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스트 데드-127화 (126/262)

< -- 127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시즌 2 : 소용돌이 -- >

차수철은 당당하게 속초시 중앙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를 막는 사람이 없었다.

속초 사람 들은 뭔가 홀린듯 허공을 응시하고 침을 흘리고 있었다.

바이러스에 점점 영혼이 빼앗긴듯한 분위기였다.

"왔나?"

익숙한 목소리가 차수철을 멈춰세웠다.

차수철이 멈춰선 곳은 속초 시청 앞이었다.

"약속대로 이승철을 잡아왔다."

"잘했군. 그런데 자유인가.... 뭔가 하는 놈은?"

장영석이 밧줄에 묶여서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고 있는 이승철을 쳐다보면서 물었다.

"모르겠다. 이승철을 데리고 온것도 힘들었어."

"그렇군. 뭐 어차피 별로 쓸모없는 놈이니까....."

장영석은 이승철에게 가까이 다가섰다.

"어이, 이승철군. 날 알아보겠나?"

이승철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눈동자는 여전히 희미했다.

"약이 효과가 있었군."

장영석이 씨익 웃으면서 이승철의 얼굴을 툭툭쳤다.

"그나저나 속초 사람 들을 다 이렇게 만든 건가?"

"뭐 그런셈이지."

장영석이 고개를 끄덕이자 차수철이 기분 나쁜 표정을 지었다.

"나에게 신선한 고기를 주겠다며? 내가 겨우 먹은건 늙은이 하나 뿐이었다고. 그런데 속초 생존자 들을 모두 감염자로 만들어버리면 어떡하자는 거지?"

"그만 투덜거려. 남교에 있던 생존자만 해도 20명 가까이 됐고 그걸 너한테 다 줬어. 그 정도면 1년치는 충분하지 않나?"

"어디서 개 수작을... 내가 널 먹을 수도 있다는 걸 잊었나?"

차수철이 으르렁거리자 장영석이 차가운 표정으로 돌아섰다.

"지금 날 협박하는 건가? 그리고 내 몸에 손 대는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마음만 먹는다면."

차수철이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장영석은 그의 바로 앞에 서서 기분 나쁘게 쳐다보았다.

"어이, 강간 살인마 차수철."

"......"

"내가 널 개처럼 조종할 수 있다는 걸 잊지마라."

"......"

장영석은 기분 나쁘게 웃으면서 차수철의 볼을 툭툭 건드렸다.

하지만 차수철은 무미건조한 얼굴로 장영석을 쳐다볼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자아, 어쨌든 너도 돌아왔고 나도 준비가 끝난것 같으니 이제 슬슬 움직여야 할때군."

장영석은 발을 떼려다가 갑자기 뭔가가 생각났는지 멈춰섰다.

"아, 그러고보니 아직 너에게 줄 선물이 남아있기는 해."

"그게 뭐지?"

차수철이 바로 묻자 장영석이 기분 나쁘게 실실거렸다.

"따라와보면 알아."

장영석은 차수철을 데리고 폐공장 앞에 섰다.

"여기에 네가 좋아하는 신선한 고기 들이 있지."

"....."

차수철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상당히 즐거운 모양이었다.

그는 이승철의 볼을 툭툭치면서 장난을 쳤다.

"크크큭. 그런데 이자식은 이제 어떻게 할거지?"

장영석은 이승철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뭔가 생각에 잠긴 얼굴로 대답했다.

"다 쓸데가 있지. 아무튼 들어가보자구."

신노인은 여전히 가부좌를 틀지 않았다.

김문규도 더이상의 초조함을 보이지않고 벽에 기대어 지그시 눈을 감고만 있었다.

그들이 이제 희망을 걸 수 있는거라곤 딱 한군데 밖에 없었다.

'황주선이 아직 속초에 있다!'

김문규는 그를 경계하지만, 그만큼 그의 능력을 인정했다.

그는 평범한 과학자를 넘어선 비상한 머리를 가지고 있었다.

특히 그가 장영석을 잘 알고 있는만큼 지금 이순간에도 뭔가를 하고 있을 것이다.

-끼이익!

갑자기 철문이 열리고 사람 들의 검은 인영이 아른거리는게 보였다.

- 뚜벅뚜벅

신노인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예상대로 그 앞에는 장영석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기분이 어떠십니까?"

"기분? 그걸 지금 상황에서 질문이라고 하나?"

"제가 사모님을 죽였습니다."

"......"

싸늘한 공기가 흘렀다.

장영석은 마지막까지 인간에 대한 마지막 기대까지 저버리게 했다.

"자아, 이제 대답해봐. 기분이 어떠지?"

장영석이 신노인과 눈을 맞추고 물었다.

"네놈의 뜻대로 모든 일이 풀리고 있다 생각하나?"

"당연하지. 당신은 내가 이 모든 일을 하는동안 아무것도 못했으니까."

"그래. 난 아무것도 하지 못했지. 그리고 네놈이 S.B.I.C와 접촉하고 있다는것도 짐작을 했을뿐 확신까지 하지 못했고 말이야. 하지만 말이지...."

신노인은 장영석을 비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난 정치에 잔뼈가 굵은 사람이야. 정말 아무 준비도 안했을거라고 생각해?"

"....."

그때서야 장영석의 표정이 굳어졌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