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0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1_시크릿-X -- >
"야, 승철아. 너는 저 여자 말 다 믿냐?"
"글쎄....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누나 말이 다 맞는 것 같다."
"하긴...."
저녁 노을이 시뻘겋게 하늘을 물들일 무렵....
나와 자유는 선선한 저녁 바람을 쐬며 맞담배를 피웠다.
"그런데 누나가 그런 사람이었다니, 나 참..... 정말일까?"
"내 목에 칼을 겨눈 솜씨가 보통은 아니었어. 게다가 미국의 기밀 프로젝트네, 뭐네 하는 것을 보면 그 자리에 있었던 게 이해도 되고....."
"그런데 저 여자도 참 대단하다. 어떻게 맨 정신으로 저 놈들 사이에 있을 수 있었을까?"
자유는 난간 아래를 슬쩍 쳐다보며 고개를 살래살래 저었다.
확실히 빛이 사라지고 어둠이 짙게 깔리자 워커 들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내 생각엔...."
잠시 내 머릿속에 누나가 한 말이 생생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평생을 사람답게 살지 못했어. 저 놈들 사이에 있다고해서 내 삶이 얼마나 더 불행해질 수 있겠어.'
확실히 누나는 모든 것을 포기한 눈빛이었다.
우리한테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누나의 이야기는 누가 들어도 도무지 상상하기 힘든 삶이었다.
"응? 니 생각이 뭐?"
"아, 아냐. 그냥 딴 생각 좀 하고 있었어."
"뭐야...."
그렇게 서로 아무말없이 담배를 피우다가 불이 다 꺼져갈때 쯤에 자유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런데 앞으로 어떻게 할거냐?"
"뭘?"
"그냥 뭐 이것저것. 사실 난 저 여자 말 100% 다 믿는 건 아니야."
"그럼 네 생각은 어떤데?"
"일단 예선이하고 상의를 해봐야 될 것같아. 우리가 패거리 집단에서 잠시 나오긴 했어도.... 어쨌든 우리 식구 들이잖아."
"......."
우리 패거리는 단 10명이다.
노아에서는 한국 남부지역센터라고 공식 명칭까지 내리면서 전라도 지방 생존자 들의 집합소라고는 하지만 결국 10명뿐이다.
예선이가 지부장이고 성식이가 부지부장, 나와 자유 그리고 그 외 인간 들은 음.....그냥 생존자 들?
아무튼 6개월 동안 함께 동거동락하면서 생사를 같이 한 사이라 쉽게 저버릴 수 없다.
자유 말대로 식구처럼 느껴지니 말이다.
물론 예전의 나라면 자유와 누나를 데리고 당장 이곳을 벗어났을 것이다.
"하지만 누나가 바이러스에 회복하는 모습을 보고 예선이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어. 저번처럼 난리칠수도 있고...."
"그래도 저 여자 회복 속도가 빠르잖아. 이건 사실 획기적인 일이야. 노아에 당장 알려야 한다고."
자유는 새 담배를 꺼내 다시 입에 물었다.
저렇게 자연스럽게 행동하면서 거침없이 자기 생각을 말하는 걸 보니 우리가 이곳에 올 때부터 생각해둔 게 분명하다.
"그럼 노아에서 뭐라고 할 것 같아?"
"글쎄....."
자유는 북실북실한 머리를 북북 긁으면서 이맛살을 찌푸렸다.
"설마 해부라도 하겠냐?"
"누가, 누굴 해부해?"
"아, 그야 저 여자.... 으악!"
자유가 기겁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새로 피우던 담배를 던져버렸다.
설화 누나는 정말 아무런 인기척없이 우리 들 뒤에 버젓이 서있었다.
만약 누나가 아직까지 입을 안 열었다면 우린 정말 끝까지 몰랐을 것이다.
"누, 누나."
"아, 젠장! X나 간떨어질 뻔 했네. 아니 누구 죽일 일 있어!"
"이 어린 놈의 새끼가 끝까지 반말이네. 그건 그렇고. 누가 누굴 해부한다는 거야?"
설화 누나는 다 알고 있으면서 시치미 떼는 것 같았다.
사실 저런류의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 가장 난감하기 그지없다.
"아, 그게..."
"뭐? 그때 그 젓비린내 나는 년?"
"하, 정말 여자치고 입이 참 거칠네. 예선이도 나이 먹을만큼 먹었거든?"
누나가 다짜고짜 예선이 욕을 하니까 내 기분도 괜히 언짢아졌다.
아니라 다를까 우리 '욱선생' 자유도 좀 전과 다른 냉랭한 표정으로 누나를 노려보았다.
"그럼 걔 나이가 몇 살인데? 뭐, 결혼이라도 했냐?"
"그럼 당신은 결혼 했어?"
"결혼은 안해도 살만큼 살았어. 그리고 남의 입가지고 이래라 저래라 난리치지마. 내가 언제 니 입가지고 욕하디?"
"방금 나보고 반말한다고 욕 했잖수."
"그건 네가 잘못 한거고."
"아, 진짜!"
자유가 정말 화가나서 달려들려고 했지만 내가 얼른 손을 들어 제지시켰다.
"우린 누나를 어떻게 할 생각이 없어요. 다만 지금 이 상황이 너무 급박하게 돌아가기 때문에 우리끼리라도 대책을 세워야해요."
"대책? 무슨 대책? 아~ 내 피 뽑아서 백신 만들고 저 시체 놈들 되살릴려고?"
"누나...."
설화 누나는 상당히 예민한 상태였다.
아무래도 공격적인 본능이 아직까지 남이있어 자신의 비위에 거슬리는 건 모조리 거부하는 것 같았다.
"뭐 나같은 년이 인류의 희망이니 어쩌니 하는 걸 보면 아직까지 쓸모가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만...."
누나는 등을 돌리고 다시 집으로 들어가려고 하다가 잠시 멈췄다.
"나는 내 털끝이라도 건드리는 놈은 지옥까지 ㅤㅉㅗㅈ아가서 사지를 발라버릴 거다. 분명히 경.고 .했.다."
"......"
누나는 나지막하면서도 삭막한 목소리로 똑똑히 경고하고 집으로 들어가버렸다.
동시에 싸늘한 바람이 불면서 칠흙같은 어둠이 우리를 완전히 감쌌다.
누나는 아직 바이러스에서 완전히 회복된 것이 아니었다.
"자유야."
"응?"
"내일 돌아가자."
"뭐?"
자유가 아까보다 더 깜짝 놀라면서 나한테 되물었지만 내 생각은 빠르게 정리ㅤㄷㅚㅆ다.
지금 누나를 저렇게 방치하는 건 오히려 우리에게 독이 될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누나의 회복력은 생존자 들에게 희망이나 다름없다.
시간이 지나고 누나가 다시 바이러스에 약해지기 전에 서둘러 움직여야 한다.
"야, 우리 나온지 하루도 안ㅤㄷㅚㅆ는데...."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어쩌면 이건 정말 하늘이 내린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라."
"흐음.... 하늘.... 기회라...."
자유가 큰 한숨을 내쉬면서 별빛 하나없는 하늘을 쳐다보았다.
"썅! 이제 좀 자유를 느끼나 싶었는데 다시 예선이 바가지 긁는 소리를 들으러 가야하다니...."
"....."
니가 걱정하는 게 그거였냐?
==================================================================
잠시 스포일러.....
독자 여러분 들을 위한 뽀~나~쓰~
이제부터 2편 정도 지나면 화끈한 워커 들과의 전쟁이 벌어집니다~
생존을 위한 승철, 자유, 설화의 처절한 몸부림과 잔인한 전투씬!
(물론 제 능력이 어느정도냐에 따라 보시는 분들께서 감흥이 다르시겠지만...ㅜㅜ)
아무튼 최선을 다해 집필하겠습니다.
제 글을 읽어주시고 선작해주신 여러분께 다시한번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P.S 제 글에 특별한 관심을 가져주신 여망군, 소설보는애 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두 분의 기대에 어긋나지 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글쟁이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