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08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시즌 2 : 소용돌이 -- >
"그래서 황박사와 은밀히 이야기를 나눠 그자식 뒷조사 좀 했어. 그랬더니 S.B.I.C와 은밀히 만나고 있더군. 너무 급하게 뒤ㅤㅉㅗㅈ아서 증거를 남기지 못했지만 우리는 그 길로 당장 어르신을 만나 이야기를 했지. 하지만 생각보다 쉽지가 않더군. 김문규에 대한 어르신의 신임이 너무 두터웠어."
"그럼 너희 들이 김문규를 제거하면 되는 일 아닌가? 그렇게 위험한 작자라면 말이야."
차수철이 별거 아니라는듯이 말했지만 장영석은 고개를 저었다.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야. 김문규는 속초의 어린 학생 들을 홀로 도맡아 교육하고 있어. 어르신은 세상이 멸망했더라도 배움이 멈춰서는 안된다고 하셨지. 그래서 김문규 그 자가 그렇게 기를 펴고 다니는 거야. 아마 나를 포함한 다른 시의원 들보다 더 신임을 하고 있겠지. 우리가 만약 김문규를 제거하려다가 실패하면 오히려 위험해질 정도이니까. 그 때문에 황박사는 김문규에게 일체 관심을 끊어버렸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반드시 백신을 개발해서 S.B.I.C의 음모를 저지해야 한다고 말이야."
장영석은 초조한 표정으로 담배를 하나 더 꺼내물었다.
"이제 시간이 얼마 없어. 김문규 그 자는 분명 너희 들이 감염자라는 사실을 안다면 S.B.I.C를 속초시로 들여놓을려고 할거야."
"그 놈들이 온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뭉게버리면 돼."
차수철이 거들먹거렸지만 장영석이 자조섞인 표정을 지었다.
"그 놈들을 너무 과소평가하는군. 내가 말했지? 세상을 뒤엎을 정도로 힘을 가진 놈 들이라고 말이야. 너희 둘 어떻게 하는건 그들에게 일도 아니야."
"네 까짓게 뭔데..."
"그만해!"
차수철이 욱한 나머지 장영석에게 주먹을 날리려고 했지만 이승철이 막아세웠다.
"그럼 우린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요?"
"어떻게 하냐고? 그야 황박사를 빨리 찾아야지. 너희가 묶었던 아파트가 그냥 아파트인줄 알아? 온갖 카메라가 사각지대에 숨어서 너희를 지켜보고 있었다고. 아마 오늘 아침이면 김문규 그 자가 CCTV 메모리를 수거해서 확인해보겠지."
"큰 일이군요."
"지금이라도 알리바이를 만들어야 해. 너희는 지금 이 길로 이곳을 탈출해. 사실은 오늘 동이틀 무렵에 너희들에게 사실대로 말하고 풀어줄려고 했어. 그 시간때가 외곽 순찰조가 주간조와 교대를 하는 타이밍인데 30분 정도 경계가 풀어지거든."
장영석이 서두르자 이승철이 그의 팔을 붙잡았다.
"저기 그전에.... 황박사님은 왜 속초시를 떠난 건가요?"
"아아, 그거.... 그러고보니 너희가 황박사 다이어리를 가지고 있지? 뭐 어차피 달라고 하면 줄 위인 들이 아닐테고.."
"잘 아는군. 현명한 판단이야."
차수철이 씨익 웃었지만 장영석은 애써 무시하고 입을 열었다.
"그 다이어리를 봤다면 알고 있겠지. 황박사의 백신 계획은 바뀌었다는 걸."
"혹시 시크릿-X를 제어할 수 있는 걸 말씀하시는 거에요?"
"그래. 황박사는 백신가지고는 S.B.I.C에 대항할 수 없다는 것을 미리 직감했어. 그래서 시일도 오래 걸리고 아직 완벽하지 않은 백신을 개발하면서 허송세월을 보내는 것보다 더욱 확실한 방법을 찾기로 말이야. 하지만 김문규 그 자가 크게 반발했지. 그렇게되면 S.B.I.C와 다를게 뭐냐고 말이야. 어처구니가 없었지. 그 자가 S.B.I.C와 은밀히 일을 꾸미면서 말이야."
"김문규는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건가요?"
"우리도 그걸 자세히 모르겠어. 하지만 황박사를 ㅤㅉㅗㅈ아낸지금 그를 찾으려는 너희 들이 결코 곱게 보이지는 않을거야. 하물며 너네가 시크릿-X 감염자라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걸.아무튼 지금 빨리 출발해야 해. 시간이 없어."
장영석이 앞장 서자 차수철이 김군을 발로 톡 건들었다.
"얘는 어떡하지?"
"어떡하긴. 어차피 날 감시하려고 김문규가 붙인 놈이야. 버려."
".....참...."
장영석이 차갑게 대꾸하자 차수철이 혀를 내밀고 혀를 찼다.
그러는 사이 일행은 속초시 외곽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다행히 속초시는 인적이 거의 드물었다.
저 멀리 외곽 초소에 초병 몇명이 기웃거릴 뿐이었다.
그런데 그때 이승철이 번개맞은듯 펄쩍뛰었다.
"왜 그래?"
차수철이 깜짝 놀라 묻자 이승철이 두 손으로 얼굴을 매만졌다.
그의 얼굴에는 허망한 표정이 잔뜩 묻어있었다.
"자유는 어떡하죠?"
"아...."
모두가 멈춰서서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자유는 어제 술에 잔뜩 취해 아직도 꿈나라를 헤매고 있을 것이다.
"다시 아파트로 돌아가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거야."
장영석이 침착하게 대꾸했지만 이승철은 어림도 없다는 표정이었다.
"우리가 여길 빠져 나간걸 알면 김문규가 자유를 가만히 두겠어요?"
"어차피 황박사를 데리고 오면 되잖아."
"그게 말이되요?!"
잠시 험악한 분위기가 이어지자 차수철이 슬쩍 나섰다.
"자자, 흥분하지말고 차근차근 생각 들을 해보자고. 당신말대로 자유를 지금 데려오기에는 시간이 별로 없겠지. 하지만 승철이는 자유를 절대로 두고 갈 수가 없고 말이야."
"도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이승철이 차갑게 묻자 차수철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뭘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을 해? 장영석 당신이 김문규가 CCTV를 회수하기 전에 어떻게든 막으면 되잖아. 그러면 우리는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황박사를 찾으러 간다고 하면서 자유랑 같이 나가면 되고 말이야."
언뜻 괜찮은 방법이었지만 장영석의 표정은 미묘했다.
"그런 다음에 어떡하지?"
"뭐?"
"너희 들을 황박사 실험실에서 당분간 지내게 해야한다고 했던 사람이 바로 난데? 게다가 너희 들은 황박사가 어디있는지도 모르잖아."
"황박사가 어디있는줄 안다고요?"
"....."
이승철이 눈썹을 치켜뜨면서 묻자 장영석이 급하게 고개를 돌렸다.
아무래도 장영석은 속초시를 벗어나서 자신의 신변이 완벽하게 보장되면 황주선의 행방을 말할 생각이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절박하게 흐르면서 자신도 모르게 말실수를 한것이다.
"당신은 정말 믿을만한 사람이 못되는군요."
"여기서 나말고 믿을만한 사람이 누가 더있나? 말이야 바른말이지 내가 아니었다면 너희는 S.B.I.C에게 붙잡혔을 거야."
장영석이 뻔뻔하게 나오자 이승철이 주먹을 꽉 쥐었다.
"자유랑 같이 가기 전까지 절대로 이곳을 벗어나지 않을거에요."
이승철이 빳빳하게 서있자 장영석은 거의 돌아버리기 일보직전이었다.
그는 돌아서서 한참 한숨을 내쉬다가 이내 이성을 되찾고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좋아. 이렇게 하지. 너희에게 모든걸 설명하지 못한 내 잘못이 크다는것은 인정할게. 하지만 너희도 상황이 상황인만큼 조금 더 이성적으로 움직여줬으면 좋겠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에요?"
이승철이 딱딱하게 묻자 장영석이 비장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내가 자유를 어떻게 해서든지 데려올게. 너희는 미리 밖으로 나가있어."
"도대체 어디로 가라는 거야?"
차수철이 답답해하자 장영석은 팔을 쭉 뻗어 어딘가를 가리켰다.
"저기 산 하나 보이지? 저기에 보광사라는 절이 있어. 거기는 스님 들 밖에 없어서 크게 문제될것은 없지만 바로 앞에 골프장이 있어서 주의해야할거야. 그곳에 바로 초소가 몇개 세워져 있거든. 너희가 외곽 초소를 절묘하게 빠져 들어온탓에 경계가 좀 강화되었을 거야. 그러니까 산 속으로 숨어 들어가."
"초소가 옆에 있는데 왜 그런 곳으로 가라하는 거야?"
"등잔밑이 어둡다는 말도 몰라? 아무튼 그곳으로 가야 무사히 빠져 나갈 방법이 있으니까 보광사에서 일단 기다려."
장영석은 급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냉큼 어디론가 뛰어갔다.
이승철과 차수철은 어안이 벙벙해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지만, 지금 방법이라고는 그것밖에 없는 탓에 장영석의 말대로 보광사라는 절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