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39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시즌 2 : 소용돌이 -- >
"......"
1층 로비에는 여러 사람 들이 모여 있었다.
15일전 스위스에서 날라온 유럽권 생존자 들과 광주에서 온 생존자 들...
그들은 생김새도 다르고 언어도 틀렸지만 지금 이순간만큼은 모두 심각한 표정이었다.
예선이는 천천히 그들을 향해 걸어갔다.
"헉..... 헉......"
가뿐 숨소리가 무거운 침묵 속에서 가늘게 떨었다.
예선이는 숨소리 앞에 천천히 앉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승철은 처참한 몰골로 로비 바닥에 누워 있었다.
"이, 이게 무슨....."
"예선....이냐? 보고 싶었다....."
이승철은 온 몸 여기저기 피를 흘리고 있었다.
심지어 이마는 굳은 피 들이 여기저기 뭉쳐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그의 몸은 처참히 갈겨져 있었다.
마치 누군가 작정을 하고 난도질 한것 같았다.
"누가... 도대체... 왜...."
예선이의 입술이 또 다시 파르르 떨기 시작했다.
"젠장... 이래서 부르지 말라고 했는데...."
이승철은 조용히 두 눈을 감으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하지만 예선이가 다시 그의 얼굴을 잡고 자신이 바라보는 쪽으로 돌렸다.
"무슨 일이야... 아니 그보다 치료부터 하자."
"난 그럴 자격이 없어."
이승철이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대답하자 예선이의 왼쪽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그게... 그게 무슨 헛소리야. 이 바보야....."
"내가.... 내가..... 내가 말이야."
이승철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렸다.
마치 두려움과 후회가 가득 묻은 눈에서 그의 심정을 말하는것 같았다.
"자유를 죽였어."
"........"
그 순간.
로비에 모여있던 사람 들의 표정에서는 더 이상 궁금함이 사라져 버렸다.
박천구 대위는 소희와 함께 소파에 앉아 오랜만에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승철을 겨우 그곳에서 빠져 나오게 하느라 온 몸에 힘이 빠져버렸다.
게다가 속초에서 서울까지 쉬지도 않고 달려왔으니 상당히 지칠만도 했다.
"이거 드셔보세요."
다행히 하얀 가운을 입은 지적인 젊은 남자가 따뜻한 뭔가를 내밀었다.
박천구는 감사하다는 인사를 할새도 없이 그것을 받아들었다.
"코코아?"
박천구 대위가 중얼거리면서 머그잔에 입술을 떼자 김원중이 빙긋 미소를 지었다.
"지쳐있을 때 이거 마시면 좀 기분이 나아지거든요. 혹시 입맛에 안 맞으시면 다른 거라도...."
"아니요. 괜찮습니다. 그보다....."
박천구는 소희를 쳐다보았다.
소희는 마치 코코아를 처음 먹어보는냥 머그잔 밑바닥에 있는 가루 뭉치까지 ㅤㅎㅑㄾ아 먹었다.
그 모습에 박천구가 자신의 머그잔을 소희에게 넘겨주었다.
"여기는 뭐하는 곳입니까? 이승철이 여기로 오자고 해서 오긴 했지만...."
박천구가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물었다.
"여기는 예전에 바이오센터였습니다. 뭐 쉽게 말해 DNA나 줄기세포 이런것들을 연구하는 기관이었지요. 그리고 지금은 딱히 정한 명칭은 없습니다만 바이러스를 연구하고 백신을 개발중입니다."
"아니, 몇명이서 그런걸 한단 말입니다."
박천구가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사실 여긴 저 혼자 있었습니다. 이곳의 센터장이셨던 황주선 박사님이 계속 연구를 해달라고 하셨죠."
"방금 황주선이라고 하셨습니까?"
"예. 그런데 왜 그렇게 놀라시는지...."
"....."
박천구는 대답없이 뭔가를 생각하다가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 그냥 예전에 유명하신 분이라.... 설마 이곳의 수장이셨을줄은..."
"그렇군요. 아무튼 그렇게 있다가 놀랍게도 광주에서 생존자 들이 올라왔죠. 뭐 예전에 친한 후배 녀석이 온거였지만 저에게는 큰 힘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연구도 한결 수월해졌구요. 뭐 게다가 아까 보셨겠지만 몇명의 외국인 들은 스위스에서 생명공학을 연구하던 사람 들이라 이제 곧 백신도 완성될 수 있어요."
"그렇군요...."
박천구는 말끝을 흐리며 뭔가를 망설이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것을 눈치챈 김원중이 슬쩍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황주선 박사님하고 어느 정도 친분이 있으신지 ..."
"예. 압니다. 사실 이승철이 저지경이 된 것도 다 그 놈 때문일 겁니다."
"그 놈.....이요? 아니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그게...."
김원중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박천구가 그간 속초에서 일어났던 일을 모두 털어놓았다.
하지만 워낙 믿기 힘든 이야기라 김원중은 아직도 반신반의하는 표정이었다.
"역시 예상대로이군요.... 아무튼 제가 혹시 몰라 이걸 가져왔습니다.
박천구는 허름한 재킷 안주머니에서 USB를 꺼냈다.
"이게 뭡니까?"
"황주선이 그간 연구한 자료입니다. 연구실을 떠나기 전에 혹시 몰라 컴퓨터 안을 뒤져서 자료를 빼왔지요."
"......"
김원중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것을 받아들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예? 어디로 말입니까?"
"그건 알려드릴수 없습니다."
박천구가 단호하게 대답하며 일어서자 김원중이 말릴틈도 없이 어정쩡하게 일어섰다.
"그럼... 가자 소희야."
"응, 아빠."
뭔가 이상하리만큼 급하게 서두르믄 모습이 수상쩍었지만 그렇다고 김원중이 어떻게할 권한이 없었다.
그보다 그의 머릿속에는 황주선에 대한 생각에 머리가 복잡했다.
"정말 사람이 미치면 그렇게 변하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