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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하는 한의사-229화 (외전 완결) (230/230)

외전 10화. 시작해볼까 -완-

귀국한 허준이 가장 먼저 향한 곳은 혜민촌이었다.

자신의 여정이 시작된 곳이기 때문이다.

물론, 가는 길에,

“엄마.”

“아들~?”

“저 왔어요.”

“아니, 그동안 왜 연락이 이렇게 없었어? 걱정했잖니.”

“죄송해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직접 집에 내려가서 뵙고 말씀드릴게요.”

가족들에게 연락은 필수.

통화를 끝낸 허준이 운전대를 잡은 김예진에게 물었다.

“참, 김정우 선생님은 잘 지내시죠?”

“아주 건강하세요. 요즘에는 오히려 환자분들 이끌고 산에 다니시느라 바쁘시다던데요? 약재 캐는 맛 들리셨다고."

"그래요? 잘됐네요."

"그보다 원장님 이야기 좀 해주세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그게...”

혜민촌으로 향하는 내내 허준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연락이 왜 되지 않았었는지부터 시작해서, 그동안 자신이 세계를 돌며 겪었던 일까지.

그렇게 한참을 이야기 하다 보니 어느새 도착한 혜민촌이라 적힌 표지판이 보인다.

“어? 이전보다 더 커진 것 같네요?”

허준이 이곳에서 떠날 때와는 완전히 달랐다.

“유도진 선생님이 고생 많이 하셨죠.”

“그렇겠네요.”

그렇게 도착한 혜민촌의 김정우 선생님의 집.

김정우가 마루에 앉아 한약재를 다듬고 있었다.

“선생님.”

“어? 이게 누군가.”

김정우가 허준을 위아래로 훑었다.

“자네... 돌아온 겐가?”

“네. 돌아왔습니다.”

허준이 웃으며 인사했다.

그 모습에 김정우가 허준을 바라봤다.

“그래. 잘 왔네. 들어오게나. 우리 김 선생도 차 한잔 할 텐가?”

“아니에요. 선생님. 말씀들 나누세요. 온 김에 센터에 들르려고요.”

“그렇군. 알겠네.”

허준이 김예진에게 말했다.

“이야기 끝나고 센터로 갈게요.”

"천천히 이야기 하고 오세요."

그렇게 방으로 들어간 허준과 김정우.

김정우가 뜨겁게 끓인 물을 가져와 찻잎에 부으며 말했다.

“오랜만이네. 그래. 여행은 어땠나?”

“아주 좋았습니다. 그보다 선생님. 건강은?”

“걱정하지 말게. 자네가 가기 전보다 많이 좋아졌으니까.”

“듣자 하니, 요새 환자분들 이끌고 산에 오르신다고 하던데, 직접 보니 맞네요."

허준이 웃으며 답했다.

눈앞에 앉아 있는 김정우 선생님의 모습은 얼핏 보기에도 이전보다 훨씬 건강한 모습처럼 보였으니까.

“내 이야기 보다, 자네 이야기를 좀 해보게. 그래. 돌아다녀 보니 어떻든가?”

허준이 김정우가 건네는 차를 받아 한 모금 마시고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재밌는 이야기에 허허 웃고, 만난 환자들의 진료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으며,

새로운 약재의 사용이나 치료법의 이야기가 나올 때는 눈이 똘망똘망해지기도 했다.

“사람 사는 곳이 다 똑같다더니. 재미있구나 재미있어.”

“그러게 말이에요.”

한참이 이어진 이야기가 얼추 끝났고,

만족스러운 듯이 웃으며 김정우가 허준을 바라봤다.

‘한층 더 성장해 왔구나.’

의학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그런 성장으로 인해 지금 허준에게는 묘한 분위기가 느껴지고 있었다.

“선생님께서 나가보시라고 한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그래. 잘 다녀온 것 같구만. 그래서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할 셈인가?”

김정우의 물음에,

허준이 잠시 고민하더니 답했다.

“병원으로 돌아갈 생각입니다. 진료를 볼 때가 가장 즐거웠었거든요.”

*   *   *

혜민한방병원.

허준이 커다란 간판에 새겨진 글자를 올려다봤다.

‘정말, 오랜만이네.’

센터에서 있었던 기간과 세계를 돌았던 기간이 꽤 길었기에,

익숙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렇게 발걸음을 옮긴 허준.

데스크의 두 선생이 허준을 바라봤다.

“어? 원장님? 허준 원장님 맞으시죠?”

“오랜만입니다. 선생님들. 잘 지내셨죠?”

“네 저희야 잘 지내죠. 그런데, 어쩐 일이세요?”

“아~ 저 오늘부터 여기로 다시 출근하거든요.”

허준이 웃으며 답했다.

어젯밤.

최인호에게 연락한 허준.

“병원장님. 오랜만입니다.”

“그래~ 돌아왔다는 이야기는 좀 전에 들었네. 잘 지냈나?”

“네. 덕분에요.”

“그런데, 자네가 웬일인가? 이 시간에 나에게 전화를 다 하고. 보통, 자네 전화는 부탁할 때만 오는 건 줄 알았는데.”

그 말에 허준이 웃으며 답했다.

“맞아요. 이번에도 부탁 좀 드리려고요.”

“내가 그럴 줄 알았지. 그래. 이번에는 무슨 부탁인가?”

“다름이 아니라, 병원으로 복귀하고 싶습니다.”

“그 말.. 진심인가?”

“네. 이번에 세계를 돌면서 많은 것을 느꼈거든요. 저는 아무래도 진료를 봐야 할 팔자라는 것을요.”

“자네가 돌아온다면 나야 무조건 환영이지. 고민할 필요도 없어. 당장, 내일부터 출근하게. 자세한 이야기는 내일 하도록 하지.”

그래서 허준이 향한 곳은 병원장실.

병원장실 앞에 출근해 있는 비서가 허준을 알아봤다.

“어? 원장님?”

“오랜만이네요.”

“아침 일찍 손님이 오신다더니, 원장님이셨구나... 병원장님은 안에 와 계세요.”

병원장실로 들어선 허준.

최인호가 그런 허준을 크게 반겼다.

“이게 얼마 만인가? 얼굴 아주 좋아 보이네.”

“병원장님도 더 좋아 보이는데요? 확장도 하셨다면서요. 역시, 대단하시다니까.”

“자네한테 칭찬을 듣다니, 기분이 다 좋군.”

그러면서 탁자에 놓인 서류를 가리켰다.

“자, 이쪽으로 앉아서 사인만 하게. 나머지는 내가 다 처리할 테니까.”

"굳이 읽어 보지 않아도 되겠죠?"

"물론이지."

허준이 계약서의 내용을 보지 않고 그대로 사인했다.

일종의 믿음이었다.

‘병원장님이 섭섭하게 제시했을 리는 없을 테니.’

그렇게 병원으로 복귀한 허준.

이 이야기는 병원 안팎으로 빠르게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뭐? 그 허준 원장님이 돌아오셨다고?”

“그렇다니까요?”

“허준 원장님이 어떤 분인데요? 유명하신 분이에요?"

“아, 이 쌤은 근무한 지 얼마 안 되셔서 잘 모르겠구나. 기대해도 좋아요. 아마, 앞으로 믿지 못할 일들을 많이 겪게 될 테니까.”

그리고 이 이야기는 당연히,

혜민서 식구들에게도 퍼져나갔으니.

“뭐? 허준 원장님이 돌아왔다고?”

“네. 게다가 병원으로 복귀한다던데요?”

“아니, 이 친구가 돌아왔으면 말을 해줘야지. 섭섭하네. 그보다 이왕 복귀할 거면 우리 병원으로 오지... 쩝.”

입맛을 다시는 김태식의 모습에 박용준도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시각.

혜민한방병원으로 출근한 최승원과 최허준 두 한의사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이거 진짜죠?”

“네. 확실해요. 아침에 병원장님에게 연락받았는데 제 진료실을 옮기라고 하시더라고요.”

둘이 향한 곳은 다름 아닌 4층의 진료실.

본래, 허준이 사용하던 그 진료실의 문을 열고 들어서니,

“오랜만입니다. 선생님들. 잘 지내셨죠?”

“원장님!”

최승원 허준을 바라보며 손을 떨었다.

드디어 꿈에 그리던 그림이 완성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허준 원장님이랑 같이 진료를 본다니.’

그런 최승원의 옆에 있던 최허준이 고개를 꾸벅 숙였다.

“돌아오신 거죠?”

“네. 돌아왔습니다.”

“잘 돌아오셨어요. 원장님.”

“그보다 최 원장님, 그리고 최 부원장님. 뭐 잊으신 거 없어요?”

“아, 네.”

“네? 무슨...”

“진료 준비하셔야죠. 곧 진료 시작인데.”

“아차, 죄송합니다. 너무 기뻐서 그만.”

최허준과 최승원이 머리를 긁적이며 진료실을 나섰다.

“허준 원장님 맞으시네.”

“그러게요. 빨리 준비하도록 하죠.”

그렇게 흩어져 진료 준비를 하러 떠난 두 사람.

홀로 남은 허준이 평소처럼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었다.

이어서 가방에 들어있는 새하얀 가운을 꺼내 걸쳤다.

“시작해볼까.”

*   *   *

허준이 돌아온 뒤로부터 1년 뒤.

띠링-

누구나 잠든 새벽에 스마트폰의 경쾌한 알림음이 들려왔다.

‘음? 이 시간에 누구지?’

스마트폰의 주인은 다름 아닌 밥이었다.

그리고 그런 밥의 옆에는 연인이 되어있는 엘레나가 함께였다.

밥이 스마트폰을 들어 내용을 확인했다.

그런데,

“어...?”

“왜요? 무슨 일이에요?”

“엘레나... 이것 좀 봐봐.”

엘레나가 눈을 비비며 밥이 건넨 폰을 바라보니,

[결혼을 축하해 주세요.]

청첩장이 날아와 있었다.

그런데, 그 대상이.

신랑 : 이허준

신부 : 김예진

“로버트. 모르고 있었어요?”

“뭐가요?”

“당신도 참... 전 처음 한의원에 찾아갔을 때부터 얼핏 느꼈는데?”

“정말로요?”

“그럼요. 하여간 남자들은 둔하다니까?”

그렇게 결혼식 당일.

“와.. 우리 오빠 결혼식이 무슨...”

허준의 동생 이진희가 중얼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화환은 빈자리가 없어서 겹쳐서 세울 만큼 여기저기에서 왔으며,

“여기가 무슨 시상식도 아니고.. 믿을 수가 없네.”

영화배우들은 물론이요, 각종 스포츠 스타들.

그리고 무엇보다 축가를 비행소녀단이 불러준단다.

허준이 앞에서 손님을 맞이했다.

“결혼 축하드려요. 원장님!”

“와주셔서 감사해요.”

그리고 결혼식의 주인공이라 하는 신부대기실.

그곳에 앉아 기다리는 김예진을 보기 위해서 혜민서 식구들이 찾아왔다.

“와... 이게 누구야?”

“그러게요. 김 선생님. 진짜 몰라보겠어요.”

“정말요?”

“네. 진짜 최고.”

박용준이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러고는,

“근데, 언제부터였어요? 진짜 전혀 몰랐는데.”

“언제부터였느냐고요?”

그 물음에, 김예진이 살짝 고민했다.

언제부터였을까.

사실, 잘 모르겠다.

어쩌면 처음 봤을 때부터가 아닐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며 결혼식이 시작되었고,

이 결혼식을 식당의 모니터로 바라보고 있는 두 노인이 있었으니,

“아이구~ 이쁘구나. 이제야 둘이 연을 맺었네.”

김명자가 기특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또 다른 노인.

“아니, 할매. 지금, 그렇게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에요.”

“왜? 보기 좋은디.”

“지금, 이거 어떻게 책임질 거냐고요. 사람들이 제명에 죽지 않고 이승에서 어떻게든 버팅기고 있다니까요?”

“그게 어때서 염가 놈아.”

“어때서라뇨? 할매. 위에서는 왜 이러냐고 자꾸 쪼아대는데, 이게 다 할매 때문아니요. 할매가 사람들 목숨줄을 길게 붙여놔서.”

염가라 불린 노인이 김명자를 노려봤다.

“에잉, 쯧쯧. 못난 놈 같으니라고. 그 세월을 보내면서 사람 명줄 하루 이틀 좀 더 늘어난다고 영생을 살기라도 하디?”

“하루 이틀이 아니라, 연 단위니까 문제죠.”

“그게 그거지 이놈아. 그리고 막말로, 그걸 왜 나한테 와서 따지나? 내 일이 새로운 생명의 잉태와 출산 그리고 건강에 관여하는 것이거늘. 내 일 열심히 한 것밖에 없는디?”

“그건...그래도 자꾸 위에서 쪼아대서..”

김명자, 아니 이젠 김명자가 아닌 또 다른 존재가 염가라 불린 노인의 어깨를 토닥였다.

“걱정하지 말거라. 조금 더 건강하게 살다가 간다고 하늘의 법도가 깨지는 일은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러면서 접시에 담긴 음식을 한입 먹으며 말을 이었다.

“그보다, 이야기가 들려오던디. 초행길인 차사가 사람하나 잘못 잡아왔다고 말이야.”

“아니, 그걸 할매가 어떻게...?”

"쯧쯧, 네 일이나 먼저 잘 하고 오거라."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마지막으로 모니터에 나타난 허준과 김예진을 바라보며 웃었다.

“이삐게 잘 살아야 한다~”

그러고 몸을 돌려 나가니,

염라가 황급히 접시에 남은 음식들을 털어놓고는 뒤따르며 소리쳤다.

"할매! 같이 가요 좀!"

동시에 행진곡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허준이 김예진에게 손을 내밀었고, 김예진이 그 손을 마주 잡았다.

그런 두 사람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피어있었다.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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