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하는 한의사-227화 (224/230)

외전 8화. 혜민서

혜민서 본부.

한방병원에서 사용하던 사무실로는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 만큼 성장했기에, 지금은 이렇게 따로 본부를 차려 운영하는 중이었다.

그런 혜민서 본부의 벽에는 여러 상장을 비롯해 트로피들이 가득했다.

그동안 혜민서가 해왔던 일들이 결실을 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리라.

특히, 혜민서에서 발표한 각종 사례와 연구자료들 그리고 논문들이 차곡차곡 쌓여가면서 좋은 인식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고,

나아가 의학계와 한의학계가 손을 잡아 연구하는 일종의 프로젝트팀까지 결성하게 되었다.

프로젝트팀에는 혜민서의 고요한 선생님이 포함되었고,

평소 꼼꼼하게 기록하는 그의 기록물들은 연구에 뼈대가 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커져 나가다 보니, 혜민서는 어느새, 국내 최대규모의 봉사단체가 되었으며,

그 결과, 김예진의 집무실에는 훈장까지 전시되어 있었다.

“대표님. 그... 이번에 복지부 쪽에서 공익광고 좀 함께해달라고...”

“흥, 공익광고라니. 보나 마나, 그거 우리를 빌미로 이동훈 배우 연결해서 싸게 광고 찍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고요?”

“너무 그렇게 적나라하게 말씀하시면...”

익숙한 얼굴의 남자.

목걸이에는 본부장 ‘김영하’라는 이름 세 글자가 적혀있었다.

과거 서울역에서 사회복지사로 일을 하던 바로 그 사람.

허준과 인연이 있으며, 박진석 선생님의 추천을 받아 직접 등용한 인재였다.

“김 본부장님이 저보다 더 잘 아시면서.”

“그렇긴 하죠. 그래도 너무 그러시면, 그쪽에서 싫어할 겁니다.”

“됐고, 대신에 뭘 준다고 하던가요?”

“아, 그래서 제가 잠깐 실무자랑 이야기를 해봤는데-”

김영하의 설명이 이어졌고,

김예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정도면 충분히 괜찮은 조건이네.’

현재 혜민서는 봉사와 한의학 연구뿐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일을 함께하고 있었으니.

그 일들을 하는 데에 있어서 보건복지부가 입을 맞추겠다는 그런 이야기였다.

“그렇게 진행하시죠. 제가 직접 스타엔터 대표님에게 연락해 볼게요.”

“알겠습니다. 대표님. 그리고 다음으로 보고 드릴 건...”

이어서 혜민서가 현재 진행 중인 여러 가지 사업들에 대한 보고가 이어졌다.

빠른 판단력과 굽히지 않는 추진력으로 빠르게 업무를 마친 김예진.

“수고하셨습니다. 대표님.”

“아니에요. 본부장님이 고생하셨죠. 참, 올라온 서류 중에 이번 주 혜민서 행사 계획이 빠진 것 같던데요?”

‘어물쩍 넘어가는 적이 없네.. 하여간 보통이 아니라니까.’

김영하가 방긋 웃으며 답했다.

“잠시만요. 완성되는 대로 가져다드리겠습니다. 아직, 정확하게 마무리되지 않은 곳들이 남아 있어서요.”

“알겠습니다. 고생하세요.”

그렇게 대표실을 나서는 김영하를 바라보며,

김예진이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대표님?”

“아이고~ 이게 누구십니까? 혜민서 김 대표님 아니세요?”

“오랜만에요. 잘 지내시죠?”

“덕분에 아주 잘 지내고 있습니다.”

스타엔터테인먼트 대표 김강현이 웃으며 답했다.

우연히 혜민서 선생들과 엮이며 생각보다 원하는 바를 빠르게 이룰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비행소녀단의 엄청난 성공과 최우중을 비롯해서 이동훈 그리고 강수연 같은 탑 급 배우들의 복귀.

덕분에 스타엔터테인먼트의 규모는 이전과는 차원이 달라져 있었다.

018421. 주식 창에 이 번호를 입력하면 스타엔터테인먼트라는 자랑스러운 이름을 찾을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어쩐 일이세요?”

“죄송한데, 다름이 아니라 이번에 보건복지부에서 공익광고를 찍자는 이야기가 오가고 있어서요.”

김예진의 대답에 김강현이 맥락을 단번에 이해했다.

동훈이가 필요하다는 말이군.

최근 한의학 드라마를 찍으면서 사람들에게 많은 감동을 선사하며 화려한 복귀를 마친 그였으니, 공익광고 모델로는 더할 나위 없었으니까 말이다.

“그렇군요. 일단은 제가 연락해보고 따로 연락드리라고 하겠습니다.”

“그래 주시겠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혜민서 선생님들이 도와주신 거에 비하면 이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죠. 게다가 동훈이도 혜민서와 함께하는 공익광고라면 흔쾌히 수락할 겁니다.”

김강현도 흔쾌히 동의했다.

전략적인 제휴는 혜민한방병원과 맺었으나, 그곳에서 직접 도움을 받은 선생들이 모인 단체가 바로 혜민서가 아니던가.

‘이 관계는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거야.’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가장 큰 자산은 다름 아닌 사람이었으니,

그 사람의 문제를 가장 확실히 고치고 최고의 폼으로 끌어올려 줄 수 있는 곳.

나아가 잠재력까지 끌어내는 사람들이 바로 혜민서의 선생들이었으니까.

누구보다 돈 냄새를 잘 맡는 그였기에,

이 관계를 평생토록 유지해야겠다는 김강현이었다.

그렇게 통화를 끝낸 김예진.

사무실 문이 재차 열리며 김영하가 들어왔다.

“대표님. 이번 주 계획표입니다.”

“감사해요. 본부장님.”

“아니에요. 제가 해야 하는 일인걸요. 참, 통화하는 내용 잠시 들었는데, 광고 건은 어떻게...?”

“잘될 것 같아요.”

“다행이네요. 그럼, 일단 그렇게 알고 추진하겠습니다.”

김예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계획표를 바라봤다.

이번 주말도 장난이 아니겠네.

*   *   *

토요일 아침.

혜민한방병원 앞에는 버스가 한 대 기다리고 있었다.

“출발해 볼까요?”

“네!”

힘찬 구호와 함께 그들을 이끄는 사람은 다름 아닌 윤다희였다.

“저.. 근데, 윤 실장님. 의료진이 부족하진 않을까요?”

당연한 의문이었다. 버스 안에는 혜민한방병원에서 근무하는 한의사와 의사들 몇 명과 나머지는 일반 직원들로 채워져 있었으니까.

“에이~ 박 쌤. 이번이 첨이죠?”

“네? 아, 네..”

“가보면 알아요. 여기 버스가 전부가 아니거든요. 게다가, 현장에서는 우리가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알 수 있을 거예요.”

윤다희도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

“아마, 선생님들에게 정말 환영받을 걸요?"

그렇게 출발한 버스.

그리고 이곳뿐만 아니라, 혜민서라고 적힌 버스 몇 대가 여기저기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MH짐 본점.

관장 김명훈이 직원들을 필두로 버스에 올랐다.

트레이너 및 각종 스포츠 선수 및 체대 출신들로 이루어진 그룹이었기에,

그들의 몸은 하나같이 위압감이 느껴져 비장함이 서려 있었다.

“자~ 말했다시피, 오늘 우리는 봉사활동에 나선다. 물론, 봉사활동하는 것만으로 근 손실 걱정하는 사람도 있겠지. 하지만, 걱정하지 말아라. 늘 그렇듯이 이건 봉사와 운동 두 마리 토끼를 전부 잡을 수 있는 것만 하니까."

그리고 뉴라이프 디자인이라 적힌 5층짜리 빌딩.

그 앞에도 버스가 기다리는 중이었다.

“형님. 빨리빨리 좀 오세요.”

“미안해~ 날 춥다고 해서, 여편네가 핫팩을 챙겨 주지 뭐야?”

그 말에, 중간쯤 앉아있던 한 남자가 말했다.

“얼씨구? 박 씨, 아주 많이 컸네? 서울역에서 술잔 기울이던 게 엊그제 같은데 말이야. 벌써 결혼까지 하고~”

그러자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웃음들.

박 씨라 불린 남자의 얼굴이 부끄러운지 살짝 빨개졌다.

그 모습을 보며 미소짓던 김태현이 한마디 거들었다.

“어라? 종철 형님이 그런 말 하면 안 되지 않나요? 엊그제 돌잔치 하셨다면서, 새벽에 나한테 술 먹고 고맙다고 막 질질 짜면서 전화를 하던데?”

“야! 그, 그건...”

화기애애한 버스의 분위기와 함께,

버스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렇듯 여기저기에서 버스들이 움직였고,

그들은 각자 역할에 맡은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워메~ 서울에 이런 곳이 아직도 남았네?”

“그러게 말이에요.”

“그러니, 우리가 최선을 다해서 수리해 드려야죠.”

김태현이 눈앞에 보이는 모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혜민서와 함께 시작한 사업.

“자, 1팀은 여기서 내리시고, 2팀은 저와 함께 가시죠.”

“김 대표. 잠깐만, 그럼 여기 다른 사람은 또 오나?”

“물론이죠. 여기는 명훈 형님이 오실 겁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이제는 익숙해진 그 이름.

MH짐의 김명훈 대표.

이렇게 종종 함께 일을 하다 보니,

속속들이 알게 된 사이가 되어있었다.

“아~ 그래? 알았어. 자네보단 우리야 명훈 씨가 편하지.”

“저 없다고 꼼꼼하게 안 하실 생각은 아니겠죠?”

“걱정하지 말아. 우리 하루 이틀 해?”

“그럼, 믿고 가보겠습니다. 모두 파이팅. 저녁에 뵙죠!”

“그래. 조심히 가라고.”

그렇게 떠나간 버스.

얼마 지나지 않아 혜민서라 적힌 버스 두 대가 더 들어왔다.

한눈에 봐도 건장한 체격을 가진 남자들.

바로, 김명훈네 사람들이었다.

“아이고 우리 명훈 씨 오셨네. 오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먼저 와 계셨어요? 죄송합니다.”

“죄송은요 무슨. 우리도 방금 왔습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죠? 지난 번보다 피곤해 보이시는데, 왜, 제가 드린 회원권으로 운동도 좀 하러 오시지.”

“요새 우리 회사가 워낙 잘나가서 바빠가지고.”

“아~ 그러셨구나. 바쁜거 끝나면 오세요. 뉴라이프 디자인 식구들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니까.”

이런 이야기와 함께, 또다시 떠나간 한 대의 버스.

남아 있는 버스에서는 의료진들과 혜민서 본부에서 나온 직원이 함께였다.

직원은 익숙하게 현장을 이끌어 나가기 시작했다.

“선생님들은 이쪽으로 오셔서 진료 준비해 주시고, 다른 분들이 몇 분만 간이진료소 만드는 것 좀 도와주세요. 그리고 다른 분들은 바로 시작해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혜민서라 적힌 조끼를 입고 신속하게 움직이기 시작하는 사람들.

순식간에 간이진료소가 완성되었고, 어느새 도착한 파란색 트럭에 가득 실린 건축자재들과 연탄들이 여기저기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런 모습이 이곳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펼쳐지고 있었으니.

그중에서 김예진이 있는 곳은 다름 아닌, 서울역이었다.

“고 원장님. 고생 좀 해주세요.”

“물론이죠. 안 그래도 요새 연구실에서 앉아만 있으나, 진료 보고 싶어서 근질근질하던 참입니다.”

김예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서울역을 한번 둘러보니,

‘갈수록 여기저기서 늘어나는구나.’

치과는 물론이요, 내과, 외과, 피부과, 거기에 이어서 정신과까지.

어디 그뿐이랴, 의료진뿐만이 아니라 각종 여러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참여해 이 자리를 빛내주고 있었다.

“정말, 끝내주는 모습이네?”

김예진이 뒤를 돌아보니,

윤다희가 서 있었다.

“어? 언니. 언제 왔어요?”

“조금 늦었어. 다른 동네에서 살짝 사고가 있어서 말이야.”

사고라는 단어에,

김예진이 살짝 고개를 숙였다.

“죄송해요. 계획에는 문제없었는데...”

“네가 죄송할 게 뭐가 있니? 그리고 내가 늘 말했잖아. 애초에 완벽하게 계획을 세워도 계획대로 되는 일은 없다고 말이야.”

“민재랑 민희는 잘 지내요?”

여기서 민재와 민희는 윤다희 선생님의 아들, 딸이다.

“당연하지. 우리 그이한테 내가 혜민서 활동하러 같이 갈 건지, 애들 볼 건지 물어봤더니 집에서 애들 보겠단다. 하여간, 평소에 센 척은 다 하더니.”

“에이, 형부가 배려해주는 거겠죠.”

“그런가?”

윤다희가 배시시 웃었다.

행복한 웃음이었다.

“참, 원장님은 연락됐어?”

그 물음에,

김예진이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그래? 이상하네. 원장님한테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은 분은 아닌데. 벌써 몇 달이나 연락이 안 된다니.”

“그러게요. 몇 년 동안 이런 적은 없었는데... 일단은 여기저기 알아보는 중이에요.”

“너무 걱정하지는 마. 너도 알잖아? 그분이 어떤 분인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김예진.

“됐고, 우리도 시작하자. 이럴 때일수록 일에 아무 생각 안 나게 일하는 게 최고야. 안 그래?”

“그럼, 오랜만에 손발 좀 맞춰 볼까요?”

그렇게 그날 저녁.

혜민서의 활동이 전부 끝나고,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대표님!”

“오늘은 저희가 특별히 회식을 준비했어요. 장소는 알려드린 대로 가시면 됩니다. 무리해서 드시고 괜히 탈 나시지는 말고요.”

“걱정하지 마세요!”

“잘 먹겠습니다. 대표님!”

김예진이 김 본부장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김 본부장이 눈을 빛내며 직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수고했어. 예진아.”

“언니도 고생하셨어요.”

“오랜만에 손발 맞췄는데도 여전하네?”

“그럼요. 우리가 하루 이틀 맞춰 본 것도 아닌데.”

그때, 옆에서 우르르 나오는 혜민한방병원 의료진들.

김예진이 앞장선 고요한을 불렀다.

“고 원장님 그리고 선생님들 고생 많으셨어요.”

“고생은요 무슨, 당연히 해야 하는 건데, 오랜만에 미친 듯이 진료 봤더니, 스트레스가 아주 그냥 싹 풀리네.”

고요한이 만족스럽다는 듯이 답했고,

그 뒤로 진료를 보며 달궈진 뜨끈한 열기가 느껴져 왔다.

“그보다, 김 대표는 회식 안 가요?”

“회식이요?”

“오랜만에 한 번 뭉쳐야죠. 안 그래도 얼굴 보기 힘든 사이인데. 다른쪽에 가있던 박용준 원장과 한방병원 선생님들도 퇴근하고 온다고 그랬어요.”

“그래요? 그럼, 그럴까요?”

그때,

김예진의 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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