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스트 데드-125화 (124/262)

< -- 125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시즌 2 : 소용돌이 -- >

"젠장. 젠장. 젠장."

자유는 초조한 표정으로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반면 황주선은 성당 입구 돌계단에 앉아 손톱에 있는 때를 벗겨내고 있었다.

"어이, 폭탄."

"지금 나 불렀어요?"

자유가 휙 쳐다봤지만 황주선은 여전히 손톱에 정신이 팔려있었다.

"그럼. 여기에 너밖에 더 있냐?"

"왜 불러요?"

"불안해?"

"그야....."

자유가 당연하다는 얼굴러 소리치려고 하다가 불쑥 황주선을 노려보았다.

"잠깐. 혹시 준혁이형..... 아니, 박사님. 도대체 차수철한테 무슨 짓을 한거에요."

그러자 황주선의 행동이 거짓말처럼 멈췄다.

"그게 무슨 말이지?"

"차수철에게 실험을 했다면서요."

"아, 그거."

황주선은 다시 손톱의 때를 벗겨내면서 말을 이었다.

"뭐, 더 이상 숨길 필요도 없고. 이승철이 돌아오기 전까지 심심하니까 이야기나 들려줄까?"

"무슨...."

"그 자식 살인마야. 그리고 성도착증도 있고.... 아무튼 반사회주의적 사이코랄까?"

"그래서요?"

"그래서라니. 그런 놈이니까 사형 선고를 받았던 거고, 실험을 하던 사지를 분해하던 상관없었어."

"......"

자유는 어떻게보면 황주선이 더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사람을 죽이는걸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나, 사람 목숨을 아무렇지않게 생각하는 사람이나 똑같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더욱 절망스러운건 이런 사람을 죽을 힘을 다해 찾아 바이오센터에 데려가려고 했던 자신 들이 한심하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솔직히 이승철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자유는 황주선을 절대로 생존자 들에게 데려가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수가 없었다.

일단 장영석이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는지도 모르고 황주선을 그냥 자신의 직감으로 판단하는건 섣부른 판단이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건 아직 이승철이 황주선을 무조건 바이오센터에 데려가려고 한다는 점이다.

'그래. 승철이는 나보다 생각이 깊으니까 분명 무슨 생각이 있겠지.'

"에이. 지저분하게시리..."

자유가 한참 생각에 잠겨 있는데, 황주선이 손을 탁탁 털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심심하지?"

"뭐라고요? 지금 이런 상황에서 그런 말이 나와요?"

"왜, 임마. 난 심심해 죽겠는데. 나랑 어디 같이갈래?"

"....."

뭐, 이런 인간이....

자유는 됐다는 듯 손사래를 쳤다.

"갈려면 혼자 가세요. 저는 아무래도 승철이를 찾으러 가야겠어요."

"그러지말고 나랑 같이 가자. 승철이는 걱정 안해도 괜찮아."

"어떻게 걱정을 안해요? 지금 장영석이 우릴 찾으면 죽이려고 하는데!"

"그러니까 더 걱정을 안해도 된다고."

"그게 무슨 소리에요?! 제발 천하 태평한 소리 좀 하지 마요!"

자유가 이제는 화가 나서 소리를 질러댔지만 황주선은 귓구멍을 후비며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젊은 놈이 무슨 기차 화통 삶아 먹었냐? 그냥 어른이 하자면 하는 거지, 말이 많아. 말이."

"아, 진짜 뭐라고요?"

자유가 달려들 기세이자 황주선이 두 손을 들어 그를 진정시켰다.

"흥분 그만하고... 내 이야기 들어봐. 나라고 장영석이 날뛰는 거 가만 보고 있을것 같냐? 다만 타이밍을 맞추려는 것 뿐이야."

"타이밍이요?"

"그래. 아직 내 비밀병기가 곧 준비되거든. 그런데 그걸 좀 도울 사람이 필요할 뿐이야. 뭐, 지금 날 도울 사람은 너 뿐이고...."

"도대체 제가 뭘 도와야 하는데요?"

"그건 날 따라오면 알것이고. 일단 생각을 해봐. 이승철과 자유는 서로 극한으로 경계를 하고 있는데 이런 상태로 장영석을 막으로 간다면 과연 일이 잘 해결될거라 생각해. 오히려 사상자만 더 발생시킬 뿐이야. 다행히 둘이 알아서 떨어져 나갔으니 장영석의 시선을 우리쪽으로 돌리면 돼."

"......"

자유는 입을 쩍 벌리고 황주선을 쳐다보았다.

그의 얼굴은 진지했고 정말로 뭔가 계획을 세웠던 사람처럼 보였다.

"그럼 이 모든걸 계획하고 있었던 거에요?"

"그래. 몇 달전부터. 그러니까 장영석이 S.B.I.C와 접촉한걸 알았던 순간부터 말이야."

자유는 더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이승철과 차수철이 사라진 지금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딱히 없었다.

그렇다면 황주선의 말대로 장영석을 막을 계획을 돕는것 뿐이었다.

"좋아요. 제가 도울 게요."

"잘 생각했어."

황주선은 자유를 데리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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