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스트 데드-60화 (60/262)

< -- 60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외전1 (악몽의 시작) -- >

도슨이 도착한 곳은 한적한 곳에 지어진 오래된 저택이었다.

곧 유령이라도 쏟아져 나올것 같은 음산한 분위기였지만 도슨은 거침없이 저택 안으로 들어섰다.

"왔나?"

어둠 속에서 음침한 목소리가 들리자 도슨은 가방을 내려놓고 셔츠 단추를 풀었다.

"수고가 많았어. 요즘 자네가 큰 일을 해내느라 신변에 문제가 있으면 어떡하나 했는데..."

도슨은 상대편의 말을 무시하고 탁자 위에 올려진 위스키를 집어들었다.

"너 답지 않군. 언제부터 내 걱정을 했지?"

"후후. 세상을 좌지우지 할 몸인데 제대로 대접을 해줘야지."

"됐어. 쓸데없는 짓 하지마. 그것보다 실험은 어떻게 되가고 있어?"

"뭐 미국에서 필사적으로 지원을 해주고 있으니까 걱정 안해도 돼."

"그렇군....."

도슨은 쇼파에 기대고 앉아 잠시 눈을 감았다.

"잘텐가?"

"음. 잠시 눈 좀 붙일테니까 4시간 후에 깨어줘."

"알았네.

항상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살다보니 도슨은 사실 많이 피곤한 상태였다.

지금처럼 한적한 곳에서 잠을 청하는 건 달콤한 휴식이었다.

하지만 그 달콤한 속에는 항상 독이 숨어있기 마련이다.

그것은 악몽이었다.

"이리로."

악몽 속에서 도슨은 누군가에 의해 끌려가고 있었다.

그곳은 매우 어둠고 음침한 곳이었으며, 좁은 복도 사이로 주황색의 조명이 칙칙하게 보일 뿐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이동하니 단단히 막혀있는 철문 앞에 멈춰섰다.

"여기가 제롬이 있는 곳이네."

도슨은 제롬을 말로말 들었을 뿐 실제로 어떤 인물인지 몰랐다.

하지만 대단한 인물이라는 것은 확실했다.

적어도 느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자, 들어오게."

누군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도슨이 뒤따랐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굳어져버렸다.

"저, 저건...."

도슨이 겨우 입을 떼자 누군가 그의 곁에 다가왔다.

꿈속이라서 그런지 얼굴은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목소리는 매우 귀에 익었다.

"자네도 별로지? 나 역시 마찬가지였네."

"....."

도슨은 심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것은 거대한 유리관이었고, 그 속에는 투명한 액체에 나체로 벗은 인간 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저 자들.....낯이 익습니다."

"그래. 자네도 많이 봐왔겠지만 미국에서 첩보작전을 펼쳤던 중국, 러시아 첩보원 들이야."

"그렇다면 제롬은...."

"이 자 들에게 박테리아를 주입할 수 있게 만든 장치, 즉 컴퓨터 메인 시스템이지."

"....."

도슨은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현실인지 한참을 구분해야했다.

"정신차리게. 눈 앞의 현실을 보지 못하는 인간이야말로 가장 어리석어."

"하지만 이건 너무...... 설마 실제 인간을 가지고 실험을 할 줄이야....."

"이 실험을 위해 우린 수십년을 쏟아부었어. 절대로 헛수고를 할 수 없지."

그때 어디선가 한무리의 사람 들이 다가왔다.

그 들은 하나같이 하얀색 가운을 걸치고 있었고 상당히 지쳐보였다.

아무래도 이 죄수 들을 실험하는 과학자 들 같았다.

"우리가 봐야 한다는 게 뭡니까?"

과학자 들 중 맨 앞에있는 남자가 지친 기색으로 물었다.

아무래도 이곳의 총 책임자같았다.

"아, 일단 인사하게. 이쪽은 CIA에서 온...."

"실명을 알려드리기 어렵습니다. 대신 도슨이라고 불러주십시오."

도슨은 재빨리 자신을 설명했다.

직업의 특성상 실명을 동네 피자집 전화번호처럼 알려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모두들 이해한다는 표정이었다.

"좋습니다. 미스터 도슨씨. 저는 제롬을 개발한 클락이라고 합니다."

클락은 도슨에게 악수를 청했다.

"둘이 알아서 인사했으면 됐네. 난 조용히 빠져야지."

의문의 남자가 쓰윽 뒤로 물러서자 클락은 고개를 끄덕이며 제롬 앞에 다가섰다.

"도슨씨. 우리는 여유가 없습니다. 어제도 그제도 꼬박 밤을 새며 이 프로젝트를 준비해왔어요. 당신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저, 저는 제롬을 만나러 왔을 뿐입니다."

"제롬을 만나러 온 이유가 뭡니까?"

순간 도슨은 아찔함을 느꼈다.

"그게.... 그러니까...."

어찌된 일인지 말이 제대로 나오질 않았다.

도슨은 왜 자신이 여기에 서있는지 본인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아무래도 이 프로젝트에 대해서 잘 모르시는 것 같군요. 설명을 원하십니까?"

"예?"

"시크릿-X가 무엇인지 말입니다."

도슨이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예."

"전문적인 설명과 언론용 설명 중 어떤 걸 원하십니까?"

오히려 클락의 반문에 도슨이 잠시 망설였다.

"그냥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세요."

"그러죠. 저도 그 편이 편하겠네요."

클락은 바로 옆 거대한 모니터에 3D로 만든 DNA화면을 띄웠다.

"바이러스는 크게 두가지로 구분됩니다. 바로 백신의 저항이 있느냐 없느냐이지요. 하지만 백신 역시 두가지로 구분됩니다. 과연 바이러스를 죽일 수 있느냐 없느냐 입니다."

뫼비우스 띠처럼 생긴 DNA 형상은 비스듬하게 360도로 회전하고 있다가 갑자기 멈춰섰다.

"우리 몸은 자체적으로 외부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동물의 가장 기본적인 능력인 자기 방어라는 소프트웨어가 몸이라는 하드웨어에 자동으로 설치된 것이지요. 하지만 우리가 우주에서 가지고 온 이 박테리아는 외부 저항력이 뛰어납니다. 즉, 지금까지 지구상에 존재하는 백신으로는 이 박테리아를 죽일 수 없다는 뜻입니다. 또한 이 박테리아가 체내에 흡수되어 바이러스로 변질되면 사태는 더욱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립니다."

클락은 잠시 말을 멈추고 다음 화면을 넘겼다.

그러자 마치 성게같이 생긴 붉은 것들이 DNA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저희가 현재 연구하고 있는 단계는 박테리아가 체내에 거부반응없이 흡수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체내에 흡수만 된다면 최초 감염자를 중심으로 반경 1km는 10분도 안되서 전염이 되겠지요.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몇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그게 뭡니까?"

도슨은 심각한 표정으로 클락을 쳐다보았다.

"이 박테리아가 인체에 흡수 될 수 있도록 하기위해서는 알맞은 환경이 조성되어야 하네. 즉, 전염은 나중 일이고 일단 체내에 흡수시켜야 한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저 사람 들은 일종의 실험대상이로군요."

클락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는 놈 들을 싸그리 잡아서 시험대상으로 삼았지요. 여기에는 당신이 붙잡은 놈 들도 꽤 있습니다."

"...."

도슨은 등골이 싸늘해지는 것을 느끼며 유리관 속 사람 들을 응시했다.

모두들 마취 상태라서 그런지 아무런 의식이 없었지만, 왠지 자신 들을 이곳에서 꺼내달라고 소리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러한 상념도 오래가질 못했다.

"그래. 너 때문이야."

"예?"

클락이라는 사내의 얼굴이 갑자기 일그러지더니 피부가 벗겨지기 시작했다.

그의 몸은 빠르게 부식되었고 나머지 연구원 들도 같은 증상이었다.

"이, 이게 무슨..."

"크크큭. 몰랐나? 우린 다 감염자야. 우린 살아 숨쉬는 고기를 찾고 있었어. 특히나 네 놈의 몸둥아리를 말이야."

"흐억!"

클락은 번개같이 도슨의 목을 붙잡았다.

그는 보기에도 섬뜩한 이빨을 꺼내 그를 물려고 했다.

"제발 살려줘...."

"크크큭!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어놓고 그딴 소리가 입밖으로 나와? 넌 갈기갈기 찢어죽여도 시원치 않아."

클락이 더욱 힘을 주자 도슨의 두 눈이 튀어나왔다.

"으, 으악!"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