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스트 데드-87화 (87/262)

< -- 87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시즌 2 : 소용돌이 -- >

"......"

"......"

너무 놀라면 오히려 비명조차 안 나온다고 했던가?

등을 돌리자마자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상황이 그들을 딱딱하게 만들었다.

이승철과 자유는 끔찍한 표정으로 입을 벌린체 시선을 빼앗겼다.

"내...아....이....어.....디....있.....어?"

그 여자는 메마른 목소리를 힘겹게 이어가며 이승철을 노려보고 있었다.

온 몸의 관절이 뒤틀린 그 여자는 온 얼굴에 피범벅을 하고 있었고, 온 몸을 비틀어서 두 손과 두 발로 땅을 짚고 서있었다.

하지만 더욱 끔찍한 건 그 여자의 목이 등 뒤로 완전히 꺾여있다는 것이었다.

-털썩!

자유는 그만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 앉아버렸다.

그렇게 많은 감염자 들을 봤으면서도 이런 끔찍한 모습은 생전 처음이었다.

마치 공포 영화에서나 볼법한 장면이 현실로 나타난 것 같았다.

'젠장. 이거 어디서 봤는데....'

이승철은 겨우 겨우 정신을 차려가며 서서히 총을 들어올렸다.

이 웃을 수 없는 이상한 상황 속에서 이승철은 다시 총을 내렸다.

'죽여서는 안된다. 뭔가 이상해.'

보이지 않는 퍼즐이 이승철의 머릿속에 어지럽게 펼쳐졌다.

"내 아이 어디 있냐니까!"

여자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이승철은 검지손가락을 들어서 어딘가를 가리켰다.

"저기 있어요."

여자의 시선이 이승철의 검지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천천히 더듬었다.

-뚜드득... 뚜드득....

여자가 목을 움직일 때마다 끔찍한 소리가 울렸다.

그러더니 두 다리만으로 온 몸을 일으켜서 이리저리 비틀거리면서 그곳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미, 미친..."

자유가 겨우 정신을 차렸는지 이승철에게 철썩 달라붙었다.

"어디로 가는 거야?"

"모르겠어. 아이를 찾는 걸 봐서는....."

자식을 잃고 억울하게 죽은 귀신인가봐....라는 말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저건 귀신이라기보다 감염자가 맞았다.

하지만 여느 감염자와 차원이 달랐다.

특히 무언가 한이 맺힌 듯한 그 표정은 절대로 잊을 수 없었다.

아니 평생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얼른 여길 떠나자!"

자유가 팔을 붙잡았지만 이승철은 전혀 내키지 않았다.

"뭐해?!"

"자유야. 우리 진지하게 생각 좀 해보자."

"뭘?"

"이 상황 너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이상한건 바로 너야! 그냥 저건.... 감염자일 뿐이라고. 그래서 박대위가 너보고 이곳에 오지 말라고 했던 거고....."

이상하게도 자유의 말은 가면 갈수록 흐려졌다.

본인 역시 이 상황을 심상치 않게 느끼고 있는 것이다.

다만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강한 의식 때문에 이 상황을 부딪치고 싶지 않을 뿐이다.

이승철은 자신의 친구 어깨에 부드럽게 손을 얹었다.

"피하지 말자."

"....."

자유는 억지로라도 싫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일이 바로 지금인 것이다.

"여기 없잖아!"

느닷없는 날카로운 고함 소리에 이승철과 자유는 동시에 등을 돌렸다.

아까 그 여자가 두 팔과 두 발로 땅을 박차며

"으아아아악!"

자유는 자지러지게 소리치며 쓰러졌지만, 이승철은 재빨리 총을 들었다.

-투다다!

연기가 피어오르는 총구 앞에서 그 여자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풀썩 쓰러졌다.

"으...어...."

"자유야! 정신차려!"

이승철이 이리저리 흔들면서 깨웠지만 자유는 두 눈을 부릅뜨고 벌어진 입을 좀처럼 다물지 못했다.

바로 눈앞에서 머리에 피범벅된 여자가 괴성을 지르면서 달려왔으니 심장이 안떨어졌으면 다행일 것이다.

"자유야, 일단 숨을 크게 들이쉬어."

"흐아... 후아...."

그렇게 5분 동안 숨을 고르고서야 자유는 힘겹게 일어설 수 있었다.

"그 여자야?"

"응....."

"젠장. 모든 감염자가 이 여자와 똑같았다면 정말 난 죽었을지도 몰라."

자유는 끔찍한 표정으로 널부러진 여자를 보면서 침을 꿀꺽 삼켰다.

"묻어주자."

"에?"

"아이를 찾고 있었잖아.... 불쌍한 여자인것 같아."

"......"

결국 이승철과 자유는 그 여자를 양지 바른 곳에 묻어주고, 나뭇가지를 꺾어 십자가로 세워주었다.

"자유야...."

이승철은 길에 주저앉아 담배를 태우면서 멍하니 하늘을 응시하다가 낮은 목소리로 자유를 불렀다.

"왜?"

"우리 강원도에 오길 잘한것 같다."

"왜?"

"뭔가 일이 복잡하게 꼬인 느낌이야."

"그럼 앞으로 어떡할건데?"

"황박사님을 찾으면서 상황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아."

자유는 싱겁다는 얼굴로 담배 한가치를 꺼내물었다.

"진작 그러기로 했잖아. 새삼스럽게 뭘....."

"황박사... 아무래도 조용히 살고 있을것 같지 않아."

"또 소설쓰냐?"

"아니.... 직감이야."

이승철의 생각은 이토록 복잡했다.

하지만 상황이 그렇게 그를 만들고 있었다.

뜻하지 않는 곳에서 박대위를 만났고 그에게 이 동네에 오지 말라는 경고를 들었다.

그러나 그 말은 곧이 곧대로 하는 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명백해졌다.

'꼭 그 마을에 가봐. 재밌는 일이 생길테니까.'

이승철의 머리는 또 다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그를 또 다른 결심을 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또 다른 곳에서....

그들을 노리는 눈빛이 도사리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네이버 웹툰 '호랭작가'님의 봉천동 귀신에서 모티브를 얻은 장면이 노골적으로 있습니다.

호랭작가님께 쪽지를 보냈으나 확인을 하시고 답장이 없으시길래 일단 제 소설에 모티브로 삼았습니다.

호랭작가님께서 불쾌하시다면 내용을 반드시 수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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