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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데드-115화 (114/262)

< -- 115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시즌 2 : 소용돌이 -- >

한편 초소에서 경계를 서고있던 심재민과 하진호는 몸이 계속 찌뿌둥한걸 느끼고 있었다.

"야. 나 갑자기 몸살이 좀 심한것 같아."

"어라? 너도 그러냐? 나도 아침부터 몸이 좀 이상하더라고."

급기야 심재민은 총을 내려놓고 그 자리에 쭈그려 앉았다.

"아.... 도대체 몸이 왜 이러지? 꼭 방망이로 얻어 맞은거 같아."

"야, 그래도 총은 들고 서있어. 대장님 알면 혼나니까."

"아니, 그게....."

심재민은 자꾸 오바이트가 쏠리는것을 느꼈지만 꾹 참으려고 했다.

"아이씨.... 아침밥이 뭐가 잘못됐나?"

"야, 혹시!"

하진호가 뭔가 번뜩 떠올랐는지 무릎을 탁 쳤다.

"아침에 장의원님이 기운내라고 준 약 때문에 그런거 아닐까?"

"에이 설마. 그냥 자양강장제인데 뭐...."

하진호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뭔가 미심쩍었다.

속초 내부 치안을 맡고 있는 장영석이 느닷없이 외곽 초소를 감시하는 자신 들을 챙기는 것도 그렇지만, 바이러스가 전국에 퍼진 이후로 몇번 본적이 없는 자양강장제가 갑자기 보인 것도 약간 이상하긴 했다.

"그냥 일교차가 커서 그런것 뿐이겠지. 이제 가을에 접어들었잖아."

"벌써 그렇게 됐냐? 요즘 시간을 잊고 살아서...."

심재민은 말을 흐리며 다시 자리에서 힘겹게 일어섰다.

하지만 몸은 점점 말을 듣지 않았고 급기야 시야까지 흐려졌다.

"아... 누, 눈이....."

"야, 심재민! 너 왜그래?"

하진호가 펄쩍 뛰며 심재민을 부축했다.

하지만 그의 몸은 이상하리만큼 차가웠고 얼굴빛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마치 물 속에 빠져 죽은 사람처럼 그의 안색은 섬뜩할 정도로 변해 있었다.

"무, 무전기!"

하진호는 침착하게 허리춤에서 무전기를 빼냈다.

하지만 오늘따라 이상하게 신호가 안잡혔다.

"뭐야? 갑자기 왜 그래?"

"왜 그러긴. 너희 이제 끝났어."

"누, 누구야!"

하진호는 총을 들고 벌떡 일어섰지만, 눈 앞의 남자 들은 덤덤한 표정이었다.

"네 친구는 이제 곧 변할거야."

"뭐? 웃기지마."

"농담 아니야. 그리고 너도 곧 저렇게 될거고...."

"닥쳐!"

하진호는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총을 겨눴지만 사실 자신의 몸도 이상하게 변하고 있다는걸 서서히 알아차리고 있었다.

다만 현실을 부정하고 싶을 뿐이다.

"장영석이 있는 곳을 말해. 그럼 넌 살 수 있을지도 몰라."

이승철은 진지하게 이야기했지만 하진호는 고개를 저었다.

"너네 이승철 일당 들이지? 맞지?"

"일당은 아니고 일행이야."

차수철이 얼른 대꾸했지만 하진호는 뒷걸음질쳤다.

"우, 움직이지마! 너희가 총을 맞고도 안 죽는다는건 알고 있는데... 여기서 총소리가 나면 모두들 너흴 잡으려고 달려들걸."

"우리가 감염자라는걸 말했나본데?"

차수철이 힐끗 쳐다보면서 말하자 이승철이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우린 그렇게 위험한 사람 들이 아니야. 다들 바이러스를 제어할 수 있다고. 그게 아니었다면 속초시는 이미 쑥대밭이 되었을 거야."

"......."

이승철이 조용히 설득하면서도 무섭게 충고하자 하진호가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자아, 그러니까...."

-크아아악!

"젠장! 뒤로 물러서!"

자유가 소리치자 이승철 일행은 물론 하진호도 멀찌감치 물러섰다.

"재, 재민아."

하진호는 얼이 빠진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죽마고우는 섬뜩할 정도로 변해있었다.

두 눈에는 피를 흘리고 있었고, 피부는 새파랗게 질린것도 모자라 피부가 마른 껍질처럼 뜯어져 나갔으며 이상한 분비물을 입밖으로 흘러내었다.

"젠장. 바이러스야."

자유가 인상을 구기며 말을 안해도 모두가 알 수 있었다.

'장영석이 저지른 일인가?'

이승철은 머릿속이 복잡했다.

장영석이 정말로 저지른 일이라면 도대체 뭣때문에 이런 일을 벌이는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물론 그가 한 일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장영석과 관련이 있는 일은 분명했고, 관련이 있다면 어느 누가 이런짓을 왜 저지르는지가 문제였다.

"역시 계획대로군."

"뭐?"

차수철이 그럴줄 알았다는듯이 말하자 이승철이 얼른 되물었다.

"그 다이어리에 적힌대로야. 황주선은 장영석이 위험한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적어놨어."

'역시 장영석인가?'

이승철은 주먹을 세게 쥐고 분노했다.

"일단 저것부터 처치하고 이야기하지."

"자, 잠깐! 당신들 뭐라고 했어? 내 친구를 어쩌겠다는 거야?"

차수철이 서서히 팔을 변환시키자 하진호가 펄쩍 뛰었다.

"지금 네 눈 앞에 있는 놈이 친구로 보여? 정신이나 차리시지."

차수철은 이미 마음의 결정을 한 모양이었다.

그건 이승철도 말릴 수도 없었다.

상대방은 이미 인간이 아닌 감염자였다.

그것도 지독한 바이러스에 걸린.....

-크아아악!

워커로 변한 심재민이 자신을 죽이려고 한다는걸 알아차렸는지 냉큼 이승철에게 달려들었다.

"쓸데없는 짓을!"

그 순간, 바로 뒤에 서있던 차수철이 냉큼 뛰어나와 오른팔을 크게 휘둘렀다.

-서걱!

심재민의 머리는 순식간에 땅바닥을 굴렀고, 그의 육체는 힘없이 쓰러져 버렸다.

-크아아악! 크아아악!

하지만 심재민의 머리는 마치 살아있는마냥 큰 입을 벌리고 위협했다.

"휴! 오랜만에 보는 징그러운 모습이군."

차수철은 인상을 찌푸리며 심재민의 머리를 검으로 찔러 수박 쪼개듯 으깨버렸다.

"우엑!"

하진호가 헛구역질을 하며 앞으로 쓰러지자 이승철이 조용히 그에게 다가왔다.

"얼마 안남았어. 너도 저렇게 안 된다는 보장이 없다고."

"흐억... 흐억.... 사, 살려주세요."

비로서 사태를 파악한 하진호가 이승철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매달렸다.

이승철은 그저 먼곳을 응시하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살고 싶으면 장영석에게 안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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