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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데드-54화 (54/262)

< -- 54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1_시크릿-X -- >

자유와 예선이는 천천히 이승철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이승철은 그런 동료 들을 신경쓰지않고 원재경을 목을 서서히 조으기 시작했다.

"케헥! 사, 살려줘...."

"크크큭! 살도 통통한 게 빨아먹기 딱 좋군."

원재경이 바둥바둥거렸지만 이승철은 끔찍한 미소를 지으며 왼팔을 서서히 들었다.

그 모습에 자유가 얼른 예선이 팔을 붙잡았다.

"피해야 돼."

"뭐? 안돼. 저렇게 놔두가는..."

"승철이는 이미 이성을 잃었어. 그리고...."

자유가 뒤를 돌아보자 예선이도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지혁이가 가지런히 손을 모으고 조용히 누워있었다.

승효와 세희가 지혁이의 두 손을 가슴에 올려놓은 것이다.

"...."

마치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빗줄기는 더더욱 심해졌다.

그 빗물은 지혁이에게서 흐르는 피와 섞여 서서히 흘러내렸다.

"지혁이 감기걸리겠다...."

자유가 그 말을 남기고 묵묵히 앞장서자 예선이는 승철이를 한번 힐끗거리고 지혁이에게 다가갔다.

"으앙. 오빠...."

세희는 목놓아 울고 있었고 승효는 코를 훌쩍거리고 있었다.

자유는 측은한 표정으로 아이 들을 쳐다보다가 두 팔로 감쌌다.

"너희 그러다가 감기걸려. 어서 일어나."

"하지만 지혁이 오빠가..."

"지혁이도 너네가 비맞는 걸 원하지 않을 거야."

"...."

승효와 세희는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않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예선아. 애들 좀 챙겨줘."

자유는 지혁이를 서서히 일으켜 세워서 등에 업었다.

싸늘하게 식어버린 지혁이의 몸은 더 이상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것은 참으로 섬뜩한 느낌이었지만 자유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을 흐르게 했다.

다행히 차가운 빗물때문에 그의 눈물은 가릴 수 있었지만 슬픔까지 막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렇게 생존자 들은 승철이와 설화를 남겨둔 체 23연대에서 약간 떨어진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한편 이승철을 왼팔에서 검은색 강철이 튀어나왔다.

그건 설화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아... 이제 먹어볼까?"

승철이는 의식을 거의 잃어버린 원재경의 목에 강철을 들이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눈이 점점 풀리기 시작했다.

"크윽..."

이승철은 그만 원재경을 놓쳐버렸다.

온 몸에 힘이 풀리기 시작했고 심장 박동수가 불규칙해졌다.

"으윽...이승철 이 새끼...."

이승철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엎드린체 쓰러져 버렸다.

"......"

비는 한참을 더 내렸다.

소나기였지만 그 짧은 시간 안에 모든것을 깨끗하게 쏟아부어냈다.

그리고 밤은 더욱 깊어졌다.

"승철아...."

희미한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는 이상한 꿈 속을 헤매던 이승철을 조용히 깨우기 시작했다.

"다 끝났어....."

'누구지?'

이승철의 의식은 천천히 돌아오기 시작했다.

자신이 왜 이런 차가운 땅바닥에 쓰러져 있고 또 하염없이 비만 맞고 있는지 의아했다.

"이제 그만 일어나...."

이승철이 가까스로 두 눈을 떳을 때 눈부신 햇살이 다시 그를 방해했다.

하지만 그는 온 힘을 다해 다시 눈을 떴다.

"...."

처참하게 옷이 찢긴 여자가 힘없이 앉아 있는데 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거의 드러난 몸을 가릴 생각이 없어보였다.

"누나..."

"힘들다..."

설화가 힘없이 고개를 들어 승철이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처참하게 야위어있었다.

"제가...어떻게 된거죠?"

"시크릿-X가 네 몸을 지배하기 시작했어."

"....."

승철이의 얼굴은 참으로 이상했다.

포기하는 표정이었다가 믿을 수 없는 표정을 번갈아 지었다.

그 모습에 설화가 피식 웃었다.

"거봐. 너가 쓸데없는 짓을 한 거랬지?"

"그것보다... 기분이 이상해요. 그냥 몸이 제 몸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나보다 더 지독한 놈이 네 안으로 들어간 것 같다."

"...."

승철이는 온 몸을 살펴보다가 문득 왼팔을 보았을 때 미세하게 그어진 실금을 찾아냈다.

"이건..."

"놈의 실체야. 앞으로 네 살을 자주 파댈걸?"

"아...."

"그러길래 그때 왜 그랬어?"

설화는 어두운 표정으로 이승철을 질책했다.

하지만 이승철은 더 이상 우울해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함께 살고 함께 죽기로 했잖아요. 후회는 없어요."

"...."

설화는 이승철의 눈을 지그시 쳐다보다가 이내 피식거렸다.

"흥. 예선이한테는 뭐라고 할래?"

"으음.... 그건 큰 일인데요?"

이승철은 설화를 일으켜 세우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전멸.

1만명이나 되었던 감염자 들은 처참한 모습으로 쓰러져 있었다.

밤새 아비규환의 상황이 벌어졌던 모양이다.

"네 옷이 아주 걸레가 된 걸보면 놈이 아주 신났었나봐."

"...."

설화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했지만 이승철은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어제 사람의 모습이 아니었다.

"괜찮아. 이제 내 안에 있는 이놈하고 한바탕 싸우면 되니까. 그리고..."

설화는 자꾸 흘러 내려가는 상의를 붙잡고 이승철의 등을 세게 쳤다.

"든든한 내 동료가 생겼잖아."

"으씁! 아파요.."

"엄살은..."

승철이와 설화가 입구쪽으로 걷다가 다른 생존자 들이 서있는 걸 보고 멈칫거렸다.

놀랍게도 그 들은 원재경과 김성식을 밧줄로 꽁꽁 묶어놓고 있었다.

"다 들 살아있었...."

설화가 반가운 마음으로 소리쳤지만 이내 말 끝을 흐렸다.

생존자 들의 표정은 무척이나 어두웠고 왠지 보여할 사람이 보이지도 않았다.

"언니.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승철이 너두.."

예선이는 애써 웃었지만 자유나 승효, 세희는 여전히 어두운 표정이었다.

그건 이승철도 마찬가지였다.

"지혁이 어디로 옮겼어?"

"저기 건물 안에...따뜻하게 해줬어."

"...."

설화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예선이는 얼른 자신의 져지를 벗어 설화를 덥어주고 승철이를 쳐다보았다.

"이제 어떻게 할거야?"

"더 이상 이곳에 있고 싶지 않아. 얼른 떠나자."

"내 말은 그게 아니야."

"그럼...?"

승철이가 어리둥절해하자 자유가 거칠게 원재경과 김성식을 떠밀었다.

김성식은 목발을 들고 있었고 원재경은 처참한 몰골로 겨우 두 눈을 뜨고 있었다.

"죽이자. 다 죽여버리자구."

자유가 이를 갈았지만 이승철은 긴 한숨을 내쉬며 그 들 앞에 다가섰다.

"흐억!"

원재경이 이승철을 보고 거의 경기를 일으키며 뒷걸음질 쳤다.

"제, 제발 살려줘. 제발..."

"닥쳐! 이 개같은 새끼야, 네 입에서 살려달라는 소리가 나와?"

자유가 원재경 멱살을 잡고 윽박을 질렀지만 이승철은 조용히 제지시켰다.

"사람을 함부로 죽여서는 안되. 내가 바이러스에 완전히 지배되었어도 내 의식이 살아있었기 때문에 당신이 아직까지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던 거야."

"그. 그래. 고맙다."

원재경은 비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승철 표정은 점점 차가워졌다.

"하지만 너는 사람 목숨을 가지고 놀았어. 그 죗값은 처절하게 치뤄야겠지."

"제, 제발..."

"물론 우리 손으로 널 죽이지는 않을 거야. 대신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너에게 안겨주고 싶어."

"....."

원재경이 두 눈을 부릅뜨고 부르르 떨었다.

지금 이승철의 모습은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 때보다 더욱 더 끔찍해 보였다.

"자유야."

"어."

자유가 다가오자 이승철은 그의 귀에 대고 한참을 이야기했다.

무슨 대화인지는 들리지 않았지만 자유가 크게 놀랬다가 이내 입술을 짙게 깨물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어디론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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