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스트 데드-123화 (122/262)

< -- 123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시즌 2 : 소용돌이 -- >

이승철과 자유는 성당 외곽 벽에 기대어 담배를 피웠다.

신성한 성당에서 담배를 피우는 자체가 좀 껄끄러웠지만 이미 버려진 곳이라 그런건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세상에. 장영석 그 인간이 S.B.I.C 앞잡이였구만."

"참...."

이승철은 기가막히다는 얼굴로 하늘을 멍하니 쳐다보기만 했다.

"그나저나 준혁이형.... 아니, 차수철은 왜 가명을 쓰고 다녔을까?"

"우리가 자신의 과거를 알아차릴까봐 그랬겠지."

"이제는 누가 무슨 말을 하던지간에 믿지를 못하겠어. 그거 알아? 원재경 훈련소장과 그런 일이 있고 나서 너나 나나 마음이 상당히 피폐해진거."

"....."

자유는 그 말을 마치고 담배 연기를 더욱 깊숙히 빨아들였다.

이승철은 씁쓸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앞으로 어떻게 할거야?"

자유가 불쑥 묻자 이승철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글쎄. 그냥 황박사만 데리고 바이오센터로 가야하나?"

"그럼 속초를 포기하겠다는 거야?"

자유가 깜짝 놀라면서 묻자 이승철이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황박사가 백신을 만들고 있다잖아. 거기에 이제 모든걸 쏟아야 해."

"하지만 황박사는 시크릿-X를 이용할 생각을 하고 있잖아. 과연 백신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까?"

"본인이 그렇게 말하고 있잖아. 믿어야지."

"하지만 이건 모험이야. 지금이라도 장영석을 막지 않으면...."

"무작정 막는것보다 막는 방법이 필요해."

이승철 생각은 단호해 보였다.

"휴.... 이건 정말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일단 황주선에게 가보자."

이승철 일행이 성당 안으로 들어서자 황주선이 오르간 앞에서 후다닥 일어섰다.

"거기서 뭐해요?"

"아, 그냥.... 좀....."

황주선은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숙였다.

"그나저나 아까 그 하수구 안에 감염자가 몇이나 있었던 거에요?"

"그걸 꼭 알려줘야 하나? 알아봤자 좋은 일도 아닐텐데..."

"아까는 경황이 없어서 그랬다지만 지금은 알아도 문제될건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아니면 박사님이 뭘 감추시는 거 아니에요?"

자유가 또박또박 따졌는지 황주선은 입술을 깨물다가 입을 열었다.

"그전에 너희를 믿어도 되나?"

"뭘 말이에요?"

"장영석 편이 아니라는 거"

자유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에휴.... 생존자 들끼리 편이 어디있어요? 아까 우리가 어떻게 했는지 봤잖아요."

"그래도 확실히 해야해!"

"시간이 없다니 무슨...."

"빨리 대답해!"

황주선이 채근하자 이승철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우린 그 누구 편도 아니지만 장영석 편은 더더욱 아니에요."

"그럼 됐어."

황주선은 씨익 웃으며 품 속에서 뭔가를 꺼내 펼쳤다.

"이건 설계도 아닌가?"

자유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묻자 황주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이건 속초 시청에서 가져온 거야."

"이걸 어떻게 구했어요?"

"내가 말했잖아. 속초시를 꽉 쥐고 있다고."

이승철은 복잡한 선으로 그어진 설계 도면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하수도로 보이는 평행선 들이 정말로 속초시 구석구석을 향해 그려져 있었다.

"박사님이 말한 비밀경기가 이 하수구 안에 있는 거에요"

이승철이 묻자. 황주선은 덤덤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다행히 나랑 장영석이 같은 타이밍에 서로의 비밀 병기를 완성시킨 것 같군."

"그게 무슨 말이죠?"

이승철이 냉큼 묻자 황주선이 또 다시 머리를 긁적였다.

"서로가 다른 스타일로 시크릿-X 바이러스를 변종시키는데 성공했다는 거야?"

"그럼 하수구에서 실험이라도 한다는 소리에요? 그 아파트에서 실험은 안하구요?"

"그래. 장영석이 모든것을 가로채려고 했거든."

"하지만 장영석이 황박사님의 연구 결과를 다 가로챈다고 해봤자 뭘 할수 있겠어요? 그냥 시의원 뿐인데...."

"장영석이 그냥 시의원이라구?"

황주선이 눈을 크게 떴다.

"그 사람은 나랑 같은 카이스트 출신이야. 인체 생명 공학 박사에다가 세계에서 손꼽히는 수재라고."

"......"

이승철은 할 말을 잃은 표정으로 자유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자유 역시 같은 표정이었다.

"일이 아무래도 더럽게 꼬인것 같아."

자유의 말은 무척이나 함축적이었다.

그러나 매우 너무나 분명한건 시간이 지날수록 일이 점점 이상하게 꼬여간다는 것이었다.

설상가상 차수철마저 보이질 않았다.

이승철은 식겁한 표정으로 황주선 팔을 붙잡았다.

"차수철 못 봤어요?"

"응? 아까 머리가 아프다면서 잠깐 나갔다 온다고 하던데?"

황주선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그러나 이승철에게는 아무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나갔다 올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