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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데드-33화 (33/262)

< -- 33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1_시크릿-X -- >

"아이씨, 실전 훈련 안 받은지도 6개월이 지났는데...."

"그래도 기본 바탕은 있을 거 아니에요. 조금만 힘내요."

"씨잉!"

나와 정중위는 안간힘을 쓰며 벽을 타고 내려왔다.

내 예상대로 소화전 안에는 소방호수가 길게 말려있었다.

"넌 어떻게 소방 호수를 붙잡고 여길 내려갈 생각을 했냐?"

"살려면 뭔 짓을 못하겠어요? 전 살아있는 뱀도 잡아먹어요."

"정말이야?"

정중위가 정말 깜짝 놀라면서 되묻자 괜히 내가 무안해졌다.

도대체 저 순진함의 끝은 어디란 말인가?

-쿠에엑!

내가 먼저 내려오고 정중위가 이제 막 땅에 발을 내딛는 순간, 어떻게 알았는지 워커 들이 우리를 발견하고 달려오기 시작했다.

"확실히 군인 들이라서 달려드는 게 남다르네요."

"지금 농담할 때야? 어서 죽여!"

"총 쏘면 다른 놈 들이 몰려와요."

"그럼 어떡해?"

"뭘 어떡해요? 총검술로 맞서야지."

"아이씨! 나 팔 아픈데..."

"....."

뭘 투정할 걸 가지고 투정해야지.

정말 어이가 없구만.

"자요, 대검."

"이건 또 어디서 챙겼냐?"

"31사단에서요."

더 이상 설명할 시간이 없어 짧게 대답하고 총구에 대검을 장착했다.

이러다 정말 총검술에 달인이 될지도 모르겠다.

"좋아 어떤 놈부터 꼬챙이로 만들어줄까?"

나에게 침을 흘리면서 좋다고 달려드는 놈 들 중 맨 앞에 놈은 병장이었고, 뒤에 놈 들은 중사와 상사였다.

"신중사님...."

예전부터 안면이 있었는지 정중위는 신음을 내뱉으며 울상을 지었다.

"지금은 옛 정을 생각할 때가 아니에요."

"그래, 알았어."

다행히 신중사가 병장을 따돌리고 나에게 먼저 달려들었다.

신중사는 보기보다 덩치가 우람해서 상대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마음이 흔들려있는 정중위보다 내가 상대하는 게 나았다.

"흐압!"

기합 소리와 동시에 길게 대검을 내지르자 신중사가 팔을 들어 막았다.

그 사이 병장이 나에게 달려들어 목덜미를 물려고 하는 바람에 나는 총을 버리고 몸을 뒤로 빼는 수 밖에 없었다.

"젠장, 총 뺏겼네."

내가 투덜대는 사이 약간 나이들어 보이는 상사가 정중위에게 달려들었다.

"엄마!"

정중위는 '엄마'를 외치면서 총을 한번 크게 휘둘렀다.

-크아악!

의외로 엄마의 효과가 있었는지 목이 반쯤 떨어진 상사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중심을 잃고 이리저리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이건 기회였다.

나는 인정사정 볼 것 없이 그대로 날라가서 두발로 상사의 머리를 걷어차버렸다.

-데구르르...

목이 떨어진 상사의 육체는 술취한 사람처럼 이리저리 떠돌다가 풀밭에 쓰러져 버렸다.

하지만 머리가 떨어진 놈은 핏기 세운 눈으로 우리를 계속 노려보았다.

"어머님 은혜가 강동 팔십리네요."

"...."

정중위는 어리둥절하며 자신의 대검 끝을 살펴보았다.

아직 자신이 뭘 어떻게 했는지 잘 모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었다.

자신의 팔에서 대검을 뽑아낸 신중사가 나를 향해 달려들었기 때문이었다.

"이걸 써!"

정중위가 나를 향해 자신의 대검을 던졌다.

난 그것을 받아 기회를 노려 어떻게든 목을 찌르려고 했다.

-쿠아악!

"젠장!"

하지만 놈이 너무 빨리 팔을 휘두르는 바람에 나는 얼른 고개를 숙일수 밖에 없었다.

"괜찮아?"

"네, 어떻게든요...."

만약 조금만 타이밍을 못 맞췄더라면 내 머리가 날라갈뻔 했다.

왠지 아지트에서 봤던 시크릿-X 감염자와 상대하는 기분이었다.

"도와주리?"

"그걸 말이라고 해요?"

"어, 어 야 너 뒤에!"

갑자기 정중위가 내 뒤를 손가락질하며 악을 질러댔다.

난 뒤를 돌아볼 틈도 없이 얼른 고개를 숙였다.

-쿠아악!

전혀 생각지도못한 공격에 잠시 당황했지만 얼른 정신을 차리고 병장의 다리를 걷어차버렸다.

-쿠엑!

병장은 순식간에 나가 떨어져버렸고 다시 신중사가 나에게 달려들었다.

이거 왠지 나만 몰아서 당하는 것 같잖아!

"내 총!"

그때, 세 걸음 떨어진 곳에서 내 총이 보였다.

하지만 그게 오히려 위기를 자초했다.

나에게 달려들던 신중사가 이번에 두 팔로 나를 아예 안아버린 것이다.

-우드득!

"우왁!"

무슨 전생(?)에 럭비선수였는지 팔 힘이 장난이 아니었다.

만약 이대로 1분간 더 있는다면 내 허리가 반으로 접힐 판이었다.

-철컥!

온 몸이 으스러질 듯한 고통 속에 내 머리 위로 쇠판 같은 게 얹혀진 느낌이 들었다.

겨우 고개를 들어 그게 뭔지 봤는데 소총이었다.

"죄송해요, 신중사님...."

울먹거리는 정중위 목소리에 흐릿해져가던 정신이 점점 말짱해지는 느낌이었다.

동시에 신중사의 팔이 느슨하게 풀리자 나는 영문을 따질 틈도 없이 얼른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러자 막힌 숨이 탁 트이기 시작했다.

"신중사님이 절 많이 챙겨주셨는데....흑흑...."

겨우 숨을 돌리고 어찌된 영문인지 고개를 돌리자 놀라운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정중위가 대검이 장착된 내 소총을 주워서 신중사 입 안에 박은 것이다.

얼마나 힘을 줘서 찔렀는디 대검 끝이 목덜미 뒤로 튀어 나와있었다.

-우와악!

신중사는 온 몸을 바둥바둥 거리면서 빠져 나오려고 했다.

하지만 단단하게 박힌 대검은 좀처럼 쉽게 빠져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신중사님을 안식의 길로 인도하려면 이 방법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더 이상 고통받지 마세요. 흑흑.... 중사님도 이런 모습 원하지 않으시잖아요."

"...."

나는 차마 말릴 수가 없었다.

-탕!

단 한발의 총소리와 함께 신중사의 얼굴 절반이 곤죽이 되어버렸다.

"으흑!"

정중위는 고개를 돌리고 있었지만 총알에 분해된 살점과 뇌수가 온통 머리로 튀어버렸다.

"우엑!"

그 냄새가 역겨웠는지 정중위는 무조건 토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렇게 넋놓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총소리를 들은 놈 들이 하나 둘 본부대 입구에서 빠져나와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다가 우리를 발견해 버린 것이다.

"미안하지만 지금 이럴 때가 아니에요. 어서 도망가야해요."

"으으...."

정중위는 거의 페닉 상태에 빠져 있었다.

반쯤 풀린 눈으로 침을 질질 흘리면서 나에게 거의 끌리다시피 끌려왔다.

-쿠에엑!

군복을 입은 감염자 들이 우리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광주에 있던 놈 들은 피를 뒤집어 쓰고 막춤을 춰도 걸어왔는데 이 놈 들은 도대체 뭘 먹어서 힘 들이 남아도는지 모르겠다.

"자, 빨리 차에 타요."

나는 정중위의 허리를 안아 지프에 구기듯 밀어넣었다.

그리고 얼른 번넷 위를 굴러서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었다.

"빌어먹을!"

아무래도 군대 지프 연식이 오래되었기 때문에 시동이 잘 걸리지 않았다.

그 사이 감염자 들이 더욱더 몰려들기 시작했다.

"제발 걸려라....제발...."

아무리 열쇠를 돌려가면서 시동을 걸었지만 지프가 꿈쩍을 하지 않았다.

하는수없이 이번에 안 걸리면 도망가자는 생각을 하고 열쇠를 힘껏 바깥쪽으로 돌렸다.

-부르릉!

"아휴...."

다행히 위태롭게 지프의 시동이 걸렸고, 나는 지체없이 악셀레이터를 힘껏 밟았다.

만약 내가 무쏘 스포츠를 몰지 않았다면 수동 운전은 절대로 못했을 것이다.

-부아아앙!

우리가 탄 지프는 거의 탱크나 다름없었다.

별로 육탄전을 벌일 생각은 없었지만 번넷 위로 튀어오르는 놈 들은 하나 둘씩 땅바닥 아래로 다시 굴러 떨어졌다.

어떤 놈은 잘못 떨어져서 지프 바퀴에 깔린 놈도 있었다.

"젠장! 좀 빠져 나가자!"

기어는 4단까지 올라가있고 시속은 이제 막 60km를 넘기 시작하자 그제서야 놈 들은 우리를 추격하는 것을 포기했다.

그렇게 우리는 겨우 겨우 연무대 끝자락에 있는 23연대 연병장 안으로 차를 세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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