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스트 데드-37화 (37/262)

< -- 37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1_시크릿-X -- >

살아있는 생존자인가?

죽어있는 감염자인가?

일행은 바짝 긴장하면서 아무말없이 50m 전방을 응시했다.

차에서 내린 사람은 키가 땅딸막했는데 검은색 정장을 입고있었다.

"아무래도 남자같은데?"

"아니까 조용히 해."

자유가 소곤거리자 설화가 눈치를 주었다.

그사이 남자는 일행이 있는곳으로 성큼성큼 다가오다가 조용히 멈춰서서 손을 들었다.

차 문 뒤에서 총을 겨누는 걸 발견한 것 같았다.

"그 총.... 육군훈련소에서 가져온건가?"

남자는 다소 거만한 표정으로 일행을 쏘아보았다.

"그건 당신이 알 바 아니고. 정체가 뭐야?"

설화가 차갑게 받아쳤지만 남자는 능글맞은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흐흐. 뭐 서로 같은 생존자 들끼리 이러지 말자구. 모두 각자 목적지가 있는 거 아니야?"

"닥치고 이름이나 불어."

"나 참 어린 것들이...."

남자의 능글맞은 미소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당장 길 비켜."

"누군지 알기 전까지 그렇게 못하겠는데?"

"그래? 그럼..."

남자가 정장 안 주머니에 손을 대자 여기저기 철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 참. 민감하기는... 좋아. 아직 내 이름을 말해줄 수는 없고..."

남자는 정장 앞주머니에서 명함 한장을 꺼내 흔들었다.

"날 정말 쏘고 싶다면 잘 생각해봐야 할거야."

설화가 자유에게 고개를 까닥거렸다.

"아, 왜 또 나에요?"

"맞을래?"

"쳇!"

자유가 투덜거리면서 남자의 명함을 받아 다시 돌아왔다.

"S....B....I....C?"

명함을 받아든 예선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남자는 씩 웃었다.

"노아같은 어설픈 곳보다 훨씬 좋은 곳이야. 생각있으면 가입 하는 게 어때?"

"뭐하는 단체에요?"

"기관이라고 해야할까? 사실 난 너희 들을 잘 알고 있어. 그러니까 총은 잠시 치우라고."

"당신을 어떻게 믿지?"

자유가 경계하자 남자는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너희들 남부지역 생존자 들이잖아. 신예선이 지부장이지만 실질적으로 노아와 접촉하는 건 김성식이지."

"그, 그걸 어떻게...."

"우리는 노아보다 정보를 수집하는 게 빨라. 뭐, 걔네들 하는 짓이야 뻔하지. 이도저도 안되는 해커 들을 모아다가 인터넷으로 세상을 통제하니 어쩌니 설쳐대니까

금방 한계가 드러나기 마련이잖아."

모두가 굳어버린 표정으로 남자를 쳐다보았다.

"다, 당신 도대체 뭐하는 사람이야?!"

"날 이렇게 대하면 좋을 게 없다니까? S.B.I.C는 거대 조직이야. 너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거대하지."

"생존자는 겨우 10만명이에요. 도대체 뭐가 거대하다는 거에요?"

예선이가 따졌지만 남자는 눈썹하나 까딱이지 않았다.

"내가 말했잖아. 너희가 생각하는 것보다 거대하다고. 우리는 시대주위 이데올로기에 얽매이지 않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철저히 준비해왔어."

"시대...주의 이데올로기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그래. 민주주의, 사회주의같은 모순이 심한 이데올로기에 얽매이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게 우리의 최종 계획이지."

"도대체 그게 무슨 개소리야? 그럼 당신은 예전부터 무정부주의자라도 ㅤㄷㅚㅆ다는 건가?"

"뭐, 생각하기 나름이야. 하지만 이거 하나는 장담하지. S.B.I.C는 인간의 본질에 대해서 철저하게 연구한 기관이라 처음에 익숙하지 않겠지만

결국 너희 들도 곧 S.B.I.C의 방식을 존중하게 될거야."

"으윽. 젠장! 골치 아픈 아저씨네."

자유는 풍성한 파마 머리를 북북 긁으면서 예선이를 쳐다보았다.

"뭔지 잘 모르겠지만.... 지금 우리 들이 알지 못하는 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거네요?"

"그래. 그러니까 너희들도 빨리 줄을 갈아타는 게 좋을 거야. 이제 곧 S.B.I.C에서 중대한 발표와 함께 세상을 뒤집을 일을 할거거든."

"......"

"난 너희 들에게 밝힐 건 다 밝혔어. 그러니까 바쁜 사람 붙잡지말고 얼른 비켜. 안 그러면 나중에 험한 꼴 당해도 안 도와줄거야. 난 인연에 그렇게

약하지 않거든."

남자는 이번에 단호한 목소리로 일행 들을 협박하자 자유가 얼른 예선이와 설화의 팔을 잡아 끌었다.

"어떡하죠? 저 남자 말이 사실일까요?"

"글쎄.... 내가 보기에는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아. 예선이 네 생각은 어때?"

"글쎄요.... 언니 말대로 저 남자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에요. 뭔가 앞으로 닥칠 일 들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게 심상치 않다는 걸 우리에게 경고하는 것 같아요."

"젠장! 생긴것만 보면 사기꾼같이 생겼는데...."

"일단 보내주죠. 지금 우리한테는 별 해꼬지는 안할것 같아요."

"하지만..."

설화가 단번에 반대할 심산이었지만 예선이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저 남자를 어떻게 할수는 없어요."

"그럼 그냥 죽여버리자."

"그건 안돼요!"

예선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설 정도로 그건 안될 방법이었다.

저 남자의 정체를 아직 잘 모른대다가 말만 들어도 뭔가 심상치않은 기관에 소속 되어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더욱 중요한 것은 저 남자가 일행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즉, 상대가 나를 알기 때문에 쉽게 움직일 수는 없었다.

"나중에 어떻게 되던지간에 일단 보내야 해요. 우린 아직 승철이와 성식이를 찾지 못했잖아요."

"성식이 그새끼 이야기는 하지마."

"....."

자유가 짐짓 무서운 표정으로 경고하자 설화가 슬쩍 깜짝 놀란 것 같았다.

아무래도 희희낙낙 떠들기만 할 줄 알았던 철부지 자유가 느닷없이 정색을 한 탓이었다.

차마 예선이가 충격을 받을까봐 성식이가 무슨 짓을 했는지 이야기 하지 못했었다.

"너 갑자기 왜 그래?"

"어이! 할 말 다 끝났나? 고속도로 전세낸게 아니라면 얼른 비키라고."

남자가 재촉하자 예선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보내주죠. 하지만 당신 이름은 꼭 알아야겠어요."

남자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이내 포기한 표정을 지었다.

"좋아. 내 이름은 원재경이다. 됐지?"

결국 일행은 남자의 이름을 듣고서야 양갈래로 갈라섰다.

남자는 천천히 세단을 몰고오다가 설화 앞에 멈춰서서 창문을 열었다.

"어디서 본듯한 얼굴이군."

"난 댁같은 늙어빠진 불독은 본적이 없는데?"

"크큭. 말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널 산채로 잡아다가 내 애완견으로 키울 수도 있으니까."

"이 거지같은...."

남자의 비릿한 미소에 설화가 울컥했지만 예선이가 그녀의 팔을 꽉 붙잡았다.

"그럼 잘 들 해보라고, 귀여운 친구 들."

남자가 탄 세단이 멀어지자 설화가 거칠게 총을 내던졌다.

"저 새끼 꼭 내 손으로 죽여버릴거야."

"언니...."

"에효. 난 우리 승철이가 뭐하고 있는지 확인해야겠다."

예선이는 어쩔줄 몰라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자유는 이어폰을 다시 꽂고 노트북을 들었다.

아까 갑자기 접속이 끊겼을 때 설화가 기어코 문을 반 부수고 나오는 바람에 재접속을 하지 못했다.

다행히 성식이가 누군가의 총에 맞아 쓰러지고 승철이가 살아있다는 것까지는 확인했다.

"응? 이거 왜 이러지?"

하지만 이어폰에서는 심한 잡음만 들렸고 모니터에는 노이즈만 발생될 뿐이었다.

그 모습을 본 지혁이가 이것저것 만져봐도 상황은 똑같았다.

"어때? 승철이 어디있는지 알겠어?"

"통신이 안돼....."

"뭐?"

"잠시 연락을 끊은 거 아니야?"

설화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지만 예선이의 얼굴은 이미 핏기가 사라져버렸다.

게다가 자유가 눈치없이 이런 말까지 하자 예선이는 이제 머리속까지 하얗게 변해버렸다.

"승철이가 무슨 일이 있어도 이어폰은 안 끊댔어요."

"차, 찾아야 해. 당장!"

"그래, 얼른 준비하자."

결국 일행은 모두 차에 올라타 육군 훈련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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