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1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1_시크릿-X -- >
"준비는 됐어요?"
정중위는 침을 한번 꿀꺽 삼킨 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시작하자."
"그럼 침흘리는 놈 들부터 시작하죠."
"좋아."
나와 정중위는 두 세 걸음 물러서서 총알을 장전했다.
둘이 군인 출신이다 보니 총을 다루는 솜씨가 능숙하다.
"탄약 1발 장전!"
정중위는 큰소리로 힘차게 구호를 외쳤다.
아무래도 긴장감을 해소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
"발사!"
-타당탕!
정중위의 구령에 맞춰 총소리가 울려퍼졌다.
너무 조용한 곳에서 사격을 해서 그런지 평소보다 소음이 심한것 같았다.
"...."
5분쯤 지났을까?
나와 정중위는 총구를 내리고 주위를 살폈다.
문 앞에 매달려 있던 놈 들은 죽이 된체 유리창에 미끄러져 있었다.
"우욱!"
정중위가 갑자기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조용히 그녀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괜찮아요?"
"으, 응."
"논산은 비교적 괜찮았나 보네요. 제가 살았던 광주에서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 했는데..."
"지금 그거 도발하는 거지?"
정중위가 노려보자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에이, 설마요. 제가 뭐하러 그러겠어요?"
"칫!"
정중위는 나를 쏘아본 후 앞으로 걸어가 자물쇠로 잠긴 물을 풀기 시작했다.
으음...내가 너무 자존심을 긁었나?
"아무도 없어."
"그래요?"
문을 아직 열지 않았지만 별 반응이 없는 걸 봐서는 놈 들은 1층에 없는 모양이었다.
"들어가자."
"예."
조용히 문을 열자 아까 총알에 죽이 된 놈 들이 차례대로 앞으로 쓰러졌다.
정중위는 최대한 고개를 내리지 않았지만 역겨운 냄새를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
"으으....."
"괜찮으니까 토해요."
"토하는 거 아니니까 괜히 오버하지마."
저기, 오버하는 건 정중위 당신 같은데...
어찌되었건 우리는 1층 복도를 샅샅히 뒤진 후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중앙 계단 앞에 섰다.
"의외로 깔끔한데요?"
"그럴리가 없는데...."
정중위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복도 이쪽저쪽을 힐끗거렸다.
"생각보다 별로 없어요?"
"응. 본부대에 근무하는 인원만해도 50명이 되는데 아까 정문에서 본 놈만 3명이 전부였잖아."
"아직 긴장을 늦추지 마요. 2층에 뭐가 있을지 모르니까..."
"그렇긴 한데...."
정중위는 다시 양 복도를 힐끗거린 후 중앙계단을 천천히 오르기 시작했다.
"일단 훈련소장님 집무실로 가자. 여기서 머뭇거려봤자 득이될건 없으니까."
"...."
나와 정중위는 빠르게 중앙계단을 올라갔다.
대한민국 학교, 공기업, 군대 건물 들의 특징은 중앙계단을 중심으로 양 복도가 펼쳐져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복도에서 어슬렁거리는 몇 놈을 처치한 후 훈련소장실 앞에 서있을 수 있었다.
"너무 싱겁네요."
"그러긴한데 왠지 좀 불안한데?"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자고요. 일단 들어가봐요."
"그래..."
정중위는 주머니를 뒤져 열쇠꾸러미를 꺼내더니 훈련소장실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우와... 넓다."
나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훈련소장 집무실은 생각보다 훨씬 넓었다.
탁트인 집무실 안에는 온갖 화분 들이 늘어져 있었지만 오랜 시간 관리를 하지 않은 탓에 식물 들이 모두 시들어버렸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금고는 어디있죠?"
"글쎄... 내 기억으로는 여기 어디쯤이었는데...."
정중위는 벽 한구석을 여기저기 더듬더니 어느 한곳을 주먹으로 두드렸다.
-통통통!
"들었지? 이곳이 비었어."
정중위는 손가락으로 V를 그렸다.
그녀 말대로 콘크리트로 만든 벽 한구석에 얇은 판자가 덮혀 있는 것 같았다.
"어떻게 꺼내죠?"
"총을 갈기면 좋겠지만 발로 몇번 차면 될 것 같은데?"
"그럼 발로 차보죠."
"그래."
정중위와 나는 서로 번갈아가면서 판자로 덮힌 벽을 사정없이 차댔다.
처음에는 꿈쩍도 안할 것 같은 벽이 점점 패이는 것을 봐서는 금방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
"얼마 안남았으니까 개머리판으로 쳐보자,"
"그래요."
정중위와 내가 개머리판으로 벽을 몇 번 치자 곧 우지끈 소리가 들리면서 벽 한구석이 일그러졌다.
"됐다!"
정주위가 판자를 치우자 정말 그곳에는 금고가 튀어나왔다.
놀랍게도 금고는 다이얼이 아닌 키패드형식이었다.
"그런데 비밀번호는 알아요?'
"신부님이 한 말 기억안나?"
"예?"
정중위는 혀를 끌끌차더니 입을 열었다.
"오바드야의 환시.....하바쿡의 예언자....프투엘의 아들 요엘....."
"그건 신부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했던 유언.,..."
"그래. 그게 바로 금고 비밀번호야."
정중위는 금고 키패드를 천천히 살펴보더니 7부터 누르기 시작했다.
"구약성경 21절 첫 문장 오바드야의 환시, 56절 하바쿡의 예언자, 73절 프투엘의 아들 요엘....즉, 비밀번호는 215673이지."
정중위는 차근차근 키패드 6자리를 눌렀다.
-삐비빅!
놀랍게도 금고 문은 쉽게 열렸고 정중위는 들뜬 얼굴로 금고 문을 열었다.
"이, 이건..."
"설마..."
우리는 금고 안을 보고 믿을 수 없었다.
최소한 내가 예상했던 서류뭉치라던가 두꺼운 책 한권이 들어있지 않았다.
금고 안에는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검정색 가죽으로 만든 다이어리 한권이 달랑 놓여있을 뿐이었다.
"이, 이게 다에요?"
"나도 몰라..."
정중위 역시 벌겋게 상기된 얼굴을 감추지 못하며 다이어리를 조심스럽게 펼쳐들었다.
"뭐야, 이게 다야?!"
정중위는 소리를 지르면서 다이어리를 내팽겨쳤다.
"도대체 뭐길래...."
난 그것을 주워들어서 다이어리를 살펴보았다.
"늘 앞서가는 자여...막대기만을 보라. 그리고 오바드야, 하바쿡의 예언자, 요엘을 그곳에서 찾아라....?"
"무슨 수수께끼하는 거야? 지가 이런 상황을 겪어보기나 했어?! 젠장!"
"그만하고 얼른 생각해봐요. 이게 뭘 뜻하는지..."
"뭘 생각해. 그곳은 23연대야. 그럴 수 밖에 없다구."
정중위는 쇼파에 털썩 주저앉아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쥐었다.
"오바드야...하바쿡....요엘....도대체 23연대에서 이 사람들을 어떻게 찾으라는 거지?"
"나도 몰라..."
그렇게 10분이 지나자 나 역시 지쳐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늘 앞서가는 자는 무슨 뜻일까? 설마 우리가 오는 것을 미리 알고 계신걸까?"
정중위는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지만 별로 신빙성은 없었다.
"마치 퀴즈같아요. 늘 앞서가는 자여....막대기만 보라....이게 무슨 뜻일까요?"
"모르겠다. 막대기...막대기...무슨 일병, 이병 계급도 아니고..."
정중위는 대는되로 말하고 있었지만 순간 내 머리속에 뭔가 번뜩였다.
"설마!"
"왜, 왜? 뭘 알아냈어?"
"이제 알 것 같아요. 소장님이 내신 이 수수께끼의 답을."
정중위는 무슨 말이냐는 표정으로 쳐다보았지만 난 자신있는 미소를 지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