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스트 데드-138화 (137/262)

< -- 138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시즌 2 : 소용돌이 -- >

예선이는 머리를 한껏 말아올렸다.

그러다가 한숨을 푹 내쉬고 거울을 쳐다보았다.

벌써 30일째.

밤낮없이 시크릿-X를 연구하고 백신을 개발하려고 했다.

하지만 무슨 바이러스가 변형이 심한지 금방 백신의 대항력이 생겨 개발 자체가 쉽지 않았다.

마치 그건 단순한 코감기가 몸살 감기가 되는 원리와 비슷했다.

감기 바이러스는 그 생김새가 일정치가 않아 백신 자체가 잘 듣지 않는 경우가 있다.

다시 말해 백신은 이미 정해진 퍼즐 조각이지만, 감기 바이러스는 그 모양이 언제 바뀔지 모르는 불특정한 형체를 가지고 있다.

물론 시크릿-X를 감기 바이러스에 비교할 수는 없지만 원리가 비슷했다.

하지만 그건 김원중과 신예선의 생각 뿐이었다.

느닷없이 나타난 그들의 의해 기존에 알고 있던 시크릿-X의 연구가 180도 바뀌었다.

"썬. 아직도 허탈한가?"

새하얀 턱수염이 덥수룩한 나이 지긋한 백인 남성이 따뜻한 미소로 예선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예선이 역시 빙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허탈해요. 허탈해서 기쁘기도 하지만요."

"기쁘다니 그게 무슨 말이지?"

백인 남성은 자신의 이름과 잘 어울리는 따뜻한 스웨터를 무의식적으로 허리춤으로 내리면서 의자에 앉았다.

"브라운 박사님. 전 정말 햇병아리인가봐요. 그동안 시크릿-X를 연구한 원중이 오빠랑 제가 다 맞는줄 알았는데 다 틀려버렸잖아요. 그런대도 박사님의 연구 결과가 너무 좋아요. 정말 박사님 연구 결과라면 이 세상을 다시 일으켜 세울수도 있을 거에요. 아니, 일으켜 세우겠죠."

"썬. 모든 일에는 정답이란게 존재하지 않아. 나 역시 내 연구 결과가 아직도 못 미더운게 사실이야."

브라운 박사가 진중하게 대답하자 예선이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박사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박사님 이론이라면 흠 잡을 곳이 없어요. 시크릿-X를 최초로 양분화 시키셨잖아요. 그건 바이러스를 조각내서 힘을 약화시킬 수 있는 최초의 시도라구요."

"아니지. 나는 그냥 시크릿-X만 연구했을 뿐이야. 하지만 김원중 박사랑 자넨 감염자를 상대로 실험을 하지 않았나. 그건 좋은 시도야. 시크릿-X를 제대로 활용할줄 아는 사람을 상대로 여러가지를 알아냈다는 것은 획기적인 일이지. 당장 봐도 그래. 시크릿-X를 어떻게하면 인간에게 유용하게 만들건지도 자네 들이 알아냈어."

"그건... 결국 백신을 포기해서 다른 방법으로 생각한건데요."

예선이가 힘빠진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대답하자 브라운 박사가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결국 지혜롭게 포기할 줄 알았기 때문에 창조적인 방법을 알아냈지 않았나? 그게 바로 인류를 위한 길이야. 인간은 항상 공식대로 움직여서는 안돼. 그럼 새로운것을 창조해낼 수 없지. 인간은 항상 창조적이어야 하네. 그게 인간이 인간을 위한 절대적인 숙명이야."

".... 박사님...."

예선이는 약간 눈시울을 붉히다가 이내 고개를 돌렸다.

그 모습에 브라운 박사는 약간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언제까지 그렇게 강한척 할텐가? 자네 역시 내 눈에는 한없이 어린 아이처럼 보이는 걸....'

브라운 박사는 다시 제자리에 앉아 예선이가 충분히 마음을 가라앉힐 시간을 주었다.

"좋아. 이제 우리 일 이야기 좀 해볼까?"

"네."

예선이는 싱긋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벌컥!

브라운 박사가 말을 이어가려는 찰나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면서 누군가 헐레벌떡 들어왔다.

김원중이었다.

"무슨 일인가?"

브라운 박사가 살짝 굳은 얼굴로 물었지만 김원중 표정은 뭔가 심각하면서도 당혹스러움이 묻어났다.

"도, 돌아왔습니다."

"누가?"

예선이가 자리에서 일어서서 묻자 김원중은 그녀를 쳐다보았다.

"이승철. 이승철씨가 돌아왔어."

"정말?!"

예선이가 펄쩍 뛰면서 놀라자 브라운 박사 역시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 드디어 이승철군을 보는 건가? 이거 정말 반갑구만."

모두가 반가운 표정을 지었지만 왠지 김원중의 표정은 어두웠다.

낌새를 눈치챈 예선이가 얼굴에 미소를 지우고 긴장이 역력한 표정으로 김원중을 쳐다보았다.

"무슨 일.... 있는 거지."

"그게...."

김원중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뭔가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이 섞여 있었다.

"비켜."

예선이가 나가려고 하자 김원중이 문 앞을 가로막았다.

"일단 놀라지 않겠다고 다짐해."

"선배가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달라질게 있어?"

"......"

결국 할 말을 잃은 김원중이 힘없이 옆으로 물러서자 예선이는 1층을 향해 곧자 뛰어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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