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11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시즌 2 : 소용돌이 -- >
"뭔가 이상한데?"
자유는 지난밤에 벌어졌던 일 들을 이승철에게 전해 들은뒤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뭐가?"
"아무래도 장영석 그 사람 매우 수상해. 그렇게 타이밍을 맞추기도 힘들었을텐데, 두번씩이나 제 시간에 딱딱 나타나서 준혁이형을 발견했다는 것도 그렇잖아. 그리고 너에게 그런 큰 음모를 서슴없이 말했다는 것도 그렇고... 그나저나 형은 왜 우리한테 시크릿-X에 감염되었다는 사실을 숨겼어요?"
자유가 의아하게 묻자 차수철이 어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같으면 나보다 센 놈이 저렇게 있는데 그걸 쉽게 까발릴 수 있겠냐?"
"그런가?"
자유가 머리를 긁적이자 이승철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일단 가보자."
"어딜?"
"속초로."
"으엑?"
"지금 제 정신으로 하는 소리야?"
자유와 차수철이 경악을 하면서 벌떡 일어섰지만 이승철은 의지는 확고해보였다.
"야, 너 제정신이야? 저길 어떻게 빠져나왔는데 다시 돌아간다는 소리를 해?"
"생각 들을 좀 해봐!"
이승철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모두가 조용해졌다.
요즘들어 이승철은 쉽게 화내고 초조해보이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장영석이 왜 우릴 여기까지 데리고 왔다고 생각해? 그냥 황주선박사를 찾아오기 위해서? 아니면 우리를 위해? 아니! 그건 더더욱 아니지. 지금 장영석은 뭔가 일을 꾸미고 있는게 분명해."
"하지만 확실한 건 아니잖아... 그냥 네 추측일 뿐이야."
자유가 조심스럽게 대답했지만 이승철은 그를 비웃었다.
"추측? 네가 도대체 뭘 안다고 그래? 그 사태가 벌어질 동안 술먹고 뻗은 놈이."
"야, 승철아. 말이 좀 심하잖아."
"아니! 다 들 똑똑히 들어. 지금 너희 들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사는지는 모르겠는데, 제대로 정신을 안차리면 누가 구제해줄 사람이 없어. 나도 한계라는게 있다고!"
"......"
모두가 할 말을 잃은 표정으로 이승철을 쳐다보았다.
특히 자유는 머리에 무더기로 돌은 맞는 심정이었다.
"그랬구나... 너도 많이 힘들었구나."
"....."
순간 이승철은 아차 싶었다.
누굴 서운하게 하기 위해서 했던 말은 아니었는데, 본의 아니게 아쉬운 말만 잔뜩한 꼴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그런 상황마저도 이승철에게는 상당한 스트레스였다.
지금 그는 누구의 기분을 맞춰줄 여유가 없었다.
분명 속초에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검은 장막이 서서히 드리우고 있다는것을 직감한 것이다.
특히 그 시발점이 자신 들이 이곳에 온 순간부터라는 것을 깨달았을때 이승철은 심한 자괴감을 느꼈다.
어쩌면 일행이 아니, 자신이 지나가는곳마다 항상 불행이 따르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이제 우리는 각자 결정할 일만 남았어."
이승철이 운을 떼자 자유와 차수철이 흠칫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다시 돌아가려면 그렇게 해도 좋아. 하지만 난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았어."
"황박사를 끝까지 찾겠다는 거야?"
"그것도 그렇지만...."
이승철은 말끝을 흐렸다.
사실 그의 머릿속에는 장영석하고 나눈 대화가 무척이나 마음에 걸렸다.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또 다른 누군가를 희생시켜야 한다!'
그건 이승철의 본성과 너무나 다른 생각이었다.
누군가를 지키기위해 누군가를 희생시켜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완벽한 모순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그 따위 생각은 해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자신한테 닥치는 상황이 묘하게 그런쪽으로 몰고 가는듯 했다.
'자유'만해도 그랬다.
분명 속초시를 빨리 빠져나가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자유는 곁에 없었다.
그런 경우가 발생했더라면 아주 이성적으로 판단했을때 그를 버리고 빨리 황박사를 찾아와야 할지도 모른다.
그게 바로 '타인'을 위한 '또 다른 타인'의 희생이었다.
이승철은 비로서야 자신이 어떤 상황에 직면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더 이상 희생은 안돼.... 하지만.....'
이승철은 자유를 바이오센터로 돌려보내고 혼자서라도 이 일을 마무리짓고 싶었다.
'황주선', '장영석', '김문규', 그리고 S.B.I.C....
뭔가 피해갈 수 없는 거대한 소용돌이가 이승철을 짚어삼키는듯 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아무런 죄가 없는 자유가 있어서는 안됐다.
다만 차수철이 문제일 뿐이다.
'저 놈도 믿지 못하는 판국에 자유랑 같이 떠나보내게 할 수는 없어. 하지만 자유 혼자 보내는 것도 그렇고....'
이승철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자유가 혼자 떠나게 된다면 200km나 떨어진 바이오센터에 무사히 도착할지도 의문이었다.
-턱!
바로 그때 누군가 이승철 어깨에 손을 얹었다.
이승철이 뒤를 돌아보니 자유가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우린 같은 생존자이자 친구잖아. 함께 하는 거야."
"......"
이승철은 마음은 점점 착잡해졌다.
그러고보니 자신도 놀랄 정도로 본인의 성격이 많이 변해있기는 했다.
문제는 그러한 변심이 본인 스스로의 의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문제는 나라는 건가......'
이승철은 자유의 손을 쓰윽 치운후 어디론가 걸어가기 시작했다.
"승철아!"
"날 원망하지 않을 자신이 있으면 따라와."
"짜식.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자유는 철없는 표정으로 실실거리며 따라왔지만 이승철 마음은 무겁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