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스트 데드-116화 (115/262)

< -- 116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시즌 2 : 소용돌이 -- >

이승철 일행은 건물 사이를 숨어 다니며, 하진호의 안내에 따라 속초 시내 중앙으로 이동했다.

"헉! 헉...."

하지만 하진호는 이제 한계에 다 닿은듯 했다.

바이러스를 더 이상 저항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그의 눈동자는 이제 핏빛으로 가득찼다.

"크헉!"

하진호가 붉은 피를 내뱉었을 때, 차수철은 조용히 자신의 팔을 변형시켰다.

"뭐 하는거야?"

"눈으로 보고도 망설이는 거야? 이자식도 워커로 변할 거라고."

이승철이 팔을 들어 제지하자 차수철이 험악하게 대답했다.

"......"

"할 말없지. 그럼 내 말대로 해. 지금 여기서 이 자식이 소리지르면 우린 속초 시민 들을 죽여야 할지도 몰라. 뭐, 그게 내가 바라는 일이기도 하지만."

"사, 살려줘요.... 제발...."

하진호는 차수철의 다리를 붙잡고 부들부들 떨었다.

"이런 젠장! 이거 안놔!"

"제발..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흑흑!"

차수철이 발로 걷어차자, 하진호가 얼른 자유의 다리를 붙잡고 애원했다.

자유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하진호 어깨를 다독이려고 했지만 차수철이 그를 강제로 끌어내 내동댕이 쳤다.

"으악!"

"닥쳐! 조용히 못해?"

온 몸에 기력이 떨어진 하진호가 비명을 내지르자 차수철이 그의 목에 칼을 겨눴다.

다행히 주위에는 사람이 없어서 아무도 그 들을 발견하지 못했다.

"커...억....커...억!"

그러나 하진호의 상태는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가 자신의 목을 스스로 움켜쥐고 괴로워 했다.

바이러스가 온 몸에 전이 된것이다.

"어쩔 거야?"

"....."

차수철이 다급히 물었지만 이승철은 대답하지 않고 하진호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무슨 생각이 있어서 그런건 아니었다.

정말 머릿속은 백짓장처럼 새 하얗기만 할 뿐이다.

"한 곳에 오래 머무르면 안 된다는걸 잘 알잖아."

차수철이 딱딱한 목소리로 경고하자 이승철은 누가 자신의 온 몸을 찌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는 감히 자유를 쳐다볼 수 없었다.

대신 등을 돌렸다.

"고통없이 보네."

-서걱!

결국 차수철은 한치의 망설임없이 확실하게 끝내버렸다.

하진호의 머리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땅 위로 떨어져 버렸다.

"젠장....."

자유는 머리를 감싸쥐고 괴로워했다.

아무리 감염자이지만 생 사람을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죽이는 모습이 이제는 신물이 났다.

"그만 가지. 뭐 좋은 구경거리도 아닌데 말이야."

"....."

차수철은 무덤덤하게 말하며 하진호의 피를 닦아내더니 먼저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거기 서."

자유가 나지막하게 말하자 이승철이 먼저 멈춰서서 힐끔 쳐다보았다.

하지만 차수철은 자유의 말을 못 들었는지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거기 서라고. 이 살인마 새끼야!"

차수철이 멈춰섰다.

그리고 천천히 돌아섰다.

알 수 없는 살기가 그의 온 몸을 감쌌다.

이승철은 본능적으로 자유 앞을 가로 막았다.

"뭐.... 그런가?"

차수철은 이제야 사태가 파악이 됐는지 피식 웃고 돌아섰다.

이승철은 작은 한숨을 내쉬고 자유를 쳐다보았다.

"너 갑자기 왜 이래?"

"내가 왜 이러냐고? 내가 왜 이러냐고?"

자유는 이미 감정이 북받칠대로 북받친 모양이었다.

이승철은 살짝 떨어져서 자유를 응시했다.

"너야말로 왜 그래?"

"내가 뭐?"

"왜 이렇게 변했냐고?!"

"......"

자유가 소리를 지르자 차수철이 다시 멈춰섰고 이승철은 할 말을 잃어버린 표정이었다.

그러다가 겨우 정신차리고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진호 때문에 그래? 난 죽이고 싶어서 그런게 아니라..."

"그것보다!"

자유는 붉게 상기된 얼굴로 말을 이었다.

"너 요즘 많이 변한거 알어?"

"아, 난 좀 빠져주지."

차수철이 씨익 웃으면서 어디론가 사라지자, 이승철이 작은 한숨을 내쉬며 땅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내가 뭘 어떻게 변했는데?"

"그냥 분위기 자체가 달라졌다고. 그거 알아? 너 요즘 모든 일을 너무 쉽게 혼자 결정해."

"그래. 너랑 상의안하고 일을 처리한 것도 있긴 했어."

"그렇게 간단하게 말하지 말라고!"

자유가 악에 받쳐 소리지르자 이승철의 표정도 급박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나도 내가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어. 네가 뭔데 이래라 저래라야?"

"바로 그거야. 네가 변한 모습이라는 게."

"....."

자유가 바로 그거라는 듯이 지적하자 이승철은 입을 굳게 다물고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내가 이 말은 안 하려고 했는데...."

자유가 입술을 꿈틀거리자 이승철이 턱을 들었다.

"말해."

"우리가 속초로 떠나기 전 날밤. 예선이가 나를 몰래 불러서 뭐라고 한 줄 알아?"

"뭐라고 했는데?"

"네가 좀 변한것 같대. 그래서 걱정된대. 예선이는 너 하나 믿고 어떻게든 버티고 있는데 네가 변하려고 하는 모습을 도무지 받아들이 수가 없대. 그건 나도 마찬가지...."

"이런 씨발! 그럼 나보고 뭘 어쩌라고!"

이번에는 이승철이 소리를 질렀다.

그의 얼굴은 붉게 타올랐고, 두 눈동자가 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극도로 흥분할 때 시크릿-X 바이러스가 활발하게 체내에서 활동하는 모양이었다.

"나라고 내가 좋은 결정만 내리는 줄 알아?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그리고 네가 도대체 뭘 알아?"

이승철은 손가락을 들어 자유의 가슴을 세게 밀쳤다.

"네 따위가 나에 대해서 뭘 아냐고? 씨발!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면서 막말이라고 함부로 지껄이지마.

"......"

자유는 당혹스러움과 안타까움이 뒤섞인 표정을 지었다.

이승철은 그 모습마저 미치고 펄쩍 뛸 노릇이었지만, 차수철이 갑자기 뛰어오는 바람에 입술을 씰룩거리기만 했다.

"너네 오랜만에 수다 떨게 해주고 싶은데... 상황이 너무 안 좋게 돌아간다. 얼른 와서 봐."

이승철과 자유는 서로의 얼굴을 응시하다가 결국 하고 싶은말을 꾹 참고 차수철을 따라 어디론가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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