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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데드-105화 (104/262)

< -- 105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시즌 2 : 소용돌이 -- >

이승철에게는 선택을 할 수있는 여유가 없었다.

발소리가 벌써 문 앞까지 들렸다.

"어서 선택해. 나야? 장영석이야?"

"쳇!"

이승철은 손가락을 들어 마지못해 차수철을 가리켰다.

"당연히 그래야지."

차수철은 씨익 웃으면서 자신도 똑같이 자물쇠를 잘라내고 나왔다.

"우린 참 닮은 구석이 많아. 안 그래?"

"전혀."

이승철이 딱 잘라 말하자마자 문이 벌컥열렸다.

문 앞에는 장영석과 김군이 서있었다.

"어떻게 연구실 문을 열었나 했더니 이런 방법이었군."

장영석은 권총을 앞으로 내밀고 잔뜩 경계하는 표정을 지었다.

"손들고 뒤 돌아."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군."

이승철이 말릴 틈도 없이 차수철이 오른팔을 내밀어 검으로 장영석의 권총을 쳐내버렸다.

그리고 순식간에 김군에게 달려들어 급소를 차버리고 기절 시켜버렸다.

한두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서, 설마?"

그제서야 장영석이 기겁하자 차수철이 씨익 웃었다.

"맞아. 나랑 이 놈 시크릿-X 감염자야. 어때? 실제로 보니까 신기하지?"

"이럴 수가.... 이승철 자네가 어떻게....."

장영석이 충격 받을 얼굴로 쳐다보자 이승철이 그에게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지금 우리가 시시비비를 가릴 시간이 없어요. 의원님 제발 사실을 말씀해 주세요."

"나, 난 몰라. 아무것도 몰라."

장영석은 고개를 돌렸지만 확실히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도대체 누구를 두려워 하시는 거에요?"

"너희 들이겠지. 바이러스에 걸리고도 멀쩡한 너희 들 말이야."

장영석은 자조섞인 표정을 지었다.

"우리는 의원님.... 아니, 여기 속초에 있는 모든 생존자 분들을 무작정 속이려고

그랬던건 아니에요."

이승철이 미안한 표정으로 대답했지만 장영석의 눈초리는 매서웠다.

"그럼 왜 미리 말을 하지 않았지?"

"그건...."

이승철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이내 체념하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생존자 들에게 감염자라고 알려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흥. 그런 말을 누가 믿을줄 알고?"

-우당탕!

차수철이 갑작스럽게 장영석에게 달려들어 그를 단번에 넘어트렸다.

김군과 똑같이 급소를 차지 않았지만 눈 깜짝할새 당한터라 장영석은 한동안 일어서

질 못했다.

"뭐하는 짓이야?!"

이승철은 깜짝 놀라 펄쩍 뛰었지만 차수철은 귀찮다는 표정으로 손을 휙 저었다.

"넌 가만히 있어."

차수철은 장영석을 깔고 앉아 거드름을 피우기 시작했다.

"이봐. 뭔가 분위기 파악이 잘 안되나 본데? 우리는 총에 맞아도 쉽게 죽는 인간 들

이 아니야. 알아?"

"크흑! 이, 이런다고 내가 너희 말을 들을것 같아?"

-퍼억!

"크악!"

"그만둬!"

차수철이 주먹으로 장영석 얼굴을 내려치자 이승철이 달려들었다.

하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스르릉!

"뭐하는 짓이야?"

이승철이 이를 갈았지만 차수철은 오른팔을 뚫고 나온 검을 장영석의 목에 겨누며 즐

거운 표정을 지었다.

"뭐하는 짓이긴. 일종의 심문이지. 이 자식 다치게 하고 싶지않으면 내가 하자는대로

해."

"그럼 작작 좀 해. 내가 이성을 잃어버리기 전에."

이승철이 살벌하게 받아쳤지만 차수철은 고개를 저었다.

"내가 일전에 말했지? 너만 생각있는게 아니라고. 다만 너랑 나랑 방식이 틀릴 뿐이

야. 네 놈이 하도 돌아가려고만 해서 내 방식을 보여 주는것 뿐이라고."

차수철은 장영석의 목에 시퍼런 검을 겨누며 이죽거렸다.

"말해. 누가 네 뻔한 속셈 모를줄 알아? 황주선 실험실을 우리에게 일부러 노출시킨거

맞지?"

"크큭. 눈치 하나는 빠른 놈들이군."

"바보가 아닌 이상 뻔한거 아니겠어? 그리고 너와 우리는 지금 서로 빛을 주고 받았어."

"난 네놈들과 거래를 한적이 없어."

"아, 그러셔? 우릴 속이고 그 실험실에 들어가게 한 다음에 이렇게 잡아 족치는 건

빛이 아닌가?"

"....."

장영석이 아무런 말을 못하자 차수철이 거보라는 듯 이승철을 힐끔거렸다.

"자아, 이제는 우리가 그 빛을 받아주지. 사실대로 말하지 않으면 네놈 엉덩이를

정면으로 보게 될거야."

차수철이 살짝 검을 들이대자 장영석의 목에 시뻘건 피가 흘러내렸다.

이승철은 움찔거렸지만 이내 이성을 되찾고 주먹만 꽉 쥐었다.

"자아, 이제 말 하라구. 우리와 동지가 되던지, 아니면 시체가 되던지."

"크크큭... 하하하하하하하!"

희안하게도 장영석이 크게 박장대소를 하기 시작하자, 차수철은 물론 이승철까지 덩달아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뭐야? 왜 웃는 거야?"

"너희가 이런다고 내가 눈 하나 깜짝할줄 알아?"

"뭐?"

"우선 내 이야기가 듣고 싶다면 날 그만 깔아뭉개고 나오시지."

"......"

차수철은 잠시 망설이다가 오른팔에 더욱 힘을 주고 슬며시 일어섰다.

"허튼 수작부리면 모가지 날라 가는 줄 알아."

"내가 그렇게 멍청하게 보이나?"

"망할 영감탱이."

차수철이 완전하게 일어서자 장영석은 쓰윽 일어서서 한숨을 내쉰 다음 입을 열었다.

"황주선 박사가 왜 속초에서 ㅤㅉㅗㅈ겨난줄 알아? 바로 네놈들 같은 감염자 들을 옹호했기 때문이야."

"옹호라니, 무슨....."

"말 그대로야. 황박사는 S.B.I.C의 음모를 유일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야. 그래서 그 음모에 맞서기 위해서는 생존자 스스로가 힘을 키울 필요가 있었지."

장영석이 털썩 주저 앉자 이승철과 차수철 역시 맞은편에 앉았다.

아무래도 이야기가 길어질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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