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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데드-9화 (9/262)

< -- 9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1_시크릿-X -- >

"....."

더 이상 말을 이어나갈 수 없었다.

너무 어안이 벙벙하고 믿겨지지가 않아 시선을 어디에 둬야할지도 몰랐다.

믿기 힘든 진실을 억지로 머릿속에 집어넣는 기분이었다.

"왜? 내가 악질 죄수라서 기겁했냐?"

야속하게도 그녀는 아무렇지않게 툭 내던졌지만 내 머릿속은 복잡하기만 했다.

"그건 아니지만 이건 아무도 모르는 사실이에요. 그러니까 무슨 음모론을 듣는 것 같다구요."

"맞아. 음모는 분명해. 하지만 사실이야."

"그럼 당신은....요?"

"내가 뭐?"

"당신은 어쩌다가 여기까지 오게 된거에요?"

"먹을게 없어서 돌아다니는데 며칠전부터 너네 들이 눈에 띄더라고. 혹시나해서 ㅤㅉㅗㅈ아가봤는데.... 그 마트가 너네

식량창고였더라."

그녀는 별거 아니라는듯 말했지만 사실 내가 묻고 싶은 건 그게 아니었다.

"그럼 예전에 죄수였다는 건....."

"....."

그녀는 더이상 대답을 하지 않자 분위기가 점점 삭막해졌다.

얼른 화제라도 돌리지 않는다면 이 숨막히는 분위기가 우리를 죽일것만 같았다.

"아, 아 우리 통성명 안했죠? 저, 저는 이승철이라고 해요.... 나이는 26살이고요. 직업은...."

"중국이름으로 shuo hua. 나이는 34살. 직업은 악질 죄수."

"예?"

"그냥 설화라고 불러라."

그녀와 나 사이에 잠시 무거운 침묵이 폭풍처럼 흘렀다.

이런 젠장.

질문 선정이 잘못ㅤㄷㅚㅆ나?

"여!"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면서 자유가 성큼 들어왔다.

그 바람에 나와 그녀는 놀란 눈으로 자유를 쳐다보기만 했다.

"응? 둘다 표정 들이 왜그래? 내 얼굴에 뭐 묻었어?"

"아, 아니. 그건 아니고...."

"우하함. 줄담배만 피워서 그런지 피곤하네. 그런데 이 여자는 좀 어떠디?"

자유가 그녀를 이리저리 쳐다보며 손으로 얼굴 이곳저곳을 만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설화누나가 정상인 걸 꿈에도 생각안했나 보다.

하긴, 나도 그랬으니...

"저기...."

"야. 그래도 왕년에 한 미모했겠다."

"저기 자유야...."

"그런데 턱이 너무 날카롭다. 눈도 좀 찢어지고. 청순할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까 독기도 있어 보이는데?"

"죽고싶냐?"

"....."

그녀의 턱을 쓰다듬던 자유의 손이 순식간에 멈췄고 표정도 굳어졌다.

일 벌어졌네. 일 벌어졌어.

나는 슬쩍 일어나 그들과 약간 떨어진다음, 방바닥에 굴러다니던 식칼을 몰래 주어들었다.

자유가 좀 얄밉긴해도 저런 창창한 나이에 죽게 내버려둘 수는 없지.

"야! 승철아. 이 워커, 아, 아니. 여자 말도 한다?!"

"......"

자유야.

제발 상황 파악 좀 해라.

그렇게 놀란 눈으로 설화 누나를 자세히 살펴보란 말이다.

"야, 이 거지같이 생긴 새끼는 뭐냐?"

이번엔 설화누나가 험악하게 인상쓰며 나한테 물었지만 미처 대답할 틈이 없었다.

왜냐하면....

"뭐, 뭐 거지같은 새끼?"

"그래. 이 거지같은 새끼야. 니 심난한 대가리를 보니까 하는 말이다."

우리 한 성깔 하시는 설화누님.

하지만 자유 역시 화나면 물불을 안가리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나는 그저 조용히 구석에 쳐박혀 있을 뿐이다.

괜히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힘없는 양민인 내가 무슨수로 저들을 말린단 말인가?

"이, 이 여자가 미쳤나? 초면에 왜 욕을 하고 X랄이야!"

"뭐? 이 새파랗게 어린 놈의 새끼가!"

"자꾸 새끼, 새끼 할래? 내가 니 자식이야?!"

"아니, 그런데 이 새끼가!"

점점 험악해져가는 둘의 싸움에 나는 긴 한숨을 한번 내쉬고 조용히 다가갔다.

"둘 다 진정 좀 해요."

하지만 이미 불덩이가 된 둘은 내 부탁을 가볍게 무시했다.

"이 새끼가 먼저 나를 무시하잖아!"

"내가 언제 그랬어?! 댁이 나한테 먼저 욕했잖아!"

"이런 버르장머리없는 새끼가!"

"아! 자꾸 새끼 새끼할래?"

이 상태에서 그대로 놔두면 주먹다짐까지 할 기세라 나는 둘 사이로 끼어버렸다.

"둘 다 조용히 안하면 밥 안준다."

"......"

역시 사람은 생존을 위해 제일 먼저 먹어야하고 설령 먹고 죽더라도 때깔은 좋아야 한다.

확실히 이런 시국에 먹을거로 위협하니까 효과가 직빵이군.

"아무튼 두 사람 다 한 배를 탔으니까 사이좋게 지내요."

내 말이 끝나자마자 둘 다 무섭게 '도대체 누가?'라는 눈빛을 날렸지만 깡그리 무시했다.

"일단 이쪽은 제 친구이자 같은 생존자인 진자유에요. 이름이 진짜 자유구요... 나이는 저보다 한 살 더 많지만 생일이 늦어서

그냥 친구하기로 했어요."

"......"

설화누나는 대답대신 고개를 홱 돌렸다.

그 바람에 자유가 욱하고 입을 열려고 했지만 나의 무시무시한 눈빛을 알아차리고 굳게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이쪽은 설화누나. 중국분이신데 좀 사연이 많아. 물론 바이러스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극복한 게 아니야."

"예?"

설화 누나는 다시 심각한 표정으로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그러고보니 자유 때문에 열받아서 벌떡 일어섰군.

"일단 둘 다 앉아. 생각해보니까 내 정체에 대해서 네 패거리 들이 혼란스러운 것 같은데.... 내가 다 설명할게."

"괜찮겠어요?"

나는 정말 누나가 걱정이 되었다.

또 다시 바이러스 때문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것보다 기억하기 싫은 것들을 억지로 말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설화누나 표정은 한결 차분했고 왠지 작정한 사람처럼 보였다.

"일단."

누나가 입을 열자 자유 역시 그녀를 쳐다보며 집중했다.

"미안하다."

"예? 아, 아 저도요."

왠지 김빠지지만 설화 누나가 악수를 청하자 자유가 얼떨결에 손을 맞잡았다.

자유가 좀 성격이 더럽긴 해도 워낙 멍청한 놈이라 상대가 한템포 죽고 나오면 자기도 똑같이 죽어버린다.

"하지만 너도 사람 얼굴 이리저리 만져가면서 대놓고 호박씨 까는 거 아니다."

"예? 아, 예."

왠지 훈훈한 이 분위기.

아~ 이것이 정녕 밥의 힘이란 말인가?

왠지 우리 어머니의 힘이 대단하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아무튼 내가 하는 이야기는 모두 진실이니까 잘 들어야 해."

그리고 약 1시간 동안 계속된 설화 누나의 이야기는 나와 자유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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