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스트 데드-73화 (73/262)

< -- 73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외전1 (악몽의 시작) -- >

-크아악!

감염자 들은 그 남자를 보고 괴성을 내질렀다.

하지만 남자는 전혀 당황한 기색없이 차분하게 총을 장전했다.

마치 이런일이 매우 익숙한듯한 행동이었다.

-탕!

남자는 전혀 망설이지 않았다.

방아쇠를 당기자 감염자 들이 우르르 쓰러지기 시작했다.

"뭐야? 누가 총을 쏴?"

이승철이 말릴새도 없이 예선이와 자유가 고개를 내밀었다.

특히 예선이는 그 남자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성식아!"

-탕! 탕!

하지만 남자는 예선이의 고함을 듣지 못했는지 계속해서 방아쇠를 당겼다.

"성식아!"

미처 말릴 틈도 없이 예선이가 차에서 내려 그 남자의 등 뒤로 다가갔다.

이승철과 자유도 깜짝 놀라 따라서 내렸다.

"예선아... 네가 어떻게 여길...."

감염자 들이 다 쓰러지고 나서야 김성식은 뒤를 돌아봤다.

그는 매우 수척해있었고 수염도 제 멋대로 자라 있었다.

"그때 그 일이 벌어졌을 때 줄곧 승철이랑 같이 다녔어."

"승철이?"

"응. 그때 까페에서 봤던 종업원인데 듬직해서 따라다닐만 해."

예선이는 싱긋 웃으면서 말했지만, 김성식은 어딘가 불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예선이를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성식입니다."

"아, 예. 저는 이승철입니다..."

"저는 진자....유...."

김성식은 이승철하고만 짧게 악수하고 다시 예선이에게 은밀히 다가가 남자 들과 거리를 두었다.

"혹시 저 남자가 너한테 이상한 짓 안했지?"

"뭐?"

예선이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러나 김성식의 표정은 매우 심각했다.

"잘 생각해봐. 혹시 모르잖아."

"너 지금 무슨 말 하는 거야? 나 저 사람 들 아니면 죽을뻔 했어."

"그럼 다행이지만...."

"그나저나 너 어떻게 된거야?"

"응? 뭘?"

"왜 그 날 갑자기 사라졌냐고?"

예선이가 날카롭게 묻자 김성식은 약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아, 난 너도 도망간줄 알고...."

"도망? 나 그때 뭐했는지 너가 더 잘 알고 있을텐데?"

"그래. 너 그때 택시에 치인 아이 엄마를 보고 있었잖아. 그런데 나도 인파 속에 떠밀렸다고."

"....."

왠지 궁색해보였지만 예선이는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어차피 지금같은 상황에는 살아 남았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럼 저 트럭은 어떻게 된거야?"

"아, 저거.... 31사단에서 긴급 소집명령을 내렸는데 부대도 이미 감염자 들로 넘쳐나서 해체되더라고. 겨우 구해온거야."

"부대가 감염자 들로 넘쳐났다고?"

"응. 나랑 몇몇 사람 들이 그 놈들 다 죽이느라고 고생 꽤나 했다. 결국 나 혼자 살아남아서 이 트럭을 가지고 온 거야."

"나도 나지만 너도 대단한 생존력이다."

예선이가 혀를 끌끌차자 김성식은 뒷통수만 긁적였다.

한편 이승철과 자유는 매우 불쾌한 표정으로 서있었다.

"저 새끼 저거 우리 의심하는 거 맞지?"

"....."

"이거 첫인상부터 사람 열받게 하네."

"우리가 이해하자. 저 두 사람 많이 친하니까 걱정하는 것도 조금은 이해가."

"쳇! 사람 좋은 소리하기는..."

처음부터 좋은 시작은 아니었지만 결국 이승철 일행은 김성식을 합류시켰다.

이승철과 자유가 승합차에 탑승해서 앞장섰고, 그 뒤를 김성식과 예선이가 탄 군용트럭이 뒤따르고 있었다.

하지만 일행은 또 다시 멈춰서야했다.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무더기 인파를 발견한 것이다.

"뭐지?"

일행은 차에서 내려 앞을 응시했다.

"뭘 망설여? 어차피 밀고 나갈거 다 죽이고 지나가야지."

김성식은 더 이상 볼 것도 없다는 말투로 총을 장전했다.

"잠깐. 좀 이상해요."

이승철은 팔을 들어 김성식을 제지했다.

"뭐가요?"

"감염자가 아닌것 같아요. 손을 흔들고.... 뭔가 이쪽을 보고 이야기 하는것 같은데."

"진짜?"

예선이가 반가운 얼굴로 두 손을 동그랗게 모아 눈가에 대었다.

"정말이네! 생존자 들이야. 가보자."

일행은 예선이 말에 얼른 앞으로 뛰어갔다.

예상대로 그들은 생존자 들이었다.

"당신 들은...."

"저희도 생존자에요!"

반대편 사람 들이 놀란 눈으로 쳐다보자 예선이가 반갑게 소리쳤다.

하지만 그 들은 뭔가 표정이 이상했다.

무언가 경계하는 듯한 표정이었고, 어떤이 들은 긴장한 얼굴로 주머니를 만지작거렸다.

-철컥!

"이봐요!"

"성식아!"

이승철과 예선이가 깜짝 놀라 김성식을 제지했다.

김성식이 총을 든 것이다.

"이거 놔! 너 이 새끼 들 당장 주머니에서 손 빼라! 허튼짓하면 죽여버린다."

"성식아. 너 왜 그래?"

"저 새끼 들 주머니에 손 넣은거 안보여? 무슨짓을 할지 몰라."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당장 총 내려."

예선이가 필사적으로 말렸지만 김성식은 막무가내였다.

"이봐요. 진정해요.  그리고 너희 들도 당장 그거 내려놔!"

결국 반대편에선 나이 지긋한 중년의 남자가 엄중한 목소리로 주위를 진정시키자 모두가 손을 보였다.

하지만 서로 긴장한 표정 들이 역력했다.

"난 지우천이요. 예전에는 고등학교 수학교사였지만 보다시피 겨우 살아남은 생존자 들과 함께 서울로 올라갈 방법을 찾고 있소."

지우천이 손을 내밀자 이승철이 맞잡았다.

"저는 이승철이라고 합니다. 저도 제 친구 들과 서울로 올라갈 생각입니다만..."

"그렇군요."

지우천은 수학 교사다운 딱딱한 인상에 금테안경까지 쓰고 있었지만 행동이나 말투가 시원시원했다.

그러한 모습 때문에 이승철은 왠지 마음이 놓이는 걸 느꼈다.

"하지만 쉽지가 않을 겁니다. 우리도 몇차례 시도했지만..."

지우천을 말을 흐리면서 망설이다가 겨우 말을 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온 사방이 감염자 들로 뒤덮이고 있어요."

"....."

지우천의 그 말에 모두가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