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00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시즌 2 : 소용돌이 -- >
차수철이 집어든 건 아주 두꺼운 다이어리였다.
살펴보니 다이어리는 깨알같이 적은 연구 기록과 온갖 함수가 적힌 포스트잇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황주선은 명망있는 연구원답게 아주 사소한것까지 모두 기록하고 있었다.
차수철은 천천히 다이어리를 훑어보며 가장 눈에 띄는것부터 살펴보기 시작했다.
[XXXX년 X월 X일]
시크릿-X 바이러스의 원초는 외계 물질이 분명하며 그 특징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다.
1. 숙주에 기생하는 습성이 있다. 번식력이 뛰어나며 내부 신체 기관의 관을 통해 이동
한다.
2. 숙주의 습성에 따라 자신을 변화시킨다.
3. 인간의 환경에 유동적으로 자신을 변화시킨다.
즉, 환경에 따라 자신을 변화시키는 기술을 스스로 가지고 있다.
4. 숙주에 침투 전에는 물질이 분명하나 인간의 몸 안에 잠식할 경우 생명체로 돌변한다.
예를들면 남성의 정자가 여성의 몸에서 수정이 되는 원리와 같다.
"흐음.... 역시 생각한대로인가?"
차수철은 덤덤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다음장을 휘리릭 넘겼다.
[ XXXX년 X월 X일 ]
시크릿-X의 감염 유형은 천차만별이다.
크게는 공격적인 유형과 번식을 하려는 유형, 또는 감염자의 뇌를 자극하여 또다른 능력을 부여하는 것으로 나뉜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유형은 감염자가 시크릿-X를 장악하고 오히려 그 능력을 십분 발휘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 마지막 유형을 발견하고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오히려 감염자가 역으로 시크릿-X를 장악하여 그 능력을 자유자재로 발휘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 유형을 시크릿-X Protype이라 일단 명명하겠다.
이것은 그 누구도 밝혀내지 못한 전대 미문의 바이러스이지만 잘만 활용한다면 인류의 역사를 뒤집을 수 있는 혁명이 될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아직 그런 유형을 잠깐 보기만 했을뿐 연구해보지는 못했다.
여태것 이 세개의 실험관에서 시크릿-X 감염자 들을 연구했지만 다들 공격적이거나 번식을 하려는 유형 들 밖에 없었다.
바로 이 감염자 들이 전 세계에 바이러스를 전염시키는 것이다.
- 이거 놀라운데? 그럼 전 세계에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유형이 딱 두 부류 밖에 없는 건가?
"그런가봐. 이거 아무래도 마지막 두 유형은 나랑 이승철 그 놈을 말하는 거겠군."
- 그렇다면 더 심각한 거 아닌가?
"어째서?"
- 이런 말 하기에는 좀 뭐하지만 넌 솔직히 나로인해 시크릿-X 능력이 발휘되고 있잖아. 그에 비해 이승철은 자신이 그걸 장악하고 있는 거고....
"....."
차수철은 아무런 대답없이 다이어리를 응시했다.
-기분 나빴나?
"아니. 나도 사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 그때 이승철을 처음 봤을때.... 뭐랄까.... 자신의 능력을 아주 쉽게 사용하는 것 같았어. 마치 자기 신체 일부를 다루듯이 말이야."
-어차피 누가 더 낫고 누가 더 떨어지냐의 문제가 아니야. 이승철이 그런 유형이라면 그에 대한 대비가 필요해.
"조금 더 살펴보자."
차수철은 딱딱하게 대답하면서 다이어리 속지에 눈을 붙였다.
[XXXX년 X월 X일]
시크릿-X....
미국은 도대체 이런 물질을 지구에 들여온 까닭이 무엇이란 말인가?
정말 그들은 이 세계에 대혼란을 일으키기 위해 그런 걸까?
나는 이 바이러스를 연구를 하면 할수록 시크릿-X가 무서워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바이러스는 마치 마약처럼 나를 흥분시키고 끊어내질 못하게 한다.
하지만....
하지만 속초 사람 들 생각은 나와 다르다.
물론 시크릿-X는 인류의 희망이 될 수도 있지만 재앙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이 연구를 중단하는건 도무지 말이 되질 않는다.
나는 S.B.I.C의 정체를 어느정도 알고 있다.
그리고 그 들이 일루미나티보다 훨씬 더 위험한 존재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 들은 시크릿-X 바이러스를 전 세계에 퍼뜨려 자신 들의 사상으로 이 세계를 지배할 생각을 하고 있다.
그건 너무 어처구니 없는 발상이다.
아니, 말이 되질 않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의 계획은 현실이 되가고 있다.
우리는 마땅히 준비를 해야한다.
그들은 강력한 통제에 의해 인류를 마음대로 조정하려는 위험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S.B.I.C? 도대체 그것 들은 뭐하는 놈 들이야?"
- 글쎄. 아무래도 너에게 바이러스를 심은 장본인 들 같군.
"뭣하는 놈 들인지 참...."
차수철은 혀를 끌끌 차면서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그는 이 세상이 어떻게 되든 상관이 없었다.
오히려 그들은 참으로 귀찮은 일을 골라가면서 하는것 같이 느껴졌다.
뭐, 그 놈들 때문에 자신이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힘을 가지긴 했지만....
- 이 정도면 충분한것 같으니까 나가자. 더 이상 있어봤자 더 좋을 건 없을 것 같아.
"그래. 잠깐만... 이것만 좀 보고...."
[XXXX년 X월 X일]
나는 이 연구를 왜 하고 있는 걸까?
나는 시크릿-X 바이러스를 인류를 위해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 들은 백신만 만들라고 할뿐 내 의견을 들어주지 않는다.
백신만으로 이런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다.
시크릿-X는 생각보다 환경에 훨씬 능동적이며 변칙적이다.
내가 나눈 시크릿-X 바이러스 유형만 봐도 그렇다.
이건 마치 감기 바이러스와 유사하다.
감기 바이러스가 인체에 감염이 됐을때, 사실 어떠한 처방도 무용지물이다.
그전에 예방을 하기는 하지만, 이것 역시 감기에 걸릴 확율을 줄여줄 뿐 해결책은 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감기 바이러스는 형태를 바꿔가며 체내 여기저기를 들쑤신다.
정말 지독한 독감과 같은게 바로 시크릿-X다.
하지만 시크릿-X가 감기와 다른건 현재 인간의 수준을 한번 더 업그레이드 시켜줄 수 있다는 것이다.
조금 더 쉽게 설명하자면 감기 바이러스를 역이용하는 것이다.
더 이상 인간의 존엄성, 도덕을 따질 때가 아니다.
S.B.I.C는 오래전부터 이것을 위해 어마어마한 공을 들였다.
이제 그 수확을 거둘 때이다.
S.B.I.C.는 반드시 어딘가에서 위험한 일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그들의 음모를 밝혀내고 인류가 다시 한번 대재앙을 겪지 않길 위해서는 더 이상 시크릿-X 바이러스 연구가 중단 되어서는 안된다.
-황주선은 뭔가 일을 꾸미고 있는게 분명해.
"내 생각도 마찬가지야. 하지만 S.B.I.C도 꽤 걸리는 군."
-어쨌든 여기서 나가자. 여기에 너무 오래 있었어.
"알았다고.....아,자 잠깐만...."
차수철은 다이어리를 덮으려다가 뭔가를 발견하고 그것을 자세히 읽어내렸다.
그가 읽는 대목에서 정말 믿기지 않은 사실 들이 적혀있었던 것이다.
-이제 그만! 어서 가자. 느낌이 안좋아!
“그, 그래.”
차수철은 다이어리를 잠바 안 주머니에 넣은 후 연구실 문 앞에 다가섰다.
-덜컥!
".....?!"
차수철이 문 손잡이를 잡자 마자 갑자기 문이 벌컥 열렸다.
문 앞에는 어둠 속에 휩쌓인 누군가가 서있었다.
"여기서 뭐해요?"
"스, 승철아."
차수철은 뒷걸음질치면서 크게 당황해했다.
하지만 이승철은 어둠 속을 파고 나오면서 차수철의 멱살을 거칠게 잡았다.
"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