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3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1_시크릿-X -- >
-콰직!
성식이는 놈 들의 머리를 지근지근 밟고 있었다.
이미 썩어버린 뼈와 살점은 모래성처럼 힘없이 으깨져버렸고 뇌수는 죽처럼 흘러내렸다.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은 상황이었다.
마치 자신만 빼고 모든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것만 같았다.
도대체 예선이는 그 놈이 뭐가 좋다고 감싸고 도는 걸까?
"성식아..."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불렀을 때 성식이는 고개를 돌려야 할지, 자신의 행동을 변명해야할지 몰랐다.
하지만 그정도의 이성을 되찾을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왜?"
"너한테 말할게 있다."
"말해."
목소리만 들어도 누군지 알것 같았다.
하지만 뒤돌아보지않고 그대로 서있었다.
그게 나을것만 같았다.
"일단 1톤 트럭에 우리가 쓸 무기는 다 실었다. 총 12자루랑 탄피 680발, 수류탄 30개, 대검 30자루 있더라."
"그래서?"
"너랑 내가 그걸 운반해야돼."
"네가 대장이니까 알아서 해."
"......"
성식이는 방금 밟으려고 한 놈의 머리를 세게 걷어차버렸다.
"아, 그리고 나 혼자 갈거야. 너는 따로 가."
"성식아. 제발...."
"그만해라. 여기서 더 험난한 꼴 당하기 싫으면."
성식이는 일방적으로 말을 끊고 성큼성큼 다른 곳으로 사라져버렸다.
예선이는 아까 자신이 한 말을 뒤늦게 후회하고 있었다.
아파트 밖으로 나오자마자 온갖 비린내가 코를 강하게 자극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눈으로 보는 모든 것들은 그닥 즐거운 것들이 아니었다.
"아직도 이것 들이 역겹지?"
설화는 예선이 어깨를 다독거렸지만 그건 엄연히 비꼬는 말이었다.
"천만에요. 이런것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예선이는 설화의 손을 치우고 당당하게 앞으로 나갔다.
하지만 한걸음 한걸음 내디딛일수록 속이 뒤집어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예선이 눈에 차마 못볼 장면이 보이고 말았다.
"우엑!"
성식이가 놈 들의 머리를 지근지근 밟고 있는 것을 제대로 본것이다.
"햐~ 저 놈 아주 성격 더러운 놈이네."
어느새 설화가 다가와 예선이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걍 토하고 싶으면 토해. 나도 정신차리고나서 인육 먹은것 때문에 일주일동안 토했으니까."
"....히, 힘들어요."
"이 꼬라지를 보고 안 힘든 인간이 어디있냐? 그래도 넌 강한 거다. 대부분 사내 새끼 들은 손가락 잘린 것만 봐도 난리 부르스야."
"풉...."
예선이는 온 몸에 힘이 빠졌지만 왠지 모르게 괜히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래. 웃어라. 이런 미친 세상에 너만 정상이면 그게 또 이상한 거다."
"고마워요, 언니."
"뭐가?"
"그냥 언니가 좋아서요."
"싱겁기는...얼른 그 놈한테 가보자."
"네."
예선이는 설화의 부축을 받으며 겨우 그 검은 정장 입은 사내 앞에 설 수 있었다.
그 놈은 목이 부러진체 얼굴이 등으로 돌아가 있었다.
"으음.... 확실하군. 시크릿-X 감염자야. 여기 팔뚝에 찍힌 낙인이 바로 시크릿-X를 상징하는 거지."
설화는 자신의 오른쪽 팔뚝을 걷어올려서 문신처럼 새겨진 낙인을 보여주었다.
예선이는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낙인을 조심스럽게 살펴보며 입을 열었다.
"시크릿....X요?"
"시크릿-X 몰라?"
"예. 처음듣는 말인데요..."
"에휴...또 너한테 설명을 해줘야 하나."
설화는 한숨을 푹 내쉬면서 또 한번 시크릿-X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
하지만 예선이 역시 승철이처럼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지었다.
"왜? 너도 믿기 힘드냐?"
설화는 설명을 다 끝내고 게슴츠레 쳐다보자 예선이가 얼른 정신을 차리고 손사래를 쳤다.
"아, 아니요! 믿어요. 하지만...."
"하지만 뭐."
"언니가 그런 험한 일을 당했으리라고는...."
"아, 애써 위로 안해줘도 돼. 난 내 인생 이미 포기했으니까."
"미안해요. 언니 아픈 과거를 말하게 해서..."
예선이가 정말 미안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자 설화가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됐다니까. 그보다 이 자식 어떻게 할건데?"
"아, 일단 신체 내부를 들여다봐야 할것 같아요. 혹시 인간과 구조가 다를 수 있으니까요."
"그래? 그럼 나부터 해부 해보는 게 어떨까? 나도 이 놈과 같은 부류지만 생각을 할 수 있잖아."
"....언니...."
예선이가 거의 울먹이자 당황한 설화는 얼른 두 손을 들었다.
"하하, 장난이야 임마."
"그런 장난치지마요. 저 이제 언니가 좋아지려고 한단 말이에요."
"으윽. 동성끼리 그러지말자.아무튼 시크릿-X 바이러스가 이 자식 몸 어딘가에 숨어있을지 모르니까 조심해야 할거야."
"시크릿-X가 육안으로 확인이 되나요?"
"으음. 처음 박테리아일 때는 거의 미크론 단위(기호는 μ. 1 미크론은 1mm의 1/1000)만큼이지만 인간의 몸에 기생할 때는 숙주상태로 돌연변이가
될 가능성이 있어."
"흐음...."
예선이는 자신이 알고 있던 의학상식을 가지고 이 남자를 해부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시크릿-X가 무엇인지도 모를 뿐만 아니라 인간과 그 근본적인 구조자체가 달랐다.
"그렇다면 거기까지 갈 동안 장기보다 팔, 다리 근육과 혈관을 먼저 살펴 봐야할 것 같아요."
"거기?"
"예. 경기도 용인에 한국에서 가장 큰 바이오센터가 있거든요. 거기에 최첨단 장비 들이 많아요."
"호오."
"일단 냉동차에 옮기죠."
"그럽시다."
두 여자는 놈의 팔 다리를 각각 붙잡고 힘겹게 질질 끌고와서 냉동차에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