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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데드-110화 (109/262)

< -- 110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시즌 2 : 소용돌이 -- >

"흠흠!"

신노인의 몸은 가벼웠다.

이른 아침에 일어나서 간단한 산책을 하고, 된장국과 차조밥, 각종 채소 들로 아침을 먹었으며, 저택 마루에 앉아 지금은 끊겨버린 과거의 신문 들을 펼쳐보고 있었다.

오랜만에 평화로운 일상에 돌아오는듯한 기분이었다.

"쯧쯧. 저런 저런..."

신노인은 혀를 차며 신문을 넘겼다.

온통 과거의 일 들이지만 마치 지금 벌어지는 일들인양 생생하게 들려오는듯 했다.

인간 들이 사는 세상은 역시 온갖 소음과 잡음이 끊이질 않는 살아있는 지옥과도 같은 곳이었다.

"그렇게 욕심을 부려서 무슨 부귀 영화를 누리겠다는 건지, 참...."

신노인은 정치인 들의 로비 사건 기사를 유심히 쳐다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자신 역시 정치 세계에 몇 십년간 몸을 담고 있으면서도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 세계가 그곳이었다.

만약 자신의 부친으로부터 이어온 탄탄한 정치적 기반이 아니었다면 이미 그 세계에서 물러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응?"

다른 신문을 한참 살펴보면 신노인의 손이 갑자기 멈췄다.

그의 눈은 한동안 어떤 기사에 멈춰있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 부녀자 200명을 살해한 차수철 드디어 검거. ]

[ 전국을 떠들석하게 만들었던 희대의 살인마인 차수철(35)이 드디어 붙잡혔다. 그는 지난 4년간 경기도 일대를 돌며 부녀자 들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하고 처참하게 살해하는 만행을 저질렀으며.... ]

"......"

신노인의 눈은 기사가 아닌 사진에 고정되었다.

분명 현재의 모습과 다르긴 하지만 차갑게 식어버린 눈동자라던지 음침해 보이는 무언의

분위기가 꼭 닮아있었다.

'맞아. 그자야. 어쩐지 낯이 익는다고 했어....'

신노인은 자신의 직감이 틀리지 않았다는걸 확신했다.

무슨 까닭인지 본명을 감추고 있지만 필시 좋은일로 그런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가만히 앉아있을수만은 없었다.

당장 사람을 불러 그들을....

-쾅쾅쾅!

신노인이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찰나 누군가 대문을 거칠게 두드렸다.

"누구요?"

"아휴. 영감은 그냥 앉아있어요. 내가 나가볼테니..."

신노인의 부인이 친히 대문으로 나가 문을 열었다.

-푹!

-땡그랑

신노인이 들고있던 찻잔이 힘없이 바닥에 떨어졌다.

"여..... 영감."

신노인의 처진 두 눈이 하늘로 치켜올라갔다.

-털썩!

신노인의 부인이 힘없이 떨어지자 땅바닥에 붉은 선혈이 흘러내렸다.

"누, 누구냐?"

신노인은 자신의 부인에게 차마 다가가지 못하고 얼른 소리를 질렀다.

누군가가 듣고 있다면 얼른 달려와주길 바랬던 것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신노인을 도우려고 달려오는 사람이 없었다.

"얼굴을 가리지말고 드러내라."

신노인은 침착하게 암살자를 응시했다.

의문의 암살자는 하얀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고 검은옷을 입고 있었다.

마치 사극에 나올법한 복장이었지만 피묻은 칼을 들고 있는 폼이 예사롭지 않았다.

"네 놈 혼자 꾸민 일은 아닌것 같고...."

"황주선을 끝까지 찾겠다면 장영석을 죽여버리겠다."

"뭐?"

신노인이 깜짝놀라 되물었지만 의문의 사내는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버렸다.

"여.... 영감."

"부인!"

그때서야 정신을 차린 신노인이 맨발로 얼른 대문 앞으로 뛰어나왔다.

부인은 피를 많이 흘리고 있었지만 아직 정신을 놓치 않은듯 했다.

신노인은 복부에 천을 감싸고 얼른 등 뒤로 업었다.

70세가 넘은 고령이지만 아직도 아령을 들고 운동을 할만큼 건장한 체력은 여전했다.

"부인 조금만 참아요. 다행히 급소는 피한것 같소."

"나는 지금 죽어도 이상할게 없어요.... 영감이 걱정인데...."

"쓸데없는 소리."

신노인은 떨리는 목소리로 부인을 들쳐업고 얼른 밖으로 뛰기 시작했다.

"어르신. 좋은 아치.... 아니, 이게 무슨 일입니까!"

밖에서 일을 보던 사람 들이 깜짝 놀라 신노인 주위에 몰려들었다.

"내 집사람을 얼른 병원으로 데려가주게. 다행히 급소는 피했지만 피를 너무 많이 흘렸어."

"아, 예. 뭣들 하는 거야. 빨리 사모님을 모시고 병원으로 가!"

"예!"

"아이고, 이게 무슨일이야!"

사람 들이 부산을 떨며 부인을 재빠르게 병원으로 옮기는 모습을 보고, 신노인은 제자리에 주저앉아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어르신. 이게 어떻게 된 일이니까?"

"장의원은 어디있나?"

"예?"

신노인이 다짜고짜 묻자 사람 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당장 그를 찾아내서 내 앞으로 데려오게. 당장!"

"아, 예."

"그리고 긴급비상회의를 소집할테니까 다들 시청 앞으로 모이도록."

"알겠습니다."

사람 들은 더 이상 이유를 묻지않고 신노인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김문규는 아침에 간단하게 토스트를 먹고 일과를 시작했다.

그의 첫 일과는 속초시 전역에 설치된 CCTV 녹화기록을 살펴보는 것이었다.

-똑똑똑!

누군가 급하게 김문규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누구요?"

"나야. 장영석."

"......"

김문규는 의아하면서도 약간 굳은 얼굴로 문을 열어주었다.

"이른 아침부터 자네가 왠일이야?"

"어제 이승철, 진자유, 정준혁이 사라졌어."

"뭐?!"

김문규가 깜짝 놀라 되물었지만 장영석의 표정은 흐트러짐이 없었다.

"특히 황박사 실험실이 열려있더군."

"그런 말도 안되는...."

김문규의 표정은 놀라움을 넘어 경악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러나 장영석의 표정은 더더욱 험악해져갔다.

"자네가 황박사 실험실 열쇠를 가지고 있었지. 황박사 친구인 나에게는 맡길수 없다면서 말이야."

"그, 그래서 내가 문을 열어 주었다는 건가?"

"그럴 수 밖에. 그렇지 않았다면 그들이 어떻게 황박사 실험실을 휘젓고 다닐 수가 있겠어?"

"말도 안돼! 난 실험실 문을 연적이 없어!"

"그럼 황박사 다이어리가 사라진건 어떻게 설명할건가?!"

"...... 뭐라고?"

장영석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김문규는 온 몸이 녹아내리는것 같았다.

일이 아주 더럽게 꼬이고 있다는것을 직감한 것이다.

"지금 사모님께서 칼에 찔려 병원에 있다는것도 알고 있겠지?"

"그게 무슨 말이야?! 사모님이 어째서?"

"뻔뻔하군. 자네가 그렇게 찔러놓고 말이야."

"야, 장영석! 너 미쳤어?"

김문규가 버럭 소리를 질렀지만 장영석은 입꼬리를 올렸다.

"자네가 S.B.I.C를 몰래 만나고 다니는 것을 내가 모를줄 아나?"

"....."

"S.B.I.C와 손을 잡고 속초를 삼키려는거겠지?"

"마, 말도 안돼. 그들은 우리를 돕겠다고했어."

"역시 미친건 너였군."

장영석이 이를 갈자 느닷없이 제복을 입은 사내 들이 김문규를 붙잡았다.

"이러고도 네가 무사할줄 알아?"

"웃기는군. 내가 속초시 내부 치안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겁을 주는건가?"

"이건 음모야."

"어르신 앞에서 그 음모가 뭔지 밝혀내게. 압송해!"

"예!"

김문규가 붙들여 나가자 장영석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김문규 책상 앞에 서서 CCTV에 녹화된 영상 앞에 다가섰다.

"그때 편집 기술을 배우기 잘했군."

장영석은 입꼬리를 올리며 셔틀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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