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8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1_시크릿-X -- >
2013년 3월.
인류는 비극적인 결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불안정한 기후와 대재앙급으로 일어나는 각종 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지상 40%가 초토화가 되버린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이런 혼란을 틈 타 전 세계 주도권을 쥐려는 중국의 어리석은 행동으로 인해 전쟁까지 벌어졌다.
그것은 확실히 인류의 종말이라는 불에 기름을 붙는 일이었다.
미국과 유럽, 동북아시아 3개국이 균형을 잡았던 세계 질서가 한순간에 무너져버린 것이다.
그러나 더욱 큰 문제는 중국에서 전쟁을 너무 무모하게 벌이는 바람에 미국 본토에 핵무기까지 날려버리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 펼쳐졌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서방국에 가장 큰 불만을 갖고 있었던 북한과 아랍권 국가 들까지 이런 중국의 장난에 휘말려버렸다.
결국 이 어리석은 전쟁으로 인해 인류는 더욱 종말을 향해 치닫게 되었다.
그러나 인류를 비참하게 만들었던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아니, 그것은 천재지변이나 전쟁보다 더욱 무시무시한 것이었다.
신종 박테리아.
원인은 분명하지 않지만 인간이 자초했던 기상이변과 전쟁은 확실히 색다른 결과를 안겨주었다.
전염성까지 뛰어난 슈퍼 박테리아가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진 지구상을 떠돌고 있었던 것이다.
슈퍼 박테리아는 인체 깊숙히 침투해서 척추를 통해 온 신경을 마비시킨 후, 뇌를 잠식하여 점점 자신의 숙주물로 만들기 시작했다.
오로지 살아있는 인육을 먹고 공격적인 본능에만 충실하도록 만든 것이다.
"그게 끝이야?"
"예?"
"정말 그게 끝이냐고."
"아니.... 그게....."
그녀는 매우 실망한 표정으로 나에게 재차 물었지만 더이상 대답을 더 해줄수가 없었다.
이 비극적인 상황을 장황하게 늘어놓을 생각조차 없었지만, 사실 내가 알고 있는 게 그게 전부였다.
"그럼 당신이 알고 있는 걸 말해봐요."
왠지 사람을 가지고 장난친다는 생각이 들자 화가났다.
본인도 알고 있었으면서 내가 알고 있나 없나를 확인하려고 물어본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냉랭한 표정을 잃지않았다.
"일단 정체를 알 수없는 슈퍼 박테리아가 인류를 몰살시킨 건 사실이야. 하지만 핵전쟁이나 천재지변 때문에 박테리아가 생긴 건 절대로 아니야."
"그럼요?"
"중국이 왜 전쟁을 일으켰는지 알아?"
"그거야 아까 말했듯이 주도권을 쥐려고...."
"틀렸어."
그녀는 단호하게 내 대답을 잘라버렸다.
마치 어려운 수학 문제를 하나의 오차없이 풀이하려는 중학교 선생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중국이 전쟁을 일으켰던 이유는 미국이 개발하려고했던 시크릿-X 프로젝트때문이야."
"시크릿....X요?"
"그래. 미국에 일종의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지. 그건 미국의 국가 사업이나 다름없었어. 쉽게 말해 그동안 돈벌이가 되었던 무기 판매를 버리고 바이오 프로젝트를 과감하게 투자한 거지."
척 들어도 엄청난 비밀을 말할 것 같은 그녀의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다.
"미국은 아주 위험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 시간이 지날수록 우방국 들의 경제, 군사, 외교 수준이 동등해지니까 자신 들의 입지가 줄어들까봐
걱정을 하기 시작했지. 결국 그들은 무기 판매가지고 더이상 세상을 조종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어. 좀 늦은 대처였지만 새로운 돈줄과 우방국 들을
조종할 무언가의 힘이 필요했던 거지."
"그게 바로 슈퍼박테리아와 관련이 있다는 건가요?"
"그래. 미국은 러시아와 함께 우주 개발에 먼저 뛰어든 국가야. 그들의 우주 정보력은 네가 상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 심지어 CIA보다 더 뛰어난
비밀첩보기관에서는 외계 생명체 샘플을 채취해 보관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있었어."
그녀의 말은 왠지 무언가가 맞아 떨어지고 있었다.
확실히 미국은 엄청난 무기 들을 가지고 있었고, 주변국 들을 상대로 밀거래까지 자행했다.
그렇다고 주변국이 꼭 우방국 들만은 아니었다.
심지어 중동국가에게 전문 브로커를 통해 무기를 팔았던 것이 바로 미국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이것은 진실이었으며 유명한 헐리우드 배우가 이에 관련된 영화를 찍기도 했다.)
하지만 왠만한 국가들마저 항공모함을 건조하고 핵무기까지 가지고 있다면 이야기는 확실히 달라진다.
중국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군사대국이 되었고, 사상과 체제가 무너진 러시아는 또 다시 공산을 앞세울 움직임이 여기저기서 포착되었다.
더군다나 유럽같은 경우는 미국과 동등해지기 위해 유럽연합(EU)을 만들기까지 했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과거에 쭉 무기를 팔았던 중동 국가들마저 미국을 탐탁지않게 여기고, 중국을 서서히
떠받드는 형세를 노골적으로 보여주기까지 했다.
그런 미국이 우주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는 사실은 그리 놀랄 일은 아니었다.
다만 그들이 이 지구상에 끌어들인 외계 물질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지금 이 상황이 너무나 이상하지 않게 연결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슈퍼 박테리아가....."
"그래. 미국이 우주에서 제일 먼저 채취해온건 우주 박테리아였어. 그들은 그것을 연구 하기 시작했고 프로젝트 이름을 시크릿-X라고 명명했지."
"......"
"미국은 시크릿-X를 수십년간 연구하고 온갖 실험을 시작했어. 그런데 바로 이게 문제였어. 그 박테리아의 성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거야.
결국 하얀 쥐새끼들한테 연구하면서 무리를 느낀 연구원 들은, 비밀리에 국가 정보기관을 통해 100여명의 악질 죄수 들을 몰래 사들여 임상실험을 시작했지."
"그런...."
믿을 수가 없는 말이었지만 그녀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바로 그 임상 실험을 하면서 박테리아가 지금의 바이러스로 진화한거였어. 하지만 우주의 물질은 인간에게 맞지 않았나봐. 그 박테리아에 감염된 죄수 들이 이성을 잃고 날뛰기 시작했고,
결국 그 박테리아는 여기저기 잠식하다가 인간의 코를 통해서 들어가 바이러스를 심기 시작했지."
"그렇다면 실험은 실패한 건가요?"
"물론. 하지만 미국은 끝내 이 사실을 숨기고자 했어. 결국 자기 들 잘못을 은폐하고자 세상의 이목을 다른데로 돌리기로 마음먹은 거지."
"하지만 비밀 연구였다면서요. 세상이 알리가 없잖아요."
나는 나름대로 일리있게 대답했지만 정작 돌아오는 건 그녀의 차가운 비웃음뿐이었다.
"세상에 비밀은 없어. 러시아가 그냥 보고만 있었을 거라 생각해?"
"......"
"러시아와 미국은 천하의 원수이자 라이벌이야. 그들의 탐색전은 아주 치열하다 못해 엄청나지. 러시아는 그런 미국이 또 다시 새로운 병기를 개발하는 모습을
곱게 둘리가 없었을 거야. 결국 오랜 기간동안 중국을 설득시키고 충동시킨 거지. 이 기회에 같이 세상을 지배하자고 그랬겠지."
"그렇다면 중국이 명분을 잡고 전쟁을 일으켰단 말씀이세요?"
"뭐, 달리 말한자면 그런거지. 하지만 호락호락 당할 중국은 아니었어. 마찬가지로 미국은 이 기회에 아시아인에게 박테리아를 실험해 보기로 했지.
사실 중국은 여러차례 경고했지만 그걸 무시한 건 결국 미국이었어. 미국은 이미 계획을 세웠던 모양이야."
"설마..."
내 머릿속은 상상도 하기 싫은 그림이 그려지는데 그녀는 너무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그래. 그 설마가 맞다면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박테리아를 감염시키기로 했던 거야. 하지만 시일이 아주 급박했지. 중국의 움직임이 심상치가 않으니까.
미국은 백신이 개발되기도 전에 박테리아를 중국에 몰래 전염시키기 시작했어. 그런데 그게 큰 화가 되었지. 열받은 중국이 미국에 무차별 핵폭탄을 날려버렸으니까."
"......"
결국 이 엄청난 사태가 단지 국가 이익을 위한 강대국 들의 놀음이었다는 건가?
하지만 그보다 내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건 다른 게 아닌....
"그럼 당신은 이런 엄청난 일을 어떻게 잘 알고 있죠?"
내 질문에 그녀는 아주 차분한 어조로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그때 박테리아에 감염된 죄수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