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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데드-75화 (75/262)

< -- 75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외전1 (악몽의 시작) -- >

스위스는 유럽 생존자 들의 피난처였다.

이탈리아부터 시작된 시크릿-x 바이러스 감염은 삽시간에 유럽의 끝자락 포루투갈까지 퍼졌으며, 약 7억명 가량의 유럽 인구의 2%인 1천 4백만명이 살아남아 이곳에 머물고 있다.

다행히 유럽이 바이러스로 인해 몰살을 당할 때 스위스는 철저한 방역작업을 실시해 인류 재앙을 피해갈 수 있었고, 지금은 백신까지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었다.

게다가 미국은 혹시 모를 인류 재앙을 우려하고 스위스에 ACC(artificial satelliten Control Center : 인공위성 제어 센터)를 설치하여 전세계 인터넷망을 관리하도록 했다.

어쨌든 스위스는 생존자 들에게 노아의 방주인 셈이다.

하지만 스위스라는 나라 자체가 국토도 작고 한가한 분위기라 급작스러운 피난민을 수용하기에는 분명 무리가 있었다.

이에 유럽 연합 임시 정부는 북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생존자 들이 지낼만한 곳을 선정하여 집단으로 머물게 하였다.

물론 그들의 소통망은 ACC망을 통한 인터넷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ACC망에 감지되는 다른 지역이 나타났다.

동북아시아에서 산발적으로 ACC망을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ACC에서 추적 결과 대한민국 수도 서울을 비롯해 광주, 춘천, 부산 총 4곳이 감지되었다.

IT산업이 비약적으로 선장한 덕분에 한국은 ACC망을 별 무리없이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유럽 연합 임시 정부는 유럽이 아닌 다른 지역의 생존자 들을 위해 '노아'를 설립하고 그들에게 생존법과 백신의 개발 현황을 상세하게 설명하였다.

그러나 노아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명뿐이었다.

그는 매우 젊고 활달한 사람이었으며, 스위스에 피난 오기 전에는 뉴욕 맨허튼 월가(Wall Street)전상망을 관리할 정도로 실력이 있었다.

이름은 잭 스미스.

나이는 29살.

전형적인 뉴요커이지만 평소에는 티 한장에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양키스 모자를 쓰고 다닐만큼 털털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노아를 관리하는 순간부터 잠 한숨 제대로 자지 못할 정도로 노아의 서버를 관리했다.

주의에서 그의 건강을 우려할 정도였으나 이상하게도 잭은 키보드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잭의 친형인 데이빗조차 동생의 건강을 염려하여 항상 곁에 붙어있었지만, 어느 날부터 잭이 이상한 소리를 해대는 바람에 더욱 경계가 심해졌다.

"형. 난 정말 한국에 가봐야 한다니까."

"잭! 몇일 전이고 지금이고 넌 똑같은 소리를 하고 있다만 내 대답도 똑같아. 당연히 No야."

"제발 형. 한국 광주라는 곳에서 갑자기 연락이 두절ㅤㄷㅚㅆ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게 분명해."

잭이 안절부절 못하자 데이빗이 크게 한숨을 내쉬고 동생의 어깨에 손을 턱 올렸다.

"거기서 무슨 일이 벌어졌다면 넌 정말 그곳에 가서는 더더욱 안되는 거 아니야?"

"형...."

"잭. 난 엄마랑 약속을 했어. 일생일대 중요한 약속을 말이야. 널 반드시 지키겠다고."

"....."

데이빗이 정색하며 만류하자 잭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때 갑자기 방문이 열리면서 누군가 안으로 들어왔다.

형제가 살펴보니 그는 백신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총 책임자 스캇 브라운 박사였다.

"박사님?"

"오. 여기에 다 모여 있었구만."

브라운 박사는 껄껄 웃으면서 의자를 꺼내 돌려 앉았다.

"여긴 어쩐 일이세요?"

"으음. 자네 들 고민을 좀 해결하려고 왔지."

브라운 박사가 거침없이 대답하자 형제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기만 했다.

"잭. 자네 요즘 스위스를 떠나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 같더만?"

"그게..."

"아, 자네에게 충고를 하려고 하는 게 아닐세. 사실 나 역시 자네에게 부탁하려고 왔네."

잭은 브라운 박사의 말을 다 듣기도 전에 얼굴을 붉혔다.

"박사님. 박사님도 제 형과 똑같은 생각이세요?"

"음? 내가? 내가 무슨 말을 했던가?"

"시치미 떼지 마세요. 지금 저를 설득하려고 오신거잖아요."

"맞아. 설득하려고 이곳에 오긴 했지. 하지만 내가 설득하려고 하는 사람은 자네가 아니라 자네 형 데이빗이야."

"예?"

데이빗은 팔짱만 끼고 있다가 자신의 이름이 나오자 깜짝 놀랐다.

"저를 설득시키려고 오셨다구요?"

"그래. 듣고 보니 자네가 잭이 한국으로 가려는 걸 말리고 있다면서."

"당연하죠. 한국은 바이러스가 제일 먼저 감염된 곳이잖아요."

데이빗이 당연한 말을 도대체 왜 하냐는 식으로 따지자 브라운 박사는 빙긋 미소를 지었다.

"한국이 위험하다는 것은 자네가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위험한 것인가, 아니면 정말로 위험한 곳인가?"

"박사님!"

"잭. 한국이 어느 정도 위험한지 데이빗에게 보여줬나?"

"그건 아니지만...."

브라운 박사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두 형제를 지긋이 쳐다보았다.

"유럽이야 미국과 가깝기 때문에 바이러스 전염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지만, 한국은 지리적으로 멀다는 이유로 속수무책으로 당했네. 하지만 그 피해가 생각 외로 적었어. 물론 8천만에 가까운 인구에서 살아남은 사람이 고작 1만명에 불과하지만 바이러스가 맨 처음 감염되고 속수무책으로 당한 곳에서 그 정도의 사람이 살아남았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야. 그만큼 한국인 들의 면역체계가 뛰어나다는 거지."

"그렇다는 말씀은 도대체..."

데이빗이 불안함을 느끼며 묻자 브라운 박사는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분명 우리쪽에서 한국으로 가야할 이유가 생겼다는 거야. 백신이 어느 정도 개발된 상태이긴 하지만 이게 최선인지는 우리도 장담 못하네. 한국인의 면역체계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어."

"그럼 박사님도 한국으로 가시고 싶다는 건가요?"

잭의 얼굴이 활짝 펴자 브라운 박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네. 나를 포함한 몇몇 연구원 들과 연합군이 군용 수송기를 타고 떠나기로 했네."

"형."

잭이 데이빗의 얼굴을 쳐다보자 그가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박사님. 결국 잭을 데리고 가시려고 여기까지 오신 건가요?"

"그래."

"하지만 잭은 여기에 있어도 되잖아요. 굳이..."

"잭은 우리의 정보망이 되어줄 수 있어. 한국의 지리, 도로, 감염자 들이 모여 있는 곳 등등 말이야. 우리도 무슨 정보가 있어야 생존자 들과 접촉을 할 게 아닌가?"

"그렇다면 차라리 노트북을 가지고 가세요. 군용 수송기라면 인공위성과 항상 연결되어 있을거 아니에요."

데이빗은 끝까지 부정적이었지만 브라운 박사는 표정 하나 바뀌지 않았다.

"데이빗. 네가 동생을 지키려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만 동생의 뜻도 헤아릴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잭에게는 분명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한국에 간다는 거야. 그렇지?"

브라운 박사가 잭을 쳐다보자 그게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 월가에서 돈을 지키기 위해 서버를 관리하는 일을 했지만 딱히 보람이 있다거나 그러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돈을 지키기 위해 왜 밤까지 새야 하는지 혼란스럽기까지 했죠. 결국 돈을 벌기 위해 돈을 지키는 제 일이 너무 한심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노아는 달라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전 일을 하고 있는 거죠."

"그래. 우리는 생존자 들을 지키기 위해 위험한 일을 하고 있는 거야. 지키기 위해서 문을 걸어 잠그는 것보다 문을 활짝 열고 조금 더 넓게 봐야 해."

잭과 브라운 박사가 한 목소리를 내자 데이빗은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두 손 두 발 다들었다.

"알았어요. 알았다구요. 다들 알아서 하세요. 단 조건이 있어요."

"뭔가?"

"그렇게 생존자 들을 지키고 싶다면, 지키려는 사람 들 역시 목숨을 함부로 해서는 안될 거에요. 지금 한국으로 떠나려고 하는 모든 사람 들 말이에요. 제 말 무슨 뜻인지 아시죠?"

데이빗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하자 브라운 박사가 그의 두 어깨에 손을 올렸다.

"당연하지. 날 믿게. 그리고 잭도 믿게."

"그래, 형. 난 반드시 살아서 돌아올 거야."

"나보다 하늘에 계신 엄마를 위해 그렇게 해줘. 난 너 대신 노아를 관리하고 있을게. 너보다 실력을 떨어지지만 옆에서 본 게 있어서 어느 정도 해낼 거야."

"그래."

형제는 뜨거운 포옹을 하고 서로의 건투를 빌었다.

그리고 정확히 한달 후.

모든 준비를 마친 브라운 박사 일행은 군용기를 타고 스위스를 떠나 한국으로 향했다.

목적지는 한국의 수도.

서울이었다.

============================ 작품 후기 ============================

시즌1 외전이 모두 끝났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만세를 외치고 싶지만 아직 부족한 게 많아 아쉬울 따름입니다.

저는 제 작품에 만족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의 고마운 응원을 가슴 속 깊이 새겨도 제 작품은 머릿속에서 냉정하게 평가할 뿐입니다.

그래야 여러분께서 양질의 소설을 보실 수 있으니까요...

어쨌든 저는 또 한달간 잠수합니다.

시즌2를 위해 전력을 쏟고 정확히 9월 1일에 라스트데드 이야기를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끊임없는 관심을 보내주시고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늘 건강하세요.

- 새벽에 계백 재방송을 기다리며 작가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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