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88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시즌 2 : 소용돌이 -- >
"꿀꺽!"
탐욕스러운 눈빛에 휩싸인 눈동자가 누군가를 응시하고 있었다.
- 크큭. 먹고싶나?
"당연하지. 하나가 아니라 둘이라고! 오랜만에 포식을 하게 생겼는데 흥분이 안되게 생겼어?"
- 하긴. 요새 몇 일 굶긴 했지. 그나저나 그 놈이 일을 잘 처리 하는 군.
"그러니까. 몇 일만에 나에게 이런 선물을 보내오다니... 꽤나 쓸모 있는 놈이야. 크큭."
- 그때 내 말 듣고 참길 잘했지?
"그래. 그 놈이 낚시를 잘해오는 군."
차수철은 섬뜩한 미소를 지으면서 붉게 충혈된 눈을 빛냈다.
"자아, 이제 가볼까?"
차수철은 모든 준비가 끝났다.
등을 지고 벽에 기대어 앉아 있는 두 놈에게 조용히 다가가 순식간에 목을 붙잡고 숨통을 끊을 것이다.
무작정 달려들면 놈 들이 눈치채고 총을 쏘거나 도망갈 수가 있다.
- 잠깐!
차수철은 멈칫거렸다.
"뭐야?"
- 놈 들에게서 떨어져.
"갑자기 왜?"
- 잔말말고 빨리!
차수철은 자신의 자아가 이렇게 급박하게 말리는 것을 처음 느꼈다.
그는 더 이상 아무런 대꾸를 하지않고 머릿속에 시키는대로 움직였다.
하지만 초조한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젠장. 갑자기 왜 그런건데?"
- 두 놈 중 한놈이 너랑 같은 부류야.
"뭐?"
차수철이 깜짝 놀라면서 먹잇감을 노려보았지만 그냥 평범한 인간일 뿐이었다.
"도대체 뭣 때문에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 그냥 느낌이야. 저기 심하게 나댈것 같은 놈말고.... 그 옆에 평범하게 생긴 놈 있지? 그 놈한테서 느낌이 강하게 와."
"정말이야?"
- 그래. 그러니까 무턱대고 달려들면 안돼.
"젠장! 난 너 때문에 많이 참았다고. 그 군바리 새끼 먹으려는 것도 힘들게 참았다고!
차수철은 열받아서 이를 갈았지만 자아는 쉽게 그의 본능을 허락하지 않았다.
- 그건 참으로 미안하게 됐지만 조금 더 앞을 보고 생각해봐.
"저 놈이 나랑 같다는 걸 어떻게 증명할 수 있지?"
- 난 네 안에 있던 바이러스야. 바이러스는 바이러스끼리 느낄 수가 있어.
"크큭. 그것 참 코미디군."
- 어떻게 생각하던지간에 조심해서 나쁠건 없어. 이 세상 모든 인간을 집어 삼키는게 네 놈의 계획이 아니었던가?
"흥. 결국 또 참으라는 소리군.
- 그래.
"그럼 저 놈 들을 어떻게 할건데? 내 구역에 함부로 침범해서 최근에 만든 장난감을 부숴버렸다고."
- 장난감은 어차피 또 만들면 돼.
"쳇! 오랜만에 호러물이 생각나서 만들어본건데...."
차수철은 입맛을 다시면서도 이승철과 자유에게 쉽게 눈을 떼지 못했다.
- 일단 저들에게 접근하기 위해서는 동정심이 필요해.
"동정심이라...."
- 머리를 써!
차수철이 인상을 찌푸리자 그의 자아가 일깨웠다.
- 장난감을 이용해. 장난감 들이 널 공격하도록 만들어서 저들의 도움을 받는 거야. 일단 저 들에게 접근하고나서 생각을 해봐야 해.
"좋은 생각이야."
차수철은 씨익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먹잇감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참고 기다릴줄도 알아야 한다.
하지만 그가 결정적으로 놓친 한가지가 있었다.
바로 이승철의 능력이 어느정도인지 가늠해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만 일어나자."
"응."
이승철과 자유는 자리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툭툭 털었다.
그리고 총구에 대검을 꽂고 만반의 준비를 했다.
그들은 윗남교를 샅샅이 뒤지기로 결정했다.
-덜컥!
시골집 문은 대부분 철제문으로 만들어져서 열 때마다 삐그덕 소리가 나거나 무언가 부숴지는 소리가 나기도 했다.
하지만 이리저리 집 안을 뒤져봐도 감염자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아까 그 감염자가 끝인가?"
"그건 아닐 거야."
자유는 다소 긴장이 풀어진 얼굴로 건성건성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이승철은 꼼꼼하게 집 안을 뒤졌다.
- 으아악!
"무, 무슨 소리야?"
"저기서 나는 소리같은데?"
"가보자."
이승철과 자유는 파란 슬레이트 지붕이 덮인 집으로 뛰어갔지만 함부로 대문을 열지 않았다.
"분명 여기서 사람 비명 소리가 들렸지?"
"응."
- 으악! 살려줘!
"에휴..... 맞네."
자유가 큰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그 모습에 이승철이 피식 웃었다.
"훗. 너 또 놀라서 자빠지는 거 아니야?"
"장난하냐? 이제는 어디서 무슨 일이 터져도 놀랍지가 않을 정도다."
"크큭. 그러냐? 아무튼 들어가자!"
이승철이 대문을 박차고 들어서자 자유가 뒤따라 들어왔다.
"으아악!"
예상대로 집안은 이미 난장판이었다.
어떤 바짝 마른 남자가 윗옷이 다 뜯긴체 처참하게 널부러져 있었다.
그리고 그의 앞에는 오른팔이 자신의 몸보다 큰 감염자가 침을 흘리고 서있었다.
그 모습에 자유가 혀를 찼다.
"오늘 참 가지가지하네."
"....."
확실히 이곳의 감염자 들은 생김새도 제각각이었다.
이승철 본인 역시 감염자이면서도 여태 설화와 자신만 특별한줄 알았다.
'예선이한테 이 놈들을 찍어서 전송해줘야겠다. 시크릿-X 바이러스가 어디까지 변이가 가능한지 알아야겠어.'
이승철은 이왕 일이 이렇게 벌어진거 확실히 매듭을 짓기로 마음먹었다.
지금 이승철 일행은 한국바이오센터에서 시크릿-X 바이러스를 연구하면서 백신을 개발하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럴때 여러가지 자료를 보내주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 전에 분명 저 불쌍한 남자를 도와야 했다.
-철컥!
이승철은 한치의 망설임없이 총을 들었다.
-투다다다!
엄청난 굉음과 함께 하얀 연기가 자욱히 일었다.
이승철은 감염자의 거대한 체구를 염두하고 탄창을 세번 갈 정도로 들고 온 총알을 모두 써버렸다.
"뭐, 뭐야. 저 자식?!"
어느정도 연기가 걷히자 상상했던 모습과 정 반대인 상황이 벌어졌다.
방금 덤덤하게 서있던 자유가 놀라서 소리를 지를 정도였다.
-크아악!
그 놈의 오른팔에는 구릿빛으로 반짝였다.
마치 팔 전체에 황금으로 문신을 한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은 분명....
"초, 총알이 팔에 다 박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