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26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시즌 2 : 소용돌이 -- >
-캉!
이승철 눈 앞에 불꽃이 번쩍였을 때, 차수철은 씩 웃고 있었다.
마치 지금 이 상황이 즐겁다는 표정이었다.
"좋은 힘이군. 만약 평범한 인간이었다면 팔이 찢겨져 나갔을 거야."
"그러냐? 하지만 알고있겠지? 너랑 나랑 둘 중 하나가 죽어야 이 싸움은 끝나는 거."
이승철은 차수철의 팔을 튕겨내고 뒤로 물러서면서 이를 갈았다.
몸안에 있는 모든 근육 들이 파르를 떨고 있었지만 이게 무슨 징조인지 쉽게 단정지을 수 없었다.
지금 당장은 차수철을 쓰러트려야 했다.
"당연하지. 난 인간이 아니지만 넌 인간이니까. 그래서 네가 죽어야 해."
"너나 죽어!"
이승철이 다시 한번 달려들었다.
서로가 쉽게 죽일 수 없는 만큼 어떻게든 상처라도 입혀야 했다.
아니면 살이라도 베어내야 했다.
그렇다면 상대의 몸을 묶어야 한다.
이승철은 적당한 기회를 노렸다.
"헉헉!"
하지만 생각보다 쉬운일이 아니었다.
순식간에 급소를 노리면, 재빨리 이승철의 검을 튕겨내거나 오히려 역습을 했다.
'어떡하지? 아무래도 죽이는건 무리일것 같고.....'
사실 이승철은 점점 힘이 떨어지는것을 느끼고 있었다.
등에서 식은땀이 날 정도로 차수철의 힘이 점점 옥죄듯이 느껴졌지만 겉으로 내색을 안하려고 억지로 표정을 관리해야했다.
"힘들지? 하긴 그럴거야. 너는 네 진정한 힘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으니까."
"웃기지마. 난 충분히 내 힘을 장악할 수 있어."
이승철이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대답했지만, 차수철은 콧웃음을 쳤다.
"과연 그럴까? 그 힘을 제대로 사용하려면 네 몸안에 있는 그 놈이 살아있어야 하는데."
"닥쳐."
이승철은 다시 일어서서 오른팔을 붙잡았다.
'일격이다. 일격에 쳐야 돼.'
이승철은 어떻게든 정신을 집중했다.
"자아, 공격해봐."
차수철이 도발하자 이승철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달려들었다.
그건 본인도 놀랄정도였다.
-퍼억!
차수철이 몸을 돌려 팔로 막지 않았다면 이승철의 검은 심장을 정확히 찔렀을 것이다.
이승철은 어정쩡한 자세로 서있었지만 표정은 경악으로 물들었다.
"어때? 이제 좀 느껴져?"
"별로..."
이승철은 그렇게 대답했지만 몸의 느낌은 완전히 달랐다.
'제어가.... 제어가 안돼.'
"느껴져?"
차수철이 옷을 툭툭 털고 자리에서 일어서자 이승철을 돌아섰다.
"거봐. 너도 네 힘을 제어하지 못하겠잖아."
"......"
이승철은 부정할 수 없었다.
설상가상 두 눈이 흐릿해지면서 모든 세상이 피로 물든것 같이 보였다.
"크헉!"
결국 이승철은 피 한말을 토하고 두 무릎을 꿇었다.
'몸이... 몸이....'
마치 파리냐가 몸 안을 갉아 먹는 듯한 고통이 느껴질 정도였다.
"자아. 내 손을 잡아."
이승철은 거의 의식을 잃어가고 있을때 차수철이 손을 내밀었다.
"내가 널 도와줄게."
"......."
의식이 희미해지고 누군가 손을 내밀었을 때 누구나 구원의 손길을 붙잡는다.
이승철이라고 별 다를게 없었다.
그는 차수철의 손을 붙잡았다.
"어, 어디로 가는 거에요?"
자유는 황주선과 함께 시커먼 동굴 같은 곳을 걷고 있었다.
하지만 간간히 보이는 불빛이나 바로 옆에 흐르는 구정물을 봤을 때 이곳은 하수도가 분명했다.
"어디긴 어디야. 내 연구실이지."
황주선은 무덤덤하게 대답하면서 앞서갔다.
"아니.... 연구실이 무슨 하수구에 있어요?"
"아까 너도 직접 봤잖아. 놈이 맨홀을 들고 나오려고 했던거."
"그렇긴해도... 하수구에 뭐가 도대체 있다고....."
"가보면 알아."
그렇게 의심과 두려움이 가득한 얼굴로 몇 십분 걸었을까?
황주선이 왠 두꺼운 철문 앞에 섰다.
"여긴 어디에요?"
"내 연구실 앞."
"예?"
이승철이 깜짝 놀라 되묻자 황주선이 씨익 웃었다.
"속초에 이런 하수 시설이 있을리가 없잖아. 원래 속초 하수도는 파이프를 이용한 방식이었다고."
그렇게 말하면서 황주선이 철문 옆 벽에 손을 더듬자, 느닷없이 손바닥 크기의 밝은 LED빛이 뿜어져 나왔다.
마치 영화에서나 볼법한 장면이었다.
- 홍채 인식을 실시합니다.
자유가 입을 떡 벌리는 사이, 황주선은 오른쪽 눈을 LED 빛에 대었다.
그러자 어디선가 붉은 레이저 빛이 황주선의 눈을 천천히 스캔했다.
- 어서오십시오. 황박사님. 환영합니다.
낭랑한 목소리와 함께 두꺼운 철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철문 안에서 나오는 빛은 자유의 눈을 가리게 했다가 다시 놀라게 했다.
"이, 이런 곳이....."
"내 실험실에 온 것을 환영하네."
황주선은 당당한 걸음으로 앞서 나가자 자유는 겨우 발을 때었다.
그동안 황주선의 정체를 의심하던 자유의 의심이 눈 녹듯이 사라지는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