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37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시즌 2 : 소용돌이 -- >
정말 마음을 터놓은 친구와의 싸움은 몸과 마음이 회복되기 어려울 정도로 서로 상처를 입는다.
그동안 믿어왔던 진실이 지워지고 배신감으로 마음이 멍이 드는 순간....
자유는 처참하게 찢겨있었다.
그리고 이승철의 마음 역시 처참하게 찢겨있었다.
"왜...."
이승철은 간신히 숨을 내쉬고 있는 자유를 내려다보았다.
자유는 차가운 바닥에 처참하게 널부러져 있었다.
"왜 그랬어?"
"쿨럭... 널 많이.... 알고 싶었으니까. 너가 왜 무엇때문에 힘들어 하는지 제대로 알고 싶었으니까...."
자유는 피를 토하면서도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그게 너무 편안해보여서 이승철은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럼 나한테 물어나 보지...."
"크큭... 온종일 바쁜 미친놈한테 뭘 물어봐, 임마... 쿨럭!"
자유는 또 다시 피를 토했다.
다 드러난 내장이 갈라진 복부 사이를 비집고 자꾸 터져 나오려고 했지만 자유는 필사적으로 그것을 손으로 막아냈다.
그것 역시 이승철의 검에 의해 그렇게 된것이었다.
하필이면 왜 그때서야 자유가 제정신으로 돌아왔나....?
이승철은 벽에 머리를 박으며 괴로워 했다.
"나 미쳐버릴까?"
"미쳐서 뭐하게 임마..... 너도 세상 다 부셔버릴래?"
"응. 이 빌어먹을 놈의 세상 다 없애버리고 싶다."
"크크큭. 넌 착해빠져서 그렇게 하지도 못해."
"아냐. 난...."
"야, 이승철. 헛소리하지 말고 날 쳐다봐."
"....."
"어서. 나 언제 뒤질지 모른다 말이야...."
자유가 힘겹게 부탁하자 이승철이 괴로운 표정으로 그를 내려다 보았다.
"항상 사람은 최고의 선택을 할 수가 없어. 왜냐하면 언젠가 그게 누군가한테는 최악의 선택이 될 수도 있거든....."
".....그래서?"
"그러니까 너무 자책하지마. 만약 너가 생각하기에 이게 최악의 선택이라고 하더라도 누군가한테는 최고의 선택이 될지도 몰라."
".....어째서?"
"어차피 인간 세상은....."
자유가 두 눈을 감으며 편안하게 마지막 말을 이었다.
"돌고 도는 거거든. 삶도... 죽음도.... 미움도.... 사랑도... 그런데 사람 들 마음속에 사랑이 남아 있다면 세상은 절대로 사랑하는 사람을 배신하지 않을 거야. 사랑한다..... 이승철..... 영원히 소중한 친구여....."
"........"
자유는 힘겹게 고백을 한 후 더 이상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가 버렸다.
가 버렸다....
가 버린다....
이승철은 벽에 등을 기대고 주르륵 앉았다.
자유의 몸은 차갑게 굳어가고 있었다.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날 사랑하나고? 네가 날? 내가 무슨 자격으로... 이런..... 네 사랑을.....받을 수가.... 있겠어.....?"
이승철은 두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항상 감정의 변화가 있을때는 피눈물이 흘렀는데 신기하게도 이번만은 그냥 눈물이 흘렀다.
"제발... 제발.... 날 위해서 그랬다는 말을 하지마.... 제발..... 흐흑...."
이승철은 오열했다.
자유를 끌어안고 그렇게 한참을......
눈물을 흘렸다.
실신을 할 정도로....
"아빠! 아빠! 여기야!"
소희가 방방 뛰며 소리를 지르자, 앞서가던 박천구가 냉큼 다시 돌아왔다.
"그래. 소희야. 여기가 맞는것 같다."
박천구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조심스럽게 벽을 더듬었다.
그러자 밝은 LED 빛이 뿜어져 나왔고 키패드 화면이 비춰졌다.
"우와....."
소희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자 박천구가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기억을 최대한 더듬어서 번호를 눌렀다.
-끼이익
문이 열리자 매쾌한 냄새 들이 코를 찔렀다.
박천구는 가방 속에서 마스크 두개를 꺼내 소희부터 얼른 씌우고 자신도 썼다.
"아빠. 이걸 왜 써?"
"응. 건강에 안좋아서."
박천구는 대충 대답하면서 주위를 빠르게 둘러보았다.
바닥에는 시신 들이 널부러져 있었고 벽에는 피가 많이 튀어 있었다.
옛날같았으면 소희 눈을 가리고 난리가 났겠지만 이게 지금 세상의 모습이었다.
더 이상 숨길수도 숨길 수조차 없었다.
"아빠. 큰 싸움이 있었나봐."
"그러게....."
소희 역시 아무렇지 않은듯 주위를 둘러보며 말하자 박천구는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차수철이 무슨 일이 있는것 같으면 이쪽으로 오라고는 했는데......'
박천구는 머리를 긁적였다.
분명 이곳이 S.B.I.C가 모이는 곳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분명 자신의 아내를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박천구는 그런 기대를 가지고 차수철의 말을 따른것 뿐이다.
그러나 차수철은 이미 없어진 후였다.
"어? 아빠! 여기 뻥 뚫렸어!"
소희가 방방 뛰자 박천구가 얼른 뛰어왔다.
"들어가보자."
박천구와 소희는 그 구멍 안으로 들어가 한참을 어둠을 뚫고 나왔다.
그러자 거대한 홀이 나왔고 중앙에 처참하게 깨진 대형 실험관이 보였다.
"이, 이게..."
깨진 실험관과 책장에 책처럼 꽂혀있는 컴퓨터에 놀랄 사이도 없이, 어디서 낯익은 얼굴 들이 보였다.
박천구와 소희는 그들에게 달려갔다.
"아빠! 승철이 오빠랑 자유 오빠야."
"야! 이승철. 정신차려!"
박천구가 이승철 입에 귀를 대었다.
다행히 숨이 붙어 있는지 뜨거운 입김이 느껴졌다.
"야, 자유야 이게 무슨...."
박천구가 자유에게 다가가다가 멈칫거렸다.
자유는 온 몸이 찢겨져 있었고 피부는 새파랗게 멍이 들어있었다.
그제서야 박천구는 사태 파악이 어렴풋이 되었다.
"소희야. 아빠 승철이 오빠 안고 갈테니까 좀 도와줄래?"
"응? 그럼 자유 오빠는?"
"....."
박천구가 머뭇거리자 소희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소희 역시 눈치를 차린 모양이었다.
"저기 잠깐만 소희야."
박천구가 이승철을 일으키려다가 어디론가 걸어갔다.
그가 걸어간 곳에는 황주선이 엎어져 있었다.
"참...."
박천구는 반쯤 날라간 황주선 얼굴을 보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승철이랑 진자유랑 같이 뭔가 복잡하게 꼬여있었나 보군.'
박천구는 그렇게 말하면서 황주선 가운 주머니를 뒤졌다.
그러자 손톱만한 USB가 집혀졌다.
박천구는 그것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소희와 함께 이승철을 부축해서 밖으로 빠져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