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하는 한의사-219화 (216/230)

218화. 환자가 있는 곳에 있겠죠

- 비행소녀단. 동남아 콘서트 투어로 대세 증명. 세계에서도 통하는 한류의 저력을 보여줘.

- 스타엔터테인먼트 비행소녀단을 등에 업고, 상장. 대표 김강현 “앞으로 더욱 많은 스타를 길러낼 것입니다.”

···

- 한국 축구, 16강을 넘어서다. 4강 신화 다시 재현되나.

- “한국 선수들은 미쳤습니다. 이전의 한국이 아닙니다.” 16강에서 만난 상대 팀 감독의 발언.

···

- 드라마 명불허준. 시청률 36.9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해내며 종영.

- 주연을 맡아 신들린 연기를 보여준 배우 이동훈 “실존 인물에 영감을 받아 소화해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 명불허준의 힘? 올해 수능 한의대 지원자 수 늘어나.

···

- 혜민서의 난치병 치료연구 결과에 의학계의 관심이 쏠리는 중. 한의사협회와 의사협회, 화합의 장 열리나?

- 혜민서에서 발표한 자료와 논문 세계 의학회에서 관심. 러브콜 쏟아져.

- 보건복지부의 발 빠른 대처. “혜민서의 연구에 힘 실어줄 것.”

- 혜민서 “국내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기부 단체” 1위. 김예진 대표 “그저 쓸데없는 곳에 돈을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 감사하다.”

···

2년 뒤.

혜민한방병원.

한 남자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안내데스크에 있는 직원들이 밝게 인사했다.

“어서 오세요. 부병원장님.”

“좋은 아침입니다~”

“모두 좋은 아침이에요~”

남자의 이름은 김태식.

2년 사이에 원장에서 부병원장을 맡게 되었다.

이유는 따로 없었다.

민주주의국가였기에, 다수결을 했을 뿐.

“아, 부병원장이요? 전 됐어요. 진료 보고 인터넷 방송하는 것만으로도 벅차요. 게다가 요새는 TV에도 나가야 해서.”

“저도 사양합니다.”

박용준과 유도진의 거절.

물론, 이외에도 혜민서의 다른 선생들이 있었지만, 경력도 짧고 실무에 있어서 경험이 너무 적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부병원장에 오른 김태식.

진료실에 들어가, 올라온 서류부터 체크했다.

‘올해 신입 선생들이 지원이 많네.’

현재 혜민한방병원은 한의대를 졸업한 선생들 사이에서 가장 가고 싶은 병원이 되어있었다.

혜민한방병원의 수련의 과정은 악랄하기로 유명했지만,

그 지옥 같은 수련의 코스와 비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의료봉사를 버텨내고 전문의 과정을 마친다면, 그때부터는 탄탄대로.

개원해도 어느정도 보장이 된다는 이야기가 종종 한의사들 사이에서 들려오고 있었고, 굳이 개원이 아니어도 다른 한방병원에서 모셔가려고 난리였다.

그러니 당연히 인기가 많을 수밖에.

‘오~ 이 친구. 관상이 꼭 최 선생과 닮았네?’

그때,

진료실 문이 열리며,

“부병원장님 좋은 아침이에요.”

익숙한 얼굴이 들어왔다.

병원으로 복귀한 윤다희 팀장이었다.

“어? 윤 팀장님이 아침부터 여기까지 웬일이세요?”

“웬일은요. 어제 올린 서류 안 주셔서 받으러 왔죠.”

“아...? 잠시만요. 그게 어디있더라..?”

아직 익숙지 않은 김태식이었다.

4층.

허준의 빈자리는 또 다른 허준과 밥 선생이 채워나가고 있었다.

최허준이 환자의 맥을 잡았다.

허준에게 고타법과 추나를 직접 배우고, 나아가 정명 스님에게 활법을 배우면서 자연스레 깨어난 감각.

그 감각에 더해 환자의 맥을 조합해서,

혜민서에서 익힌 수많은 사례와 대조한다.

그렇게 찾아낸 범인.

“신장이 허해서 그렇습니다. 신허증이라고 하죠. 이 경우에 요통이 올 수도 있고, 가끔은 머리가 띵하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처방으로는···.”

치료실에서 시술하는 밥 선생 또한 마찬가지.

“자, 움직이지 마세요. 어머님.”

“아, 네... 선생님.”

외국인의 똑 덜어지는 한국말이 아직 낯선 그녀였지만, 침 한 방에 올라가지 않던 팔이 올라가고 통증이 사라졌으니.

“아이고~ 선생님.”

소리가 절로 나오기 마련.

그리고 또 다른 진료실에서 진료를 보는 한의사가 있었으니.

그는 다름 아닌, 최승원이었다.

‘환자가 진료실에 들어올 때부터 진료는 시작된다고 하셨지.’

첫 진료.

최승원이 여태까지 보고 들은 데로 환자를 관찰해나가기 시작한다.

쩔둑이며 한쪽 발을 끌면서 들어오는 모습.

차트에 적혀있는 대로,

발목 염좌가 맞는 것 같네.

이어서 간단한 질문과 함께 손으로 환부를 확인한 최승원.

진맥에 이어 여러 가지를 끝내고 처방을 내렸다.

“간단하게, 침 한두 번 맞으시면 될 것 같네요.”

그렇게 치료실로 향한 최승원이 어느 때보다 집중하여 침을 놓기 시작했고,

치료실을 나서는 환자는 심하게 절뚝거리며 들어왔던 걸음걸이가 한결 편해져 있었다.

“여기 가면 금방 낫는다더니. 진짜네. 괜히 유명한 게 아니었어.”

같은 시각.

6층의 박용준.

“선생님.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허리가 아파서 오셨다고요?”

“네. 제가 거북목도 좀 있고...”

“제가 잠시 보겠습니다.”

순식간에 진단과 처방을 끝낸 박용준.

그런 그에게 환자가 치료실로 가기 전, 부끄럽다는 듯이 무언가를 내밀며,

“저... 사인 한 장만..”

“물론이죠.”

“사진도 괜찮으실까요?”

“네. 이리로 오세요.”

인터넷 방송과 TV에 출연하면서 혜민한방병원의 얼굴마담이 되어있는 그였다.

그리고 유도진이 있던 8층의 진료실.

그곳에는 고요한과 이두철 두 한의사가 함께 진료를 보는 중이었다.

“보약 맞추러 오셨다고요? 일단 간단하게 이것부터 작성해 주시겠어요?”

간단한 설문지의 답을 보고,

대략적으로 체질을 파악한 뒤,

본격적으로 꼼꼼하게 질문을 이어나가면서 맥을 잡아 보약을 맞춘다.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하지 않던가.

유도진과 함께 탕전실에서 살며 어깨너머로 배운 그는 어느새 탕전실의 망령이 아니라, 달인이 되어있었다.

‘완전히, 유도진 선배를 보는 것 같네.’

그의 진료에 가끔은 유도진 선배가 겹쳐 보이는 고요한.

탕전실에서 탕약을 달이는 모습까지도 비슷했으니,

“그나저나, 유도진 선배는 잘 있으려나.”

*   *   *

혜민서 희귀난치병센터.

이곳의 모습은 예전과 꽤 달라져 있었다.

사례들이 발표되고, 입소문을 타면서 여러 환자가 몰려왔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여러 곳에서 후원까지 들어왔으니,

[혜민촌]

이라는 작은 마을이 탄생하게 되었다.

물론, 이곳의 웬만한 일은 여전히 환자들이 하는 중이다.

그것도 환자들 본인의 의지로 기쁘게.

“김 씨. 이것 좀 와서 도와줘~”

“기다려봐. 이 나이에 그렇게 너무 무리해서 움직이면 큰일 난다니까?”

“그래도, 이따가 견학 온다고 하잖아. 그 전에 이거 다 만들어 놔야 애들 먹이지. 애들이 옛날 같지 않다고는 해도 이렇게 공기 좋은 곳에 오면 또 식욕이 돋기 마련이거든.”

“알았어~ 금방, 여기 불만 붙이고 갈게.”

이렇듯, 허준이 환자들의 생활을 완전히 바꾸기 위해서 만든 이곳은 이제 종종 학생들이 견학하는 곳이 되어있었다.

그만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는 뜻이다.

이러다보니, 견학을 오는 학생이나 사람들에게 대접하기 위해서는 자연스럽게 식당이 생겨났고, 여러 체험학습이 생겨나면서 센터 사람들의 얼굴에는 더욱 활력이 넘쳐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센터를 책임지고 있는 한의사 유도진이 있었으니,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약재를 바꿔보도록 하죠. 허증을 다스렸으니, 이제는 허증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청열해독에 중점을 두는 처방으로 말이죠.”

“아이고~ 그럼요. 선생님이 알아서 잘해주시겠죠.”

“네. 그럼, 이만.”

그렇게 다음 방.

그곳에는 김정우 선생님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선생님.”

“어허~ 선생은 무슨, 지금은 자네가 선생이지.”

유도진이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고는,

진료를 이어나갔다.

‘다행이야. 여전히 건강하시다.’

기적과 같은 일이었다.

췌장암 판정을 받은 김정우 선생님은 여전히 이곳에 멀쩡히 살아 계셨다.

“어떤가?”

“좋습니다.”

“그렇지? 나도 그렇게 느끼고 있었네. 자네가 이곳에 들어온 지 벌써 1년이 다 되던가?”

“예.”

“그래. 이곳에서 지내보니 어떤가?”

유도진이 즐겁다는 듯이 웃으며 답했다.

"좋네요."

김정우도 유도진을 마주 보고 웃으며,

“자네. 많이 달라졌구만.”

*   *   *

그 시각.

서울의 한 갤러리.

이곳에는 혜민서의 주관하에 사진전이 열리고 있었다.

일종의 후원 모금과 함께 진행되는 행사였다.

굳이, 이런 일까지는 하지 않아도 될 거로 생각했던 김예진이었지만,

사진작가 최승빈이 가져온 사진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 사진은...’

어찌 잊을 수 있을까.

과거 허준한의원에서 진료를 받으며 나서는 환자들이 웃는 모습.

그제야 최승빈이 누군지 기억할 수 있었다.

배우 최우중의 사촌 형이자, 당시 카메라 감독으로 한의원에 진료를 보러 몇 번 왔던 환자였기 때문이다.

취미가 사진찍기라고 하더니,

보통 솜씨가 아니네.

그뿐만이 아니었다.

최승빈은 혜민서 활동에 참여하여 봉사를 하면서도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환자들의 웃는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으니까.

김예진은 그 사진들을 보자마자 느낌이 왔다.

이 사진전은 같이 해야만 한다고.

그래서 진행된 사진전.

혜민서의 입지가 커지고 관심이 큰 만큼, 몇몇 기자들이 이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나와 있었는데,

그들의 눈이 휘둥그레지기 시작했다.

“우와, 저 사람 배우 최우중 씨 아니야?”

“맞네. 그 옆에는 이동훈이야.”

“잠깐, 저기 몰려다니는 인형들은 비행소녀단?”

“축구선수 김찬용이다!”

“저기는 또 아이돌 그룹-”

···

TV에서만 보던 사람들이 여기저기에서 나타났다.

게다가 그뿐만이 아니었다.

“스타 엔터 대표 김강현?”

“저쪽은 재경 그룹 사장이야.”

“재경 말고도 대한 그룹에서도 나왔는데?”

“여기, 대체 뭐지? 이게 지금, 혜민서 후원 모금 행사 맞아?”

정·재계에 쟁쟁한 사람들이 함께했으니,

이들 모두가 직, 간접적으로 혜민서의 선생들에게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었다.

물론, 든든한 후원자들이기도 하고.

“저 사람은...?”

“법무법인 태산의 김태용!”

거기에 더해서 김예진의 부모님도 함께였다.김예진이 애써 둘의 시선을 피해 앞으로 나섰다.

“대표님. 바로, 시작할까요?”

김예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최승빈이 능숙하게 마이크를 잡고는 두드렸다.

“아아, 마이크 테스트. 하나둘, 하나둘.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사진작가 최승빈입니다. 혜민서와 함께하는 후원 모금 사진전에 참여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쪽은, 혜민서를 이끌고 계신 김예진 대표님입니다. 환영의 박수로 맞이해 주십시오.”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고,

“안녕하세요. 혜민서 대표 김예진입니다. 사진전에 참여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사진을 보며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짧게 끝낸 김예진의 인사말과 함께,

바이올린을 비롯한 클래식 음악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뭐, 최승빈 씨가 처리한다고 한 거니.’

혜민서의 돈으로는 절대 하지 않을 일이었지만, 본인의 자존심이라나?

그렇게 이어진 사진전.

사람들이 웃고 있는 사진들이 곳곳에 걸려있었다.

그 사진을 본 몇몇 사람들이 중얼거렸다.

“어, 나 이 사진속에 있는 사람의 기분이 뭔지 알 것 같아.”

유민정이 말하자,

“나도 나도.”

다른 멤버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 뒤에 서 있던 이동훈도 그때를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저도 알 것 같아요. 저 느낌은 잊을 수 없죠. 정말, 따듯했으니까요.”

어디 그뿐이랴.

사진을 보는 사람마다 다들 격하게 공감했으니,

이곳에 함께 있는 사람들의 눈가가 촉촉해지기도 하고, 때론 웃음을 터트리기도 하였다.

김예진이 그 모습을 바라보며,

“하길 잘했네.”

중얼거리며 걸음을 옮기는데,

스마트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이허준 씨? 네? 뭐라고요? 가만히 있으라고 대신 말 좀 해달라고요?”

‘나 참, 어이가 없어서.’

김예진이 외국어로 말했고, 곧바로 전화가 끊겼다.

그때, 한 기자가 다가와 물었다.

“김예진 대표님. KBC의 김하윤 기자입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는데요.”

“네. 뭔가요?”

“혹시, 이허준 선생님이 어디 계신지 알 수 있을까요? 저희가 인터뷰를 좀 하고 싶은데, 연락이 닿질 않아서...”

그 물음에,

김예진이 좀전의 상황이 떠올라 피식 웃으며 답했다.

“환자가 있는 곳에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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