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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데드-55화 (55/262)

< -- 55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1_시크릿-X -- >

"당신한테 별 기대는 안해. 하지만 당신이 아니더라도 당신이 저지른 죄는 반드시 당신에게 돌아올거야."

"....."

이승철은 얼굴이 붉어진 원재경을 뒤로하고 김성식 앞에 섰다.

그는 어디가 아픈지 얼굴에 멍과 긁힌 자국이 많았다.

"네가 이겼다고 생각하지마."

김성식은 묘한 미소를 지으며 제 할말을 했지만 이승철은 눈썹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내가 이겼다고는 생각 안해. 다만 네가 진거야."

"흥."

"우린 지금 경쟁 시대에 사는 게 아니야. 힘을 합치지 않으면 모두가 죽는 거지. 결국 네 욕심이 널 망쳤어."

"닥쳐. 이 감염자 새끼야. 너야말로 우리를 위험에 빠트렸어. 너만 아니었다면 지혁이는...."

-짜악!

경쾌한 소리와 함께 갑자기 김성식의 얼굴이 돌아갔다.

어느새 승철이 옆에 다가온 예선이가 뺨을 쳐버린 것이다.

"너 같은 놈을 친구라고 한 내가 수치스러워. 이 쓰레기같은 자식아."

"...."

김성식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하지만 분에 못이긴 표정이었다.

"신예선. 내가 이렇게 된건 다 너 때문이야."

"핑계대지마. 이제 네 핑계를 듣는 것도 지긋지긋해. 넌 옛날부터 항상 그런식이었으니까."

"나쁜년..."

이승철은 조용히 예선이 손을 붙잡고 등 뒤로 세웠다.

"내가 어떻게 해야 너가 바르게 생각할 수 있을까?"

"닥쳐. 네가 나한테 뭘 가르치냐?"

"마음의 문을 좀 열어."

승철이는 정말로 안타까웠지만 김성식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 같았다.

"예선아. 잠깐 나랑 이야기 좀 하자. 설화 누나. 괜찮죠?"

설화는 어깨만 으쓱할 뿐 별 말을 하지 않았다.

"성식이 어떡할 거야?"

예선이가 묻자 승철이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너도 성식이가 걱정되니?"

"웃기지 마. 다만 저 자식 얼굴 좀 안보고 싶어."

"너무 그렇게 생각하지마. 성식이 저 놈도 불쌍한 놈이야. 그건 너가 더 잘 알잖아."

"....잘났다."

"어쨌든 성식이는 이미 건너올 수 없는 강을 건넜어. 그래서 그에게 맞는걸 해줄 생각이야."

"뭐? 아니 지금 쟤한테 뭘 해준다는 거야?"

예선이가 본인답지않게 눈꼬리를 치켜뜨고 앙칼지게 되물었지만 승철이는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사람은 항상 기회를 줘야한다고 생각해. 우리가 만약 원재경을 죽인다거나 성식이한테 해를 끼친다면 우리 역시 그 들과

별 다를게 없어."

"그럼 성식이는 어떻게 할건데?"

"그건...."

승철이가 한참을 설명하자 예선이도 별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너 어떻게 된거야?"

"뭐가?"

"시치미 떼지말고. 바이러스가 왜 너한테 있는 거냐고."

"그게... 나중에 설명하면 안될까?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만잖아."

승철이가 뒷통수를 긁적이며 난처해하자 예선이 눈이 가늘어졌다.

"뭐 어떻게 된 건지는 대충 감이 잡히는데 얼렁뚱땅 넘어가지마. 내가 반드시 물어볼테니까."

"그, 그래."

예선이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남기고 발걸음을 옮겼다.

"다 구해왔어."

때마침 자유가 뭔가를 주렁주렁 들고 오자 승철이가 얼른 그것을 받아들었다.

"이게 뭐야?"

설화가 묻자 승철이가 정리를 하며 입을 열었다.

"쇠파이프 2개와 쇠줄, 그리고 삽 2개요."

"누가 그걸 몰라서 물어? 이걸로 뭐 할거냐고?"

"이따가 보시면 압니다..."

승철이는 손을 탁탁 털고 김성식 앞에 다가섰다.

"이제 우리는 할 일을 다하고 저 지프를 타고 떠날거야. 넌 어떡할래?"

"그냥 꺼져."

승철이는 길게 한숨을 내쉬고 바지 주머니에서 차 키를 꺼내들었다.

"이거 훈련소 앞에 있는 차 키야. 검은색 토스카 말이야. 아직 다리 하나가 멀쩡하니까 운전은 할 수 있을 거야."

승철이가 차 키를 내밀자 김성식은 이를 갈며 콧웃음을 쳤다.

"너의 이런 거만함이 언젠가 큰 화를 부를 거야."

"그러면 그때는 나도 너한테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

"...."

승철이는 미련없이 김성식을 떠나 설화에게 다가갔다.

"누나. 애들을 부탁해요."

설화는 고개를 끄덕이며 승효와 세희를 지프에 먼저 태웠다.

"그런데 정중위님은 어디있어?"

"아, 그분은...."

자유가 머리를 긁적이면서 머뭇거리자 예선이가 얼른 입을 열었다.

"어제 하루종일 멍 때리다가 오늘 아침에 갑자기 사라졌어. 뭔가 많이 충격을 받은 표정이더라."

"그래.... 자유야, 가자."

"어, 어!"

승철이는 더 이상 묻지 않고 자유와 함께 아까 챙겨온 공구를 가지고 감염자 들이 쌓여있는 연병장으로 향했다.

1시간 뒤.

23연대 연병장에는 까마귀 들이 득실거렸다.

하지만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시체 들에게는 가지 않았다.

오히려 까마귀 들이 연병장 중앙으로 모여들었다.

시체 들 한복판에 십자가로 세워진 쇠파이프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승철....이승철....이승철...."

쇠파이프에 허수아비처럼 매달린 사람은 다름아닌 원재경이었다.

그는 팬티만 입은체 분노에 찬 얼굴로 이승철을 저주하고 있었다.

하지만 쇠줄에 꽁꽁 묶인 그의 몸은 전혀 움직일 수가 없었다.

"죽여버리겠어. 반드시...."

"아니. 이제 당신이 죽을 차례야."

갑자기 뒤에서 싸늘한 목소리가 들리자 원재경이 바짝 긴장했다.

"너, 너는..."

정중위가 차갑게 식은 표정으로 원재경 앞에 다가섰다.

그녀의 손에는 권총이 들려있었다.

"이 부하 들..... 당신의 부하 들이었어."

"....."

"그런데 당신 손으로 모두 죽이고 말았지."

"아, 아니야. 난 바이러스 백신을 만들고자 했던 것 뿐이야. 민간인을 상대로 실험을 할 수는 없잖아. 안 그래?"

"아니. 당신은 백신을 만들어서 팔려고 했을 뿐이야. 그저 돈에 눈이 멀어서 말이야."

정중위는 서서히 팔을 들어 원재경 머리에 총을 겨누었다.

"여기 쓰러져 있는 부하 들을 보고 당신은 눈물조차 흘리지 않았어. 난 지금도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픈데...."

"이봐. 제발..."

"당신이 저지른 죄. 당신이 벌을 받아. 당신한테는 이 총알도 아까워."

정중위는 다시 팔을 내리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대신 10명의 다른 감염자 들이 갑자기 나타나 원재경을 둘러쌓다.

그 들은 성당에 있던 감염자 들이었다.

정중위의 부탁으로 설화가 이곳으로 오게 만든 것이다.

"헉! 너, 너희 들은...으악! 살려줘!"

-크아악!

엄청난 괴성을 내지른 감염자 들은 아주 천천히 원재경의 살을 파먹기 시작했다.

그가 충분히 고통스러워하며 죽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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