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20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시즌 2 : 소용돌이 -- >
"나 참.... 네 주제에 나한테 설명을 하라고? 어이, 거기!"
느닷없이 황주선이 자유를 향해 소리를 쳤다.
"예?"
"이 사람 본명은 알고 있나?"
"정준혁... 아닌가요?"
황주선은 그것 보라는듯 차수철을 쳐다보았다.
"이거 자네 본명은 이 둘만 빼고 다 알고 있는 것 같군."
"지랄말고 내가 묻는 말에나 대답해. 네 놈 목 날리는 건 일도 아니니까."
"좋아. 그냥 네 정체를 그냥 밝히는 것 보다 서서히 하는게 더 재미있겠지. 다 들 자리에 앉아. 이야기 듣고 싶으면 말이야."
황주선이 털썩 그 자리에 앉자 차수철이 이승철을 쳐다보았다.
이승철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별 수 없이 오른팔을 거두고 자리에 앉았다.
"나 참....."
황주선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부녀자를 200명 가까이 성폭행하고 무참히 살해한 놈에게 이런 행운이 떨어지다니 말이야."
시작부터 매우 좋지 않았다.
이승철과 자유는 놀란 표정으로 차수철을 쳐다보았지만, 정작 당사자는 황주선만 노려보았다.
"이런.... 시작부터 좀 세게 갔나? 그럼 어디서부터 들려줄까?"
"시크릿-X가 도대체 뭐야?"
황주선이 너스레를 떨자 차수철이 급하게 물어보았다.
"시크릿-X라.... 시크릿-X를 알기 전에 너희가 반드시 알아야할 집단이 있어. 그 집단을 이해해야 이 바이러스에 대해 설명하기 쉬울 거야."
"S.B.I.C를 말하는 건가요?"
이승철이 대답하자 황주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들을 알고 있나?"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비밀 집단이고.... 신앙심이 눈꼽만치도 없는 인간 사회를 멸망시키고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기 위해서 우주 박테리아를 지구로 가지고 와 이런 사태를 만든 놈 들이잖아요"
"어느 정도 알고 있군."
'어느 정도?'
이승철은 눈썹을 찌푸리며 황주선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자네가 그 들에 대해서 아는건 빙상의 일각이야."
"무슨 소리에요, 그게?"
"S.B.I.C가 무슨 자선 사업 단체인줄 아나? 새로운 세상을 창조한다구? 크크큭. 결국 그들도 하수인일 뿐이야."
황주선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는 말 들만 쏟아냈다.
이승철은 서서히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
"솔직히 세상이 이지경이 됐는데 앞으로 뭐가 어떻게되든 이제는 더이상 충격적이지도 않아요."
"그래? 그럼 네 몸 안에 있는 그 외계 생명체 정체에 대해 알고 싶지 않나 보지?"
"....!"
이승철과 차수철, 그리고 자유가 동시에 황주선을 쳐다보았다.
"그걸 어떻게 알았어요?"
"난 그 박테리아를 저 놈한테 투입한 인간이야. 박테리아가 그냥 독감 주사처럼 뚝딱 들어가는 줄 알아? 아주 특별한 놈이다 보니까 감염되 놈들은 척보면 다 알 수가 있어."
황주선은 헛기침을 잠시 내뱉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아무튼 자네들 몸 안에 있는 박테리아는 지구에서 절대 찾아볼 수 없는 거야. 즉, 외계 생명체라는 거지. 이 외계 생명체를 XU-22라고 하는건데 주로 우주 가스와 먼지층에서 서식하는 놈 들이야."
"우주... 가스요?"
자유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묻자 황주선이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생물학 전공인 나도 우주 가스에 대해서 아는데 젊은 자네 들은 도대체 아는게 뭔가?"
"미안하네요. 학교 다닐때 퍼질러 자서 그래요."
자유가 삐딱하게 대답하자 이승철이 그를 가볍게 쳤다.
"이야기 계속해주세요. 그 우주 가스랑 박테리아랑 무슨 상관이죠?"
"상관이 있지. 우주의 모든 은하는 '차가운 흐름'에서 성장 동력을 얻는데, 이 차가운 흐름에 기생하는 놈 들이 바로 시크릿-X야."
"젠장. 머리가 아프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자유가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북북 긁자 황주선이 고개를 절래절래거렸다.
"어이, 신성한 학업시간이 잠이나 퍼자는 한심한 놈. 이야기 해줄테니까 진지하게 들으라고. '차가운 흐름' 자동차의 엔진과 같은 거야. 우주의 모든 행성 들을 움직이게 하는 거라고. 행성 들은 정해진 궤도를 향해 회전을 해. 우리 태양계만 바도 그렇지. 수,금,지,화,목,토,천,혜는 태양을 중심으로 회전을 한다고. 그럼 태양은 가만히 있을까? 아니지. 태양이 태양계의 왕이긴 하지만 이 은하계의 법칙에 따라 공전을 하고 있다고. 다만 은하계가 어마어마하게 크다 보니까 그렇게 보이지 않을 뿐이지."
"쳇! 꼭 칠사선 수업 받는것 같아."
자유는 투덜거렸지만 이승철은 어떻게든 황주선의 말을 이해하려고 애를 썼다.
'그러니까 차가운 흐름이라는게 우주의 축이고, 그 축을 중심으로 우주의 모든 행성 들이 돌고 있다는 건가?'
"그러기 때문에 차가운 흐름은 우주의 모든 행성을 움직이게하는 동시에 중심이 되는 것이야."
"그럼 그 차가운 흐름이 어떤 힘이 있다는 건가요?"
이승철의 질문에 황주선이 약간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오! 여기 하나를 알려주면 열을 아는 친구가 있군!"
"꼭 날 쳐다보고 이야기 안해도 되요."
자유가 볼멘 소리로 투덜거리자 황주선은 아예 그쪽을 쳐다 보지도 않고 입을 열었다.
"바로 그거야. 차가운 흐름은 힘이 있어. 우리 학자 들 사이에서는 그 차가운 흐름이 우주를 움직이는 힘이기도 하지만, 우주의 근원이 되는 절대적인 어떠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예상하고 있지."
"그럼 그건 어떻게 생긴 건가요?"
"아, 뭐 그건 간단해."
황주선이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성당 한구석에 있는 화이트 보드 앞에 섰다.
"뭐, 우주가 이만하다면...."
황주선은 거대한 원을 하나 그리더니.....
"여기 이 중앙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대류가 바로 차가운 흐름이야."
원 안에 어지러운 소용돌이를 그려넣었다.
"그걸 그럼 누가 발견한 건가요?"
이승철의 질문이 계속되었지만 황주선은 오히려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자네, 요점만 콕콕 찝는 버릇이 있구만. 아주 좋은 버릇이야."
"그러니까 절 보고 이야기 안하셔도 된다니까요."
자유가 이제는 짜증스럽다는 얼굴로 대답했다.
어찌되었던 황주선의 말은 아직 끝난게 아니었다.
"차가운 흐름은 인간이 자세히 밝혀낼 수는 없어. 뭐, 기껏해야 예측하는 수준이지."
"그 말은.... 다른 어떤 존재가 차가운 흐름을 밝혀냈다 이건가요?"
이승철이 조슴스럽게 예상했지만 뜻밖에도 황주선은 망설임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바로 이 시크릿-X 바이러스를 S.B.I.C에게 넘겨준 놈들이 외계인 놈 들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