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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데드-42화 (42/262)

< -- 42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1_시크릿-X -- >

하지만 성식이의 설명이 끝날 때까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물론 그가 한 말 중에는 허풍과 거짓이 중간중간 끼어 있었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하고 일치하는 부분이 있었다.

특히 성식이의 마지막 말이 더욱 그랬다.

"그게 사실이야?"

원재경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묻자 김성식은 약간 찔끔거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예. 훈련소장이 S.B.I.C에서 거액을 넘기고 백신 제조법을 받았다고 했어요."

'젠장. 노아에서는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야?'

원재경은 짐짓 인상을 구기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안절부절 하고 있었다.

S.B.I.C에서 백신 제조법을 넘겨 받을 때 무조건 기밀에 붙일 것을 약속했기 때문이었다.

만약 이 사실이 새어나간다면 분명 S.B.I.C에서 죽이려 들 것이다.

"그럼 이승철이 그걸 찾으려고 본부대에 갔다는 건가?"

"예. 그런데..."

성식이가 약간 뜸을 들이자 원재경이 그를 노려보았다.

"뭐야?"

"아, 그게...노아에 계시는데....모르셨나해서요...."

"....."

그러고보니 아까 자신의 입에서 '노아'에서 왔다고 한 것을 깜빡하고 있었다.

원재경은 속으로 뜨끔했지만 침착하려고 애를 썼다.

"내가 다른 부서에 있어서 그래."

"그렇군요...."

김성식이 자신을 힐끗힐끗 거린다는 것을 느꼈지만 화를 낼 수 없는 노릇이었다.

왠지 화를 내면 자신의 정체가 탄로날 것만 같았다.

만약 자신이 S.B.I.C 사람이라고 하면 경계할 건 뻔하기 때문에 더더욱 티를 내서는 안됐다.

그는 아직 이용가치가 있다.

"어쨌든 생존자 들을 빨리 찾아야겠군."

"왜요?"

"노아에서 그 들을 빨리 데려오라고 난리야. 더는 희생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니까."

"그렇군요."

김성식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뭔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젠장. 보면 볼수록 기분 나쁜 놈이군.'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 나무란다고 원재경이 딱 그 꼴이었다.

"그런데 아까 노아에서 생존자 들을 지키기 위한 규정이 있댔죠?"

"뭐?"

원재경이 살짝 놀래며 물었지만 김성식은 여전히 뭔가 음산한 표정을 지었다.

"노아에서 그런 규정이 있다면 이승철, 그 놈부터 제거해야 하지 않을까요?"

"....."

이건 또 뭔 개소리야?

원재경은 미칠 노릇이었지만, 사실 그게 다 자신이 아까 김성식한테 했던 말 들이었다.

그래서 잠자코 들을 수 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이승철이 생존자 들을 여기저기 끌고 다니면서 위험에 빠트리고 있잖아요. 죽어 마땅한 놈이지 않을까요?"

"......"

네 놈도 만만치 않거든?

라고 소리치면서 원재경은 그의 뒷통수를 날려버리고 싶었지만 꾹 참고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 바람에 김성식은 더욱 신난 표정으로 손가락 관절을 우두득 끊었다.

"좋아. 이승철 두고봐라. 오늘 네 놈의 묫자리는 여기일테니까..."

원재경은 마음 속 깊이 이승철 옆자리에 저 놈도 같이 묻겠노라 다짐했다.

옆에 두면 상당히 위험한 놈인건 분명하다.

그렇게 서로가 딴 생각을 하는 사이 지프는 본부대 근처에 도착했다.

하지만 본부대 앞에는 감염자 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뭐, 뭐야? 저것 들이 어떻게 돌아다니...."

"예?"

원재경이 깜짝 놀라 자기도 모르게 소리치자 김성식 역시 덩달아 놀랬다.

하지만 그게 곧 실수라는 걸 깨달았다.

'젠장, 나도 모르게....'

원재경은 짐짓 표정 관리를 하고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감염자 들을 보니까 나도 모르게 놀라서 그랬어."

"아, 예...."

김성식은 뭔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원재경은 애써 무시했다.

'젠장. 본부대 문을 그렇게 단단히 걸어잠궜는데 벌써 여기로 들어갔다는 건가?'

만약 그랬다면 결과는 딱 하나였다.

하나는 이승철이 이곳에 도착해서 금고를 열어봤던가, 감염자 들에게 죽었던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그렇다면....

"일단 여기서 기다리지. 이승철이 다시 나올 수도 있으니까..."

"네."

그렇게 멀찌감치 차를 주차시키고 안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웅성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원재경은 반사적으로 김성식 머리를 누르면서 같이 고개를 숙였다.

"으윽! 왜 그러세요?"

"조용히 해! 누가 온다."

"예?"

원재경은 손가락을 들어 입에 대었다.

그 사이 웅성거리는 소리는 더욱 크게 들렸다.

그제서야 김성식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숨을 죽였다.

설화와 생존자 들, 그리고 그녀가 컨트롤 하고 있는 감염자 들은 본부대를 향해 가고 있었다.

근처 갓 길에 군용 지프가 서있는 게 보였지만 크게 신경쓰지는 않았다.

"언니. 본부대에 감염자 들이 있는 것 같아요."

예선이는 본부대를 쳐다보며 살짝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네. 그래도 걱정하지마. 내 꼬봉 들이 알아서 잘 할거야."

설화가 찡긋하며 예선이를 안심시켰다.

그녀 말대로 아까 성당에서 부들부들 떨고 있던 감염자 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싸늘한 살기를 뿜어내며 설화 뒤를 따르고 있었다.

사실 예선이는 그게 더 무서웠지만 애써 내색하지 않았다.

"언니, 그래도 좀 피해가고 싶어요."

"왜? 겁나냐?"

"그것보다.... 승철이가 이렇게 감염자가 많은 곳에 왔을까요?"

"그거야 모르지. 이 부대를 다 뒤지지 않는 한...."

예선이의 걱정에 설화도 약간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지금으로서는 별 도리가 없었다.

"아마 여기가 센터이니까 뭔가 중요한 걸 찾으려면 이곳으로 왔을 거야."

"그럴까요?"

예선이가 확신을 하지 못하자 자유가 슬쩍 다가와 그녀의 어깨에 조심히 손을 얹었다.

"승철이 그렇게 쉽게 뒤지는 놈 아니라는 걸 너도 잘 알잖아."

"응?"

예선이가 쳐다보자 자유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내가 그 놈하고 좀 싸워봐서 아는데 역시 군바리 출신이라 잘 싸우더라고."

"맞아. 너같이 비실비실한 놈하고 질이 틀리지."

"으윽! 누나!"

"시끄러, 이 새꺄! 누나 귀 안 떨어졌어!"

"쳇!"

"아니, 그런데 저 자식이!"

설화와 자유가 또 다시 옥신각신 하는 사이 생존자 들은 본부대 근처에 다가왔다.

"어...언니. 감염자 들이 우릴 발견한 것 같아요."

"그러네."

설화는 자유에게 헤드락 걸려는 것을 멈추고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어떡하죠?"

"어떡하긴 뒤지게 패고 한 대 더 패야지."

"맨날 패는 것 밖에 모른다니까."

자유가 궁시렁대자 설화는 가차없이 정강이를 차버렸다.

-퍼억!

"크어헉!"

"자, 내 꼬봉 들. 우리의 실력을 보여줄 때가 왔다. 일단 앞에 선 놈 들 중에 다섯 놈 나와."

설화의 명령에 감염자 5명이 얼음장같은 살기를 뿜어내며 생존자 들 앞에 섰다.

"한 놈당 세 놈을 처리한다. 만약 주어진 임무를 완수 못하면 내 꼬봉의 자격이 없다, 알긋나!"

-크르릉!

그 말을 알아들었는지 감염자 들은 본부대에 군복을 입고 으르렁 거리는 또 다른 감염자 들을 노려보았다.

"좋아! 쓸어버려!"

-크아악!

설화의 명령을 받은 감염자 들은 핏기가 서린 눈을 빛내며 달려들었고, 본부대에 서있던 감염자 들 역시 일제히 달려들었다.

-퍼억!

-쿠에엑!

피는 튀기지 않았지만 서로의 이빨에 물려 뜯긴 감염자 들 사이에서 온갖 살점과 내장 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설화가 컨트롤하고 있는 감염자 들은 기세가 등등했지만 뭔가 우왕자왕 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어떤 놈은 힘없이 나가 떨어지고 있었고, 또 어떤 놈은 아무런 공격없이 무작정 몸으로 달려들기만 했다.

"으윽! 저것 들이 왜 저러지?"

"언니. 혹시 언니가 어떻게 지시를 내려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 그러나?"

설화는 얼른 정신을 집중하고 싸우고 있는 감염자 들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설화의 몸 속에 흐르던 피가 아무런 이유없이 순환을 멈추자 감염자 들의 눈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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