을 푹 내쉬고 품 속에서 뭔가를 홱 꺼냈다.
"뭐 이렇게 된거 뭐 어떻겠어? 다 들 죽어야지. 안 그래?"
"....."
모두가 아무런 말도 없이 김원중을 쳐다보았다.
김원중이 꺼낸것은 다름 아닌 권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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