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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데드-83화 (83/262)

< -- 83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시즌 2 : 소용돌이 -- >

"누굴까?"

"글쎄...."

이승철과 자유는 서로 속닥거리면서 승합차 주위를 서성이는 괴한을 주시했다.

마을은 어둠에 휩싸여 한치 앞도 분간하기 힘들었지만, 다행히 보름달이 온 사방을 환하게 비추고 있어 대충 물체의 형상 들은 짐작할 수 있었다.

"두명인가?"

"응. 어른 한명. 아이 한명이야."

"감염자아냐?"

자유는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려고 했지만 이승철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감염자로 단정짓기에는 그들의 행동은 어딘가 매우 조심스러워 보였다.

"나갈까?"

"아니야. 조금 더 지켜보자."

- 덜컥

승합차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을 때, 이승철과 자유는 서로 아차하는 표정을 지었다.

오랜 시간 자동차 문을 잠글 필요가 없으니 자연스럽게 차 문을 열어놓고 다녔던게 화근이었다.

"우와! 아빠! 여기 먹을거 많아!"

"쉿!"

여자 아이의 환호 소리와 동시에 굵고 짧은 남자 목소리가 다급하게 들렸다.

"아빠? 부녀지간인가?"

"그런가봐. 말을 하는걸 보면 생존자는 분명하고."

"그럼 나가보자!"

"잠깐만!"

자유가 성급하게 일어서려고 하자 이승철이 냉큼 그를 붙잡았다.

"아.... 또 왜?"

"저길봐."

이승철은 손가락을 들어 어른이 매고 있는 어른쪽 어깨를 가리켰다.

자유는 눈을 찡그리며 그것을 살펴보다가 깜짝 놀랐다.

"총? 어떻게 총을 가지고 있는 거지?"

"이 근처에 군부대라도 있나봐. 거기서 털었나보지."

"그럼 어떡하지?"

"무턱대고 나가면 오해하고 총을 쏠 수도 있어. 그러니까..."

이승철은 자신의 계획을 자세하게 알려주었다.

자유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듣다가 좋은 생각이었는지 이승철의 말대로 하기로 했다.

"소희야. 조용히 움직여야 해. 아빠 말 알았지?"

"응! 나만 믿어, 아빠!"

소희는 이제 겨우9살 밖에 안된 아이였지만 활발하고 씩씩했다.

박천구 대위는 그제서야 안심하며 딸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기어코 자신을 따라오겠다는 딸을 더 이상 거절할 수가 없어서 밖으로 데리고 나왔지만, K2 소총과 200발의 탄환을 가지고 온것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생존자 들인가...?'

마을의 반대편에서 정체 불명의 승합차 한대가 세워진 것을 발견했을 때, 박대위는 반가움보다 경계심이 잔뜩 들었다.

'생존자 들이라고 해도 조심해야 돼. 또 다시 그때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박대위는 떠올리기 싫은 기억을 떨쳐내려고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아빠, 왜 그래?"

소희가 천진난만한 얼굴로 묻자 박대위는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그냥 목운동 한거야."

"응. 그렇구나. 그런데 저 차 안에 과자랑 콜라랑 햄버거랑 피자랑 통닭이랑 있을까?"

"음..... 그게...."

박대위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소희야 아직 어리니까 그런 질문을 할 수도 있겠지만, 저 차가 산타클로스의 썰매가 아닌 이상 그럴일은 없을 것이라는게 박대위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사랑하는 딸을 마냥 실망시킬 수 없는 노릇이었다.

"우리 소희가 아빠 말을 잘 듣는다면 피자랑 콜라랑 햄버거랑 통닭이 있을 거야."

"핏! 아빠는 내가 아직도 어린애로 보여? 그 말을 지금 나보고 믿으라구?"

"후훗. 아빠 말을 믿어봐."

어느새 두 부녀는 승합차에 가까이 다가섰다.

박대위는 검지손가락을 입술에 가리키며 소희를 다시 한번 주의시켰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승합차 옆 문 손잡이를 잡고 살짝 힘을 주었다.

-덜컥!

놀랍게도 차 문은 너무나 쉽게 열렸다.

오히려 약간 의도하고 차 문을 열었던 박대위가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그러나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도 전에 소희가 급하게 차 안으로 들어가 여기저기 휘젓기 시작했다.

"소희야!"

박대위가 낮은 목소리로 딸을 불렀지만 소희는 뭔가를 발견했는지 기쁨에 찬 표정을 지었다.

"우와! 아빠! 여기 먹을거 많아!"

"쉿!"

박대위가 얼른 손가락을 들었지만 이미 소희의 목소리는 밖으로 노출이 된 상태였다.

"소희야. 얼른 거기서 나와! 빨리!"

아빠의 표정이 심상치 않음을 깨달은 소희가 얼른 차에서 내렸다.

박대위는 곧장 주위를 살폈지만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다만 승합차 바로 옆 팬션의 거실 유리창이 매우 거슬렸다.

'기분탓인가?'

박대위는 속으로 그러길 빌었지만, 이상하게도 직감은 그곳에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보는 것 같았다.

그런데 바로 그때....

"우왓! 눈부셔!"

소희가 소리를 지름과 동시에 팬션 입구에서 환한 LED 조명이 켜졌다.

박대위는 얼른 K2 소총을 빼내어 그곳으로 총구를 겨누었다.

"누구야! 당장 나와!"

박대위가 소리쳤지만 조명은 꺼지질 않았다.

그는 얼른 소희는 자신의 등 뒤로 숨긴 후, 조정간을 안전에서 연사로 놓고 총알을 장전했다.

여차하면 쏠 기세였다.

"총 버려!"

".....!"

박대위는 속으로 탄식하며 총을 땅으로 던졌다.

방금 그 조명은 자신을 속이기 위한 위장술이었던 것이다.

박대위가 그토록 찾았던 그 정체 모를 인간 들은 조명이 밝혀진 반대쪽에서 나와서 자신의 뒷통수에 총을 겨누었다.

"고개 돌리지마. 허튼 수작 부리면 알지?"

"알았어요. 그러니까 제발...."

"두 손 올려."

박대위는 천천히 두 손을 올리면서 자신의 멍청함을 한탄했다.

육군사관학교에서 그렇게 기만 전술(적을 속이기 위해 적의 시선을 엉뚱한 곳으로 돌려놓고 배후에서 기습하는 군대 전술)에 대해 배웠는데도 이런곳에서 어처구니없게 당해버린 것이다.

그러나 박대위의 머릿속에는 무엇보다 소희의 신변이 걱정되었다.

일이 이지경이 되었다면 무슨 수를 쓰더라도 딸은 살려야 했다.

박대위는 절박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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