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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데드-44화 (44/262)

< -- 44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1_시크릿-X -- >

"크흐흑!"

설화는 아예 자신을 잃어버렸다.

그것은 본인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그러나 그녀의 몸은 이미 제어를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어, 언니..."

예선이는 울먹거리면서 설화에게 다가가려고 했지만 자유가 얼른 그녀의 팔을 붙잡고 고개를 저었다.

"누나에게 맡겨보자. 지금 중요한 건 믿음이야."

"하지만...."

"누나가 아무런 생각없이 저렇게 하는 건 아닐거야."

자유는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예선이를 안심시켰지만 본인 역시 두려운 건 사실이었다.

'젠장. 누나가 이성을 잃어 버린 게 분명해. 승철이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자유의 생각대로 설화를 도울 수 있는 뾰족한 수는 없었다.

그저 이렇게 멀리 떨어져서 지켜봐야 할 뿐이다.

그런데 그때 한참을 괴로워하며 상체를 웅크리면서 부들부들 떨었던 설화의 움직임이 멈춰졌다.

"크르륵!"

설화가 서서히 상체를 일으키자 그녀의 척추에서 엄청난 크기의 강철 들이 튀어나왔다.

마치 그것은 거대한 낫처럼 하늘을 향해 날카로운 날을 치켜세웠다.

"예선아. 일단 피하자."

"하지만..."

"지금 이럴 시간이 없어! 지혁이 너도 애 들 데리고 어서 피해!"

"예? 아, 예!"

생존자 들은 허둥지둥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그 사이 설화의 몸은 점점 이상하게 변해갔다.

마치 거대한 고슴도치가 빳빳하게 가시를 세우듯 그녀의 온 몸에는 날카로운 강철 들이 튀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모든 감염자 들이 제자리에 멈춰서 설화를 응시했다.

"....인...간...."

설화의 입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아닌 기계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대...단...하...군...그...동...안....나...를...억....제...하...다....니..."

설화가 마치 자기 자신에게 말을 거는 듯 했다.

하지만 그것은 분명 설화가 아니었다.

"언니가 어떻게 된 걸까?"

"글쎄. 나도 저런 건 처음이라...."

자유와 예선이가 걱정을 하면서 쳐다보는데 지혁이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저기 제가 한마디 해도 될까요?...."

"응. 지혁아. 말해."

"설화 누나가 숙주가 된 것 같아요."

"숙주?"

"예. 예전에 미드(미국드라마)에서 외계인에 대한 스리즈를 방영했는데, 거기서도 외계 생명체가 인간의 몸 속으로 들어가 지배를 했거든요."

지혁이는 정말 신중하게 꺼낸 말이었지만 자유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이건 드라마가 아니라 현실이야. 아무리 누나가..."

"아냐. 일리가 있어."

예선이가 자유의 말을 가로막았다.

"예선아."

"잘 생각해봐. 지금 저 목소리는 설화 언니 목소리가 아니야. 그리고 아까 한 말도 마음에 걸려."

예선이의 말에 자유도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래....방금 설화 누나가 그동안 나를 억제했다고 그랬지?"

"응."

"그렇다면 시크릿-X 바이러스가 외계생명체라는 걸까?"

"아니, 아직은 속단하기가 일러."

예선이는 고개를 저으면서 설화를 유심히 지켜보았다.

놀랍게도 설화는 마치 뭔가에 묶인 듯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있었다.

"....네....가...끝...까...지....저....항...하...겠...다...면...너...를....파....괴...시...키...겠...다..."

마치 설화의 몸 속에서 본체와 다른 존재가 싸우는 듯 했다.

그 모습에 예선이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누나가 안 움직이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나봐...."

"움직이면 우리 모두가 끝장일테니까."

"......"

설화는 필사적이었다.

그녀가 의식을 잃었던지, 깨어 있던지 간에 그렇게 볼 수 밖에 없었다.

"....좋....다....오...늘...은....여....기....까...지...하...지....

대.....신....내....힘....을....사....용....하...려....면....자...기...자...신....을...버...려...야...한...다...."

그 말을 끝으로 설화의 몸을 뚫고 나온 강철 들이 서서히 몸 속으로 다시 들어가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강철이 지나간 지리에는 빠른 속도로 상처 들이 아물어져 갔다.

"언니!"

"누나!"

자유와 예선이가 동시에 설화에게 달려들었다.

"헉헉!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다행히 설화는 제정신으로 돌아오긴 했다.

그녀는 거친숨을 몰아쉬었다.

"언니!"

예선이가 울음을 터뜨리며 꽉 껴안자 설화가 자유를 쳐다보았다.

"누나가 잠시 정신을 잃었는데....."

"잃었는데, 뭐?"

"그러니까 바이러..."

"됐어, 그만해. 자유야. 언니. 아무일도 없었으니까 아무 걱정도 하지 말아요."

"...."

설화는 더 묻고 싶었지만 그럴 힘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나저나 저것들은 어떻게 할까요?"

자유가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모두가 그곳을 쳐다보았다.

생각해보니 아직 감염자 들이 남아있었다.

"괜찮아. 내 피가 지금 돌고 있으니까."

설화는 상당히 지쳐 보였지만 별거 아니라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정말로 성당에서 데려온 감염자 들이 눈이 붉게 충혈된 체 본부대 감염자 들에게 달려들었던 것이다.

다행히 본부대에 있던 감염자 들은 설화가 조종하고 있는 감염자 들보다 수가 적었다.

하지만 희생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설화가 조종하고 있는 감염자 들은 눈에 띄게 그 수가 절반으로 확 줄어버렸다.

"우리 이래도 되는 걸까요?"

자유는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사람을 이용해 안전을 도모한 것 처럼 느껴졌다.

"지금 우리가 도덕을 따질 여유가 없는 걸 잘 알잖아."

설화는 덤덤하게 대답했지만 애써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어떻게 된거야? 아무 걱정을 하지 말라고 해도 걱정이 된다고."

"....."

자유가 예선이를 슬쩍 쳐다보았지만 그녀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언니. 잠시 정신을 잃었을 뿐이에요."

"...그랬구나. 어쨌든 다시 피가 돌아서 다행이야. 나 정말 머리가 터질 정도로 노력했었다고."

"언니 정말 수고했어요."

"마, 맞아요 누나."

예선이는 설화의 어깨를 두드리며 미소를 지었다.

'아무리 언니가 시크릿-X 감염자라고 해도 사람이야. 그런 모습으로 변한걸 알면 충격 먹을거야.'

예선이는 때가 되면 설화에게 잘 설명할 것을 다짐했다.

그러나 설화가 변한 모습이 자꾸 떠오르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자꾸 생각하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언니가 무리하게 힘을 쓰려고하면 그 우주 박테리아가 튀어 나오는 건가? 그럼 그 우주 박테리아는 인간의 몸속에서

기생하다가 진화할 수도 있다는 건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이 가득했지만 실상 제대로 알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결국 바이오센터에서 모든것을 실험해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다른 아이들은 어디있냐?"

"뒤에 있어요."

자유가 설화를 일으켜서 지혁이와 승효, 세희가 있는 곳을 쳐다보았다.

"저, 저게...."

하지만 너무나 뜻 밖의 상황이 그 들 눈앞에 펼쳐졌다.

"미, 미안해요, 형, 누나. 잠시 한 눈 파는 사이에...."

지혁이는 울상을 지으며 덜덜 떨면서 승효를 꼭 껴안고 있었다.

"저 새끼가 어떻게..."

자유는 이빨을 으득거리면서 달려들려고 했지만 예선이가 그의 팔을 붙잡았다.

지혁이 뒤에는 어떤 남자가 서있었는데, 총을 들고 지혁이의 머리를 겨누고 있었다.

"흐흐, 오랜만이야."

"성식아....."

예선이의 목소리에는 절망이 묻어있었지만 김성식 표정은 비열하기 그지없었다.

"다 들 수고가 많았어. 벌레가 득실거리는 나무 뒤에 숨어있느라 죽는 줄 알았거든. 뭐 다행히 너네가 그 년한테 정신 팔려 있어서 너무 일이 쉽게

진행되었지 뭐야."

설화와, 자유, 예선이, 그리고 김성식은 지혁이와 승효 세희를 중앙에 두고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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