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9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1_시크릿-X -- >
-끼이익!
아파트 입구에 도착한 우리는 얼른 차에서 내려 상황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주위는 칠흙같이 어두웠고 조용했다.
꼭 무슨 일이 있냐고 우리에게 되묻는듯 했다.
"조용한데?"
"아직 안심하지마."
자유는 어깨까지 치켜든 총을 내리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긴장을 끈을 놓칠 수가 없었다.
오히려 이런 조용한 상황이 더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르릉!
아니라다를까 담식이마저 코를 몇번 킁킁거리더가 으르렁거리자 모두가 다시 무기를 치켜들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모르겠어. 하지만 낌새가 좋지않아."
"그러지말고 차 라이트를 다 켜보는 게 어때?"
"그게 좋겠어요."
나는 얼른 운전석으로 달려가 전조등을 모두켰다.
그러자 전방 100m 정도는 흐릿하게 보이긴 했다.
우리는 그 익숙치 않은 빛에서 주위를 샅샅이 ㅤㅎㅜㅌ어보았다.
"이, 이건..."
주위에는 갈기갈기 찢겨진 시체 들이 도로 위 낙엽처럼 처참하게 널부러져 있었고, 꼭 폭격을 맞은것처럼 아파트 건물 몇 동이
앙상한 뼈대를 드러냈다.
"제, 젠장. 이게 다 뭐야?"
"끔찍하네....."
자유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떨렸다.
나 역시 온 사지가 부들부들 떨리고 믿기지 않지만 지금 눈앞에 펼쳐진 상황은 모든 것을 그대로 말해주고 있었다.
"플랜 A를 실행한 거야."
"......"
나와 자유는 예선이가 이런 극단적 조치를 내렸다는 것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결국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니 말이다.
"플랜 A가 뭔데?"
"플랜 A는...."
누나의 질문에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겨우 마음을 진정시켰다.
"플랜 A는 노아에서 지침으로 내려준 아주 극단적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시행하는 일종의 작전같은 거에요."
"작전? 노아에서 작전을 짜주는 거야?"
"네."
"신기하네. 도대체 어디에 있는 곳이길래 작전까지 짜주는 거지? 마치 야전사령부와 비슷한 것 같은데?"
"노아는 스위스에 본부를 두고있기 때문에 모든 것을 인터넷으로 통제하고 있어요. 국가처럼 세금을 걷고 법을
세우는 건 아니지만, 생존자 들의 생존을 일일히 챙겨줄 수 없으니 생존 지침을 연구해서 배포하고 있죠. 그 중에 놈 들과
맞설 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을 고안해냈어요."
내가 숨을 고르기 위해 잠시 말을 멈추자 이번에는 자유가 입을 열었다.
"플랜 A는 쉽게 말해 너 죽고 나 죽자라는 작전이에요. 누가 어떻게 희생될지 아무도 모르죠."
"그렇군..... 이 아파트 구조를 언뜻 봐도 배수진 구조라 그런 작전을 펼치기에는 안성 맞춤이네."
누나 말대로 우리 아지트는 8층짜리 건물이 2열로 15동씩 배치된 구조라 정문에는 입구가 있고 후문에는 사람만 드나들 수 있는 쪽문이 있었다.
만약 후문에 차가 지나다닌다면 말 그대로 아파트 단지 한가운데 도로가 뚫리게 되는 격이라 일부로 그렇게 해놓은 것이다.
실제로 이곳에 살던 주민 들은 도시 외곽 산 중턱에 지어진 것 때문에 말 들이 많았지만, 결국 바이러스가 퍼진 후에는 천연 요새가 되어 아파트
주민 대다수를 지켜낼 수 있었다.
그런데 여기 살던 주민 들이 조금 더 신중했더라면 그 후에 이 아파트에서 절대로 벗어나서는 안ㅤㄷㅚㅆ다.
물론 언론에서 최대한 남쪽으로 피신하라고 하지 않았다면 그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떠벌리기 좋아하고 뒷수습에 약한 대부분의 우리나라 언론의 행태를 보면 이미 예상된 사태나 다름없었다.
아무튼 이 아파트는 우리 생존자 들이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안전한 장소였고, 우리가 이곳에서 벗어나지 않은 이상 놈 들과 부딪힐 일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오늘 일을 예상해보건데 놈 들은 분명히 단체로 이곳에 쳐들어 온게 분명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더욱 섬뜩한 건, 놈 들이 이곳을 알아냈다는 것과 예전과 달리 본능에 충실하지않고 단체로 몰려왔다는 점이었다.
아까 우리가 그 놈들 소굴을 뚫고 나올 때도 느낀거였지만 놈 들은 분명 예전과 확실히 달라져있었다.
"저기 뭔가가 온다!"
갑자기 자유가 전방으로 총구를 겨누면서 소리치자, 우리 모두 총을 겨누었다.
-그르릉!
예상대로 놈 들은 천천히 우리에게 다가왔다.
-탕!
나는 망설임없이 방아쇠를 당겨 한 놈을 쓰러트렸다.
-탕탕!
자유와 누나도 방아쇠를 당겨 놈 들을 하나 둘 쓰러트리기 시작했다.
"분명 저 뒤에 우리 애들이 있을 거야. 반드시 저곳으로 가야되."
"하지만 수가 너무 많아."
"그렇긴 하지만 정면 돌파 이외에는 방법이 없어."
"......"
내 머릿속에는 온통 우리 생존자 들 생각뿐이었다.
다 들 살아있을까?
하지만 놈 들은 아파트 입구에서 꽤나 멀어진 곳에 있다가 태연하게 다시 나오는 중이었다.
설마 모두 들....
'젠장! 아닐 거야! 아닐 거라고!'
상상도 하기 싫은 끔찍한 생각에 나는 몸서리쳤지만 자꾸 밀려오는 죄책감을 어떻게 막을 수가 없었다.
생각해보면 이 모든 사태가 나때문에 벌어진 일인 것만 같았다.
모두의 만류를 뿌리치고 홀로 개인 행동을 했으니 말이다.
게다가 나랑 자유가 가져간 무기만 하더라도 만만치 않은 양이었다.
"응? 쟤네 들 왜 그래?"
누나가 사격을 멈추고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놈 들을 응시하자 나와 자유도 고개를 들었다.
놈 들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양 끝으로 물러서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그 모습은 모세의 기적과 흡사했다.
모세가 홍해를 건너기 위해 지팡이를 내리쳐서 바다를 가른 것처럼 놈 들이 일사불란하게 좌우로 늘어선 것이다.
그리고 몇 분의 시간이 지난 후, 그 무리 들 속을 당당히 걷는 의문의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남자는 다른 놈 들과 다르게 말쑥한 검은 정장을 입고 머리까지 뒤로 넘긴 차분하게 생긴 신사였다.
하지만 회색빛이 감도는 피부색이라던가 얼굴 중앙에 깊게 패인 상처와 초점을 잃은 눈동자는 그가 완전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고 있었다.
"인....간....이....여."
내 멀쩡한 두 귀를 의심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 남자는 아주 느리지만 정확한 발음을 내뱉었다.
우리는 그 소리에 놀라 자신들도 모르게 총구를 내려놓았다.
하지만 그 남자의 다음 말에 다시 총구를 올릴 수 밖에 없었다.
"우...리...는...너...희...의....고...깃....덩...어...리...와...피...가...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