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34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시즌 2 : 소용돌이 -- >
"커흑!"
하지만 충격이 꽤 심했는지 다시 한번 피를 한말을 토해냈다.
'아직 융화가 몸에 적응이 되지 않았나 보군.'
황주선은 인상을 찌푸리며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았다.
이승철은 확실히 엄청난 충격을 받고도 아직은 버티고 있지만, 일반인 같았으면 어림도 없는 상황이었다.
"ㅤㅌㅞㅅ! 이것 들이 감히 날 열받게 만들어?"
이승철은 입 속에 고인 피를 내뱉고 씨익 웃기까지 했다.
"오늘 내가 머리만 남는다고 해도 이빨로 너희를 찢어죽일 거야. 각오해."
이승철의 살기는 실로 어마어마했다.
게다가 말뿐만이 아니었다.
-쩌어억!
그는 자신의 왼팔을 한번에 뜯어냈다.
더이상 제기능을 못하는 팔은 거추장스럽다는 판단이었다.
대신 왼팔은 시퍼렇게 날이 선 검으로 변해 있었다.
"크크큭! 덤벼. 이 개자식 들아!"
이승철이 고함을 지르면서 다시 한번 힘껏 뛰어올랐다.
-캉!
경쾌한 쇳소리가 귓전에 울려퍼졌을때 이승철은 이미 상대방의 심장에 검을 꽂은 후였다.
그것을 지켜본 황주선의 얼굴은 감탄에 젖어 있었다.
'이승철의 순간적인 힘은 이미 감염자의 기준을 넘어섰다. 그는 감염자가 아닌 새로운 종(種)의 탄생을 말하고 있어!'
"자아, 다음은 너인가?"
이승철은 천천히 일어서서 고개를 돌렸다.
핏빛으로 물든 그의 두 눈은 살기를 넘어선 광기(狂氣)에 젖어있었다.
"넌 아무것도 들지 않았군. 좋아. 그럼 나도 맨손으로 하지."
이승철은 피가 뚝뚝흐르는 왼팔을 손으로 막고 씨익 웃었다.
하지만 덩치는 별로 감흥이 없는듯 했다.
놈은 두 주먹을 다시 쥐고 싸울태세를 취했다.
-퍼억!
그러나 이승철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빨랐다.
그의 오른발이 덩치의 목덜미를 사정없이 덥친 것이다.
덩치는 그 큰 육체를 휘청이며 잠시 중심을 잃어갔다.
"어때? 뒷덜미가 좀 쑤셔 보여서 안마 좀 해줬는데?"
"크어어억!
놈은 열받았는지 괴성을 내지르며 다시 똑바로 일어섰다.
"오. 이제 제대로 한바탕 할 마음이 생긴 건가?"
이승철은 다시 한번 달려들 태세를 취했다가 주춤거렸다.
왠지 모르게 육체에 무언가 문제가 생긴것 같았다.
'뭐지? 마치 몸안의 모든게 따로 노는 듯한...."
이승철은 내색하지 않았지만 이미 황주선의 예리한 눈초리에 걸려들었다.
'융화가 쉽지 않은 모양이군. 하긴 제 놈의 팔을 떼어냈으니 바이러스가 채내 세포에 융화를 하지 못하고 피와 섞여 흘러내리고 있겠지. 독한 놈.'
황주선은 씁쓸한 얼굴로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퍼억!
이승철이 주춤하자 덩치가 그새 달려들어 턱을 날려버렸다.
이승철은 공중에 붕 떴다가 바닥에 처참하게 널부러졌다.
"크흑!"
-쿵!
이승철은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에서도 어떻게든 정신을 차리려고 했다.
하지만 덩치는 천천히 이승철에게 다가와 두주먹을 쥐고 높게 들어올렸다.
"카아아아!"
덩치가 괴성을 내지르며 두주먹을 내려치자 이승철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빠각!
뚝...
뚝.....
머리 위로 점성이 강한 액체가 흘러내리는게 느껴지자 이승철은 살짝 눈을 떴다.
"....뭐야...으헉!"
이승철은 충격에 빠진 얼굴로 서서히 뒷걸음질 쳤다.
그 괴물의 손에는 덩치의 머리가 으깨진체 들려있었다.
"...차, 차수철? 김문규?"
온갖 근육 조직에 뭉개진 이목구비는 참으로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분명 차수철의 얼굴 형태는 남아있었다.
게다가 왼쪽 가슴에 튀어나온 김문규의 얼굴은 절규에 빠진 표정이었다.
마치 거대한 찰흙뭉치에 차수철과 김문규를 박아놓은 모습이었다.
"오... 성공이야! 성공했어!"
어디선가 황주선의 환호가 들려오자 괴물이 소리의 근원을 찾으려고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다.
"역시 그 약이 맞았어! 내가 성공했어. 으하하하하!"
"이런 씨발 제발 그 입 좀 닥쳐!"
이승철은 분노에 찬 얼굴로 천천히 일어섰다.
"사람을 가지고 이딴 장난을 쳐?"
"장난?! 내가 하는짓이 장난이라고?!"
황주선이 정색하며 소리를 질렀다.
"이건 혁명이야!"
"제발 닥치고 넌 거기 그대로 있어."
이승철은 검을 주워 덩치를 게걸스럽게 먹고있는 괴물에게 다가갔다.
키가 두배 가까이 차이났지만 이승철은 게의치않고 검을 들어 괴물의 심장을 노렸다.
"안돼!"
어느새 튀어나온 황주선이 이승철의 팔을 붙잡았다.
"미쳤어? 저리 꺼져."
"진정하고 내 말 좀 들어."
"이런 씨발 제발 개 엿같은 소리 좀 그만하고 꺼지라고!"
이승철이 황주선을 발로 차버리자 괴물이 먹던것을 멈췄다.
-크르르르!
"젠장..."
이승철은 다시 검을 부여잡고 두 손에 힘을 줬다.
어차피 힘이 넘쳐나는 괴물과 정면 승부는 어려울터였다.
'어디가 급소일까? 저 피부는 얼마나 단단하지?'
이승철은 고민의 고민을 거듭했다.
무조건 신중해야 했다.
저 괴물이 어떤 성질을 가지고 있고 어떤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지 아직은 아무것도 파악이 안된 상황이었다.
'차수철, 김문규.... 둘 다 뇌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심장은?'
이승철은 감염자의 약점이 저 괴물에게 얼마나 통할지 장담하지 못했지만 일단 시도를 해보기로 했다.
"죽어!"
이승철이 높게 뛰어 오르자 괴물도 두 팔을 들어 그를 잡으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