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43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1_시크릿-X -- >
"이게 어떻게 된거지..?"
설화는 물론 일행은 모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감염자 들은 모두 몽롱한 표정으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크르릉!
그 사이 본부대에 서있던 감염자 들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지르며 가까이 다가왔다.
'어쩐지 아까부터 기분 더럽다 했더니 혈액 순환이 멈췄구만. 젠장. 감염자만 아니었다면 당장 뒤졌을 거야.'
설화는 등에 매고 있던 M16 소총을 들으려고 하다가 갑자기 멈칫거렸다.
"어? 누나 왜 그래요?"
덩달아 총을 들던 자유가 놀라서 묻자 설화가 팔을 들어 그를 막았다.
"한가지 실험 해볼 게 있으니까 잠깐 물러서봐."
"네?"
"좀 알아볼 게 있어."
설화가 진지하게 말하자 자유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뒤로 물러섰다.
"언니?"
"괜찮아. 내 예상이 맞는지 틀린지 보는 거야. 뭐 내가 당할 일은 없겠지만 좀 아니다 싶으면 그때 나서."
"예."
설화가 앞으로 나서서 큰 한숨을 내쉬더니 왼손으로 오른 팔을 움켜쥐고 잔뜩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자 설화의 손등 바로 위에서 시커먼 강철이 쓰윽 튀어나왔다.
"우와... 누나 꼭 프로토스 질럿같....아악! 아파!"
"쓰읍!"
자유가 중얼거리자 예선이가 옆구리를 꼬집었다.
만약 평상시 같았으면 10배를 응징할 설화였지만 애써 무시하고 자신의 신체를 변형시키는데 집중했다.
-쿠아악!
감염자 들이 코 앞까지 다가오자 설화는 지체하지 않고 크게 오른팔을 휘둘렀다.
-사각!
강철의 예리한 날은 감염자 들의 목을 순식간에 공중으로 날려버렸다.
하지만 설화는 그 자리에 멈춰서서 뭔가를 기다리는 듯 했다.
'제길... 이게 아닌가?'
설화는 다시 한번 강철을 변형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엄청난 통증이 뇌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으으윽!"
"언니!"
"누나!"
자유와 예선이가 얼른 튀어나오자 설화는 겨우 몸의 중심을 잡고 팔을 들어 제지시켰다.
'우주 박테리아의 힘을 직접 확인해 보겠어.'
설화의 생각은 바로 우주 박테리아를 실험해보기 위해서였다.
박테리아는 말 그래도 살아있는 미생물이기 때문에 다른 감염자 들에게 분명 어떠한 반응을 일으킬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특히 자신의 살을 뚫고 튀어나온 강철에 우주 박테리아가 묻어 있을 가능성을 염두해 두었다.
'제발 반응 좀 해라. 이 굼벵이 들아!'
그러나 감염자 들은 서로 웅크리기만 할 뿐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그때 갑자기 설화의 왼쪽 눈에서 시뻘건 피 들이 주르륵 흐르기 시작했다.
"어, 언니! 멈춰요!"
예선이가 깜짝 놀라 소리쳤지만 설화의 몸은 이미 통제를 벗어난 상태였다.
'제길... 정신을 잃어버리겠어...'
설화는 점점 정신을 놓기 시작했다.
마치 거대한 무언가가 자신의 몸 안에 들어와서 마음대로 조종하는 기분이었다.
'이게 아니었는데... 젠장...'
그걸 끝으로 설화는 두 눈을 감아버렸다.
그건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다.
'오호. 저게 시크릿-X 감염자의 능력이라는 건가?'
원재경은 차 안에서 몸을 앞으로 기대면서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S.B.I.C에서 왜 시크릿-X에 집착을 하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시크릿-X 감염자는 자신의 신체를 변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변의 감염자 들까지 컨트롤 할 수 있어요."
"그렇게 보이는 군."
김성식이 옆에서 침을 튀기며 설명했지만 원재경은 듣는 둥 마는 둥이었다.
'이거 슬슬 욕심이 나는 걸? 저걸 노예로 삼아서 내 마음대로 조종하면 딱인데 말이야.'
원재경은 군침을 삼키면서 자신의 욕망을 억누르지 못했다.
가족까지 쉽게 버리는 인간에게는 오직 욕망만이 자신의 욕심을 채울 뿐이다.
"저걸 사로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예?"
"저걸 사로 잡으면 생존자 들이 더욱 안전할 거 아냐."
"아, 그 말이었어요?"
김성식은 고개를 크게 끄덕이면서 턱을 괴었다.
"흐음... 지금은 사람 들이 너무 많아서 좀 힘들 것 같은데..."
"그걸 누가 몰라서 물어?"
원재경이 째려보자 김성식은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저걸 붙잡을 때가 언제냐는 거야. 분명 우리의 존재를 모르는 이상 빈틈이 보일 거라고."
"그렇긴한데...."
김성식이 무슨 말을 하려는 찰나 갑자기 원재경이 조용히 하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갑자기 설화가 비틀거리면서 왼쪽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는 것이었다.
"왜, 왜 저럴까요?"
"넌 저 년과 같이 있었다면서 그걸 몰라?"
"저렇게 피 눈물을 흘리는 건 처음이라구요."
"젠장. 조금 더 지켜볼 수 밖에 없겠군."
"아뇨.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뭐?"
원재경이 놀라서 물었지만 김성식은 능글맞은 표정을 지었다.
"이번에 속는셈치고 저한테 권총이라도 한 자루 주실래요?"
"너 지금 무슨 자신감으로 이러는 거야?"
"저한테 아주 좋은 생각이 떠올랐거든요."
"뭔데? 말해봐."
"그러니까..."
김성식의 계획을 듣는 원재경이 얼굴에 점점 미소가 번져갔다.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생각을 하는 군."
"그렇죠. 그러니까 저한테 총을 주세요."
"좋아."
원재경은 고개를 끄덕이고 자신의 허리춤에 차고 있던 권총을 꺼내들었다.
하지만 곧바로 넘겨 주지는 않자 김성식이 크게 당황했다.
"왜, 왜요, 또?"
"그거 아나? 총은 내 손을 떠나는 순간 최고의 적으로 돌아올 수 있는 법이야."
"지금 절 의심하시는 건가요?"
"일종의 안전장치야. 좀 야속하게 들릴지 몰라도 내가 세상을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세상이 나를 버리지 않도록 해야해."
"좋은 말씀이네요."
"흥."
김성식이 묘하게 비꼬았지만 원재경은 콧방귀만 뀌었다.
그리고 탄창을 꺼내 총알을 모두 제거하고 한 발만 남겨두었다.
"이 한발을 목숨처럼 여기라고. 만약 이 총구가 나한테 향하게 된다면 반드시 후회할 일이 생길 거야."
원재경은 정장 안에서 다른 권총을 꺼내들고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제가 그렇게 멍청하게 보였어요?"
김성식은 불편한 표정을 지으면서 원재경에게 총을 넘겨받고 조용히 차 문을 열었다.
왼쪽 다리는 아예 감각이 없었지만 그래도 지혈을 하니 걸을만 했다.
본인한테는 참 다행이겠지만 총알이 뼈를 피해갔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김성식은 누군가를 응시하며 천천히 생존자 들에게 다가갔다.
다들 감염자 들에게 넋이 빠져서 그가 다가오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