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스트 데드-121화 (120/262)

< -- 121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시즌 2 : 소용돌이 -- >

"직접 가져온게 아니구요?"

자유가 눈썹을 치켜올리면서 묻자 황주선은 콧방귀를 꼈다.

"허 참. 누가 그딴 소리를 하던?"

"몰라요. 저도 듣기만 한거에요."

자유가 툴툴거리자 황주선은 약간 뭔가를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듣기만 했더라도 S.B.I.C에 대해 어느 정도 들은건 있나 보군. 뭐, 아무튼 그게 중요한건 아니니까 내 이야기를 계속하지. 그 외계인 들은 지구인 들에게 기초 문명을 전수했어. 그리고 쭉 인간의 진화를 지켜보고 있었지. 종교적 갈등, 끝없는 전쟁, 과학의 발전 등등..... 그것은 확실히 진화를 하기 위한 성장통이라 외계인 들도 별로 걱정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들이 보기에 인간이 진화하지 못한 한가지가 있었지."

"그게 뭔가요?"

"본능을 제어하지 못한다는 점이야."

황주선은 그 말을 하면서 차수철을 힐끗 쳐다보았다.

"그 외계인 들은 인간의 그런 습성을 매우 걱정했고, 아주 오래전부터 몇몇 인간 들과 접선을 하기 시작했어. 그 들은 외계인에게 문명을 직접적으로 전수 받고 몇 백년 앞선 과학 기술을 알려주었지."

"혹시 4대 문명하고 관련이 있는 건가요?"

자유의 질문에 황주선이 약간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오, 간만에 질문다운 질문을 했네. 맞아. 4대 문명은 인류의 과학과 기술의 시발점이었어. 물론 그것을 발전시키는 것은 많이 더뎠지. 그 들 역시 외계인 들이 전수해준 과학 기술이 무엇인지 제대로 몰랐으니까. 하지만 인간은 확실히 진화의 동물이었어. 그 들은 전세계 인류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굵직한 인물 들을 몰래 포섭하고 다녔지. 우리 나라라고 아닐줄 알아? 화약을 개발한 최무선, 장영실 등등. 뭔가 독특하면서도 뛰어난 인간 들은 외계인 들이 전수한 과학 기술을 끊임없이 발전시켰지."

다 들 황주선 이야기에 빠져든 모양이었다.

하긴 그랬다.

황주선의 이야기는 그동안 베일에 감춰져있던 인류 문명의 시발점을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외계인 들은 왜 인간에게 그런 과학기술을 전수해 준거에요?"

자유가 묻자 황주선은 바로 입을 열었다.

"우주의 질서를 위해서야."

"예? 무슨 질서요?"

"인간은 또 다른 우주라는 말을 들어본적이 있나?"

뜬금없는 질문에 모두가 어리둥절해 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지구를 제외한 모든 문명을 가진 행성은 최소 5차원에서 8차원까지 진화한 종족 들이 있어. 인간은 이제야 3차원 문명을 가지게 되었지. 우리에게 과학기술을 전수해준 외계인 들은 7차원 문명 가진 놈들이었어."

"7차원이면 어느 정도로 발전한 건가요?"

"차원 복사 이동이 가능할 정도야."

"차원 복사 이동이요?"

"그래. 행성에서 행성을 이동하려면 최소한 몇 백 광년씩 이동해야 해. 지금 인간의 기술이라면 몇백 세대를 걸쳐야 할 시간이지. 그걸 단 몇 초로 단축 시키는 기술이 차원 복사 이동이라는 기술이야. 멀리 떨어진 곳을 가상으로 복사해서 자신 들을 이동시키는 기술이지."

"으윽. 도대체 무슨 말이야?"

자유가 머리를 감싸쥐자 황주선이 피식 웃었다.

"나도 사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아직도 몰라.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건 그런 외계인 들이 지구인 들에게 관심을 가졌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라는 거야. 그들은 스스로 '시리우스'라고 했고, 지구인 들은 우주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생명체라고 했지."

"야심차게 준비한.... 생명체요?"

"그래. 그래서 지구인의 문명을 끌어올리려고 했던 거야. 그게 자신 들의 숙명이라고 생각했지. 그들은 언젠가 인간 들이 자신 들과 비슷한 문명을 가지게 된다면 그것을 이해하리라고 믿었어."

"그렇다면 차가운 흐름에 있는 생명체를 시리우스가 가져온 건가요?"

이승철의 예상은 들어맞았다.

황주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건 시리우스의 완벽한 실수였어. 단 0.1%의 오차도 없는 실수 말이야."

황주선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차가운 흐름에 있는 생명체는 증폭 성질을 가지고 있어. 이걸 발견한 시리우스는 인간의 진화를 조금 더 빠르게 진행시키려고 했지. 이제 3차원을 이해한 인간 들이었니까. 그런데 하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어. 바로 그때가 미국과 중국이 3차 세계 대전을 일으키려고 할 참이었거든."

황주선은 작은 한숨을 내쉬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전쟁 바로 직전의 인간 들은 알 수없는 불안감과 공포에 사로 잡혀있지. S.B.I.C는 그걸 이용해서 뭔가 음모를 꾸미고 있었어. 그 들은 더 이상 시리우스의 간섭을 원하지 않았어. 인류는 과학과 기술의 발전보다 정신적인 사고를 더욱 중시해야 한다고 여긴 거야."

"이제야 알 것 같아요."

이승철은 드디어 뭔가를 이해한듯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S.B.I,C는 전쟁을 통한 인간의 불안 심리를 이용한 거에요. 그러니까 전쟁에서 질지도 모른다는 심리를 이용해 시크릿-X 바이러스를 전파시킨 거죠. 하지만 그건 시리우스의 의도가 아니었죠. 박사님 말대로 시기가 안 좋았어요. 시리우스는 인간의 능력을 증폭시키려고 박테리아를 가져온 거지만 S.B.I.C는 자기들 멋대로 이걸 마음대로 진화시켜서 인간의 공격적인 본능을 깨운 거구요."

"맞아."

황주선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차수철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저 놈은 총동적으로 사람을 죽이고 다녔어. 그저 본능일 뿐이었지. 말 그대로 싸이코패스야. S.B.I.C는 바로 그 점을 이용해서 저 놈의 공격 본능을 증폭시키려고 했어. 그리고 성공했지. 바로 저 모습이 S.B.I.C가 완성하려고 했던 모습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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